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공룡 한국 진출 러시]'미국 확장, 한국 답보' 크립토닷컴 극과 극②변경신고 1년째 보류, 은행계좌 연동 '원화 거래소 전환' 발목
노윤주 기자공개 2025-09-23 13:07:02
[편집자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국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구 5100만명 국가이지만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세계 3위에 달한다. 이런 매력적인 시장을 놓고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특정금융거래정보법 등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이들이 사업을 전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거래소 인수를 통한 우회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년째 인가가 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한국 시장의 매력과 글로벌 크립토 기업들이 현재 직면한 장벽들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8일 09: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한국에서 코인마켓 영업을 재개한 지 1년이 흘렀다. 하지만 핵심 목표인 원화거래소 전환은 여전히 출발선에서 멈춰 있다. 등기임원 변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1년째 보류 상태이기 때문이다.신고 수리만 기다리며 시간을 흘려보낼 순 없다. 이에 크립토닷컴도 물밑에서 국내 사업 확장을 타진하고 있다. 해외 가상자산 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곧바로 서비스를 개시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장 유력한 건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가상자산 카드 결제 사업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붙이는 방안이다.
◇수월했던 인수 과정, 어려워진 두번째 변경신고
크립토닷컴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 건 2022년이다. 코인마켓 거래소 오케이비트와 전자결제업체 피앤링크(P&Link)를 인수했다. 가상자산거래소와 가상자산 결제 두 분야 모두 시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오케이비트는 원화거래를 지원할 수 없는 코인마켓거래소다. 원화거래소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첫 단계는 수월했다. 크립토닷컴은 인수 직후 오케이비트 등기 임원을 자사 임원으로 변경했다. 브라질 국적의 본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라파엘 드 마르코 이멜로를 한국 법인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또 법인명도 '포리스닥스 코리아'로 바꿨다.

이때 FIU에 등기임원 변경신고서를 제출했고 수리도 빠르게 마쳤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2023년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면서 금융당국이 글로벌 거래소 국내 시장 진출에 부정적인 기조를 드러냈다. 크립토닷컴도 이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크립토닷컴은 2024년 1월 25일 대표이사를 라파엘에서 에릭 안지아니로 변경했다. 다시 한번 변경신고를 제출했지만 과거와 달리 아직까지 수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바이낸스와 동일하게 수리도 불수리도 아닌 보류 상태다. 바이낸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로 크립토닷컴도 국내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운 구조가 돼 버렸다.
이 가운데 크립토닷컴은 무기한 사업을 중단할 수 없어 지난해 9월 앱을 통해 거래소 서비스를 재개했다. 영업을 재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변경 신고 수리는 아직이다. 기존 오케이비트가 획득했던 수리 교부증도 유효기간인 3년을 넘겼다. 이에 현재는 다른 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갱신신고를 제출하고 당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 출신 한국 총괄…원화계좌 '막바지 협상'
크립토닷컴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국내 시장에서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과 실명계좌 제공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가장 유력한 곳은 SC제일은행이다. 패트릭 윤 크립토닷컴 한국 총괄이 핵심이다.
윤 총괄은 금융권 출신 인사다. 2003년부터 10년 이상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싱가포르, 타이완, 영국 지사에서 전략, 비즈니스 개발, 인수합병(M&A) 업무 등을 이끌어왔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SC제일은행 리테일 금융본부를 총괄하는 부행장을 지냈다. 이후 2018년 비자 코리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크립토닷컴에 합류했다.
SC제일은행과 돈독한 관계를 지닌 윤 총괄 주도하에 원화 입출금 계좌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이다.
거래소 인가를 준비하는 동시에 결제 부문에서도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5월 국내 결제 서비스 업체 케이에스넷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케이에스넷은 국내 30만개 이상 가맹점을 보유하고 월 1억3000만건 규모 거래를 처리하는 기업이다.
양사 협업은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크립토닷컴 페이를 이용해 국내 패션, 뷰티, 면세점에서 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게 주 골자다. 크립토닷컴 비자 카드 소지자의 제주도 대중교통 결제도 추진 중이다.
본사 차원에서도 글로벌 시장 신뢰도를 쌓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트럼프 일가와 관계를 쌓는 중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과 합작 투자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신설 합작사는 크립토닷컴의 CRO 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적립하는 일명 '디지털자산 트레저리(Digital Asset Treasury, DAT)' 기업이다.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요크빌 애퀴지션과 합병해 증시에도 상장했다.
크립토닷컴은 규제 환경이 개선되고 신고수리를 받는다면 해외처럼 국내서도 사업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 실물 카드를 가지고도 쉽게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거래소는 이를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크립토닷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을 정해둔 건 아니고 규제가 마련되면 그에 발맞추겠다는 것"이라며 "미래 사업을 구상하며 점진적으로 결제 확장까지 검토해 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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