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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공룡 한국 진출 러시]'산 넘어 산' 바이낸스, 고팍스 인수 의지는 '그대로'①메가존 딜 무산 후 직접 승인 도전…규제 불확실성 '리스크'

노윤주 기자공개 2025-09-19 08:26:55

[편집자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국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구 5100만명 국가이지만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세계 3위에 달한다. 이런 매력적인 시장을 놓고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특정금융거래정보법 등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이들이 사업을 전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거래소 인수를 통한 우회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년째 인가가 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한국 시장의 매력과 글로벌 크립토 기업들이 현재 직면한 장벽들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6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 재진출을 위해 고팍스를 인수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아직도 금융당국의 등기임원 변경신고 승인을 받지 못해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확정된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사업자 승인은 더욱 요원해졌다.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바이낸스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고팍스 인수를 완료하겠다는 의지가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당국 설득, 기존 주주와의 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직접 진출 한차례 실패…교훈 삼아 원화거래소 인수 선택

바이낸스는 2023년 1월 고팍스 지분 72.26%를 인수했다. 두번째 한국 시장 도전이다. 첫번째는 2019년 국내 스타트업 비엑스비를 인수하면서 설립한 '바이낸스 유한회사(바이낸스 KR)'였다. 1년 가까운 준비 기간을 거쳐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국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못했다. 결국 2020년 12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실패를 경험 삼아 바이낸스는 두 번째 도전에서 전략을 바꿨다. 직접 진출 대신 이미 특금법 신고를 마친 기존 원화 거래소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때 등장한 매물이 고팍스다.

바이낸스는 2022년부터 물밑에서 인수 가능한 거래소들을 찾고 있었고 당시 고팍스와도 접촉했었다. 원화거래소의 기업가치는 2000억~3000억원대로 거론된다. 사실상 '라이선스 값'이다.

높은 인수가에 바이낸스도 망설였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고팍스는 2022년 11월 코인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 상품의 상품운용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의 파산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고객들에게 지급하지 못한 미지급금이 수백억원에 달했고 이로 인해 경영난이 심화됐다.

바이낸스는 고파이 미지급금 대납이라는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고팍스를 인수했다. 당시 고파이 미지급금까지 모두 합산해 1000억원 안팎의 숫자를 도출했다고 알려진다. 부채승계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한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인수 계약의 전제는 금융당국의 신고 수리다. 국내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사업자 인가를 받아야 한다. 고팍스는 이미 원화거래소 지위가 있었기에 등기임원 변경 신고만 처리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바이낸스도 신고 수리증을 교부받으면 잔금을 전액 집행하겠다 밝혔다.

그리고 계약과 동시에 '크립토 바스켓'이라는 별도 계정을 만들어 미지급금에 해당하는 동일 물량 가상자산을 보관해 뒀다. 하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고팍스는 여전히 '심사 중' 단계다. 수리도 불수리도 아니기에 영업은 계속하고 있지만 바이낸스가 경영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간에는 국내 기업으로 최대주주를 변경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2023년 씨티랩스(현 BF랩스)가 고팍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바이낸스 지분율이 현재 67.45%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메가존그룹에게 과반 이상의 지분을 넘기는 딜을 추진했지만 부채승계 이슈로 무산됐다.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제는 주주 변경 없이 바이낸스를 최대주주로 두고 당국 승인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FIU 이관에 감독권 분산…추가 지연 가능성 농후

확실한 당국의 사인 없이는 약속한 자금을 집행할 수 없다. 설상가상 최근 확정된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바이낸스의 승인은 더욱 요원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금융위원회를 사실상 해체하고 새로운 감독 체계를 구축하기로 확정했다. 기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를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보호원' 4개 축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가상자산 관련 감독권도 여러 기관으로 분산될 예정이다. 현재 바이낸스의 변경신고를 심사하고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재정경제부로 이관되는 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이다.

FIU는 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부터 자금세탁 부문 검사·제재를 담당하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와 은행 간 원화 입출금 계좌를 연동하는 체계도 FIU에서 관할한다. 담당자 변경과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수리 지연이 불가피하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관련 감독도 어디서 맡을지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서 제정 중인 가상자산 업권법을 어느 기관이 감독·검사할지도 불확실하다. 바이낸스 입장에서는 3년 가까이 공들인 대관 업무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고팍스 변경신고 건은 금융당국 재편으로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라며 "고파이 미지급금 집행도 늦어지면서 바이낸스가 지급해야 할 환산액도 계속 불어나고 있어 문제"라고 설명했다.

내부 설득도 과제다. 고팍스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바이낸스 경영진도 이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금융당국 승인 여부에 대한 의구심에 더해 고팍스 기존 주주들과의 갈등도 불거졌다. 불확실성을 해결해야 고팍스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상태다. 리차드 텅 바이낸스 CEO는 최근 서울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바이낸스도 고파이 미지급금 상환 지연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라며 "하지만 지속적으로 고팍스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규제 확실성을 어느 정도 제거해야 이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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