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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300 포커스]장치산업 고난 부각…고려아연·LIG넥스원 '마이너스 1조'[영업활동 현금흐름]적자전환 상위 25사 중 13곳 장치 기반 제조사…사정은 제각각

강용규 기자공개 2025-09-22 13:17:29

[편집자주]

산업의 사이클을 단면 하나로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적과 현금흐름, 투자규모와 부채 변화를 모두 모으면 역동하는 계절의 바뀜이 보인다. 더벨 SR(서치앤리처치)본부가 코스피·코스닥 우량종목을 묶은 KRX300을 기준으로 시장의 기상을 측정해봤다. 업황의 흐름과 경영의 선택, 시장의 판정이 겹겹이 얽힌 숫자의 오르내림을 해석하고 기업생태계의 중심 이동을 포착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5일 08:1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KRX300 기업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현금흐름이 크게 줄어든 기업들 중 상당수가 거대 장치산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비금융사 중 현금흐름이 1조원 이상 감소한 2곳의 기업도 장치 기반 제조사였다.

다만 장치산업 영위 기업들이 일관적인 경향을 보인 것은 아니다. 원재료 확보 부담이 커진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전방산업 위축으로 재고자산 관리의 어려움이 나타난 곳도 있었다. 수주기업의 경우 일시적인 선수금의 축소가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업종별 분석과 개별기업 분석을 상황에 따라 달리 할 필요가 있다.

◇비금융 상위 2개사, 무늬만 같고 실제는 달랐다

더벨 SR본부가 KRX300 종목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전년 대비 올 상반기 현금흐름의 적자전환 폭이 컸던 상위 25개 기업 중 19곳이 금융사나 지주사를 제외한 비금융사였다. 이들 중 13곳은 △금속 △기계·장비△전기·전자 등 자본집약적 장치산업 기반의 제조사였다.

이들 중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적자전환 폭이 가장 컸던 기업은 고려아연이다. 지난해 5158억원에서 올 상반기 -6424억원으로 무려 1조1582억원의 현금흐름 위축이 나타났다. 차순위는 LIG넥스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9519억원에서 -1450억원으로 1조969억원 감소했다.

고려아연과 LIG넥스원은 한국거래소의 업종 분류상 금속업종에 속한다. 다만 실제로 양사가 영위하는 사업은 비철금속 제련업(고려아연)과 방산업(LIG넥스원)으로 판이하게 다르다. 때문에 이들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위축된 원인도 서로 다르다.

반 년 사이 고려아연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항목은 매입채무의 증감이다. 지난해 매입채무의 증가를 통해 5955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오히려 5022억원의 현금흐름 위축 효과가 발생했다. 매입채무 항목에서만 1조977억원의 현금흐름이 사라진 것이다.

같은 기간 LIG넥스원도 매입채무 증감에 따른 현금흐름 창출효과가 2207억원에서 -71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다만 매입채무를 포함한 운전자본의 변동이 현금흐름에 치명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지난해 1조5932억원에 달했던 계약부채 증가 항목이 3405억원으로 급감한 점이 현금흐름을 가장 크게 위축시켰다.

LIG넥스원을 포함한 방산기업은 수주 뒤 납품에 이르는 리드타임이 매우 길다. 때문에 계약부채의 증가, 즉 선수금의 수취도 주기적이지 않다. 이를 고려하면 LIG넥스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급감은 수치가 주는 인상만큼 극적인 변화는 아닐 공산이 크다.


◇전방산업 위축에 고통받는 이차전지 소재사

올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 감소 상위 25개사 중 3개사가 이차전지 소재 생산회사라는 점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감소 폭이 큰 순서대로 에코프로비엠이 -9303억원으로 비금융사 4위에 올랐으며 포스코퓨처엠이 -7426억원의 비금융 7위, 엘앤에프가 -3516억원으로 비금융 10위에 각각 위치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영업활동 현금흐름 중 자산 및 부채의 변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영향을 상세히 공시하지 않았다. 다만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는 비슷한 경향성을 보였다. 양사 모두 재고자산 변동이 현금흐름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년도 재고자산 감소로 현금흐름을 1668억원 창출했지만 올 상반기는 재고자산 증가로 676억원이 감소하면서 -2345억원의 변동이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엘앤에프는 재고자산 증감 효과가 5888억원에서 -1210억원으로 급감하면서 전체 영업활동 현금흐름 감소 폭보다 큰 7098억원의 현금흐름이 위축됐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은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해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 등 이차전지 소재회사들의 경우 이차전지 제조사들의 생산량 조절이 재고자산 증감과 연동된다. 업종 차원의 불확실성이 현금흐름 관리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명암 갈린 기계·장비기업, 실상은 비슷했다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 감소 상위 25개사 중 4개사는 기계·장비업종이다. 순서대로 두산에너빌리티(-8270억원), 한온시스템(-6605억원), 주성엔지니어링(-2629억원), 한미반도체(-1485억원) 등이다.

이들은 한국거래소 업종분류상으로는 묶여 있으나 실제로는 기계장치 제조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온시스템, 반도체장비 제조사인 주성엔지니어링과 한미반도체로 구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전자의 현금흐름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

다만 이것이 기계장치와 반도체장비의 반도체장비 제조사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4사 모두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주된 감소 원인은 현금흐름표상의 조정, 즉 비현금성 변동이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6980억원, 한온시스템에서 6950억원, 주성엔지니어링에서 183억원, 한미반도체에서 757억원씩 비현금성 변동에 따른 현금흐름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반도체장비 제조사 대비 기계장치 제조사의 비현금성 변동효과가 크기는 하나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는 업종의 차이가 아닌 자산 규모의 차이 때문으로 파악된다. 비현금성 변동은 감가상각비나 대손상각비 등 보유자산의 가치 변동과 관련한 항목들로 구성돼 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4사의 자산총계는 두산에너빌리티가 26조3052억원, 한온시스템이 10조3139억원으로 10조원을 웃도는 반면 주성엔지니어링은 8804억원, 한미반도체는 7462억원으로 1조원에도 못 미친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해도 대체로 자산의 규모대로 비현금성 변동효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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