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커지는 KDDX 수주전]'보안감점 연장' HD현중, ‘찝찝한 승리’ 얻어낼까감점 안고도 이길 수 있지만…보안사고 그림자 재부상, 체감 성과 제한적
이호준 기자공개 2025-10-14 08:32:36
[편집자주]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의 보안 벌점 적용 기간을 1년 연장했다. KDDX 사업 방식을 둘러싸고 업계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예고 없이 내려진 조치다. 한화오션은 그간 기밀 유출을 이유로 경쟁입찰을 요구해 왔고, 이번 결정은 사실상 한화오션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HD현대중공업은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벨은 양사의 명분과 실익이 걸린 이번 수주전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2일 14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을 1년 더 안고 한화오션의 요구대로 경쟁입찰 국면에 들어선다고 해도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수주전에서 이미 패색이 짙거나 결과가 정해진 건 아니다. 오는 11월 18일 이후부터 입찰 평가에 반영되는 감점은 1.2점이다.소수점 차이로도 당락이 갈리는 게 특수선 수주전의 속성이지만 HD현대중공업은 이미 감점을 안고도 한화오션을 꺾은 전례가 있다.
지난 6월 1800t급 장보고-Ⅱ 잠수함 성능개량 체계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발생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국가사업 입찰에서 1.8점 감점을 받고 있었다. 다만 이 감점을 제외하고도 한화오션에 3점 가까이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력으로 승부를 갈랐다는 얘기다. 실제 수상함 분야에서 경쟁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HD현대중공업의 경쟁력은 견고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점을 안고서도 승리한다면 오히려 기술력과 실적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경쟁입찰에서 감점이 반영된 상태로 이기게 된다면 겉으로는 실력에 따른 정당한 승리로 비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며 희석되던 보안사고 이력은 다시 낙인으로 남게 됐다. KDDX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라는 단기적 성과는 얻을 수 있지만 기업 이미지 하락이라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는 향후 해군 차세대 함정·잠수함 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하나의 출발점일 뿐이다. 경쟁입찰에서 이기더라도 이어지는 수주전에서 역시 감점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한 번의 승리가 장기적인 부담과 불리한 평가로 돌아오는 아이러니에 직면하게 된다.
수의계약으로 가도 찜찜한 건 마찬가지다. 그간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까지 이어가는 게 기존 관행에 비춰 자연스럽다고 판단해 KDDX 역시 수의계약을 통한 자사의 수주를 기대해왔다. 실제 이런 관행 때문에 방사청 역시 올 들어 네 차례나 수의계약 안건을 분과위에 상정하려 했던 전례도 있다.
때문에 보안감점 적용 연장과 별개로 여전히 HD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으로 상세설계와 초도함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수의계약은 본질적으로 경쟁 없이 발주처가 특정 업체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특혜 시비가 붙기 쉽다는 얘기다.
이런 구조에서 한화오션은 지난 2년간 HD현대중공업의 보안사고 문제를 꾸준히 파고들어 지금의 보안감점 연장 적용이라는 결과까지 끌어냈다. 수의계약이 애초에 형식적 수주인 상황에서 오히려 이번 과정을 계기로 여론전·정치전 측면에서 업계 존재감을 더 키운 쪽은 한화오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초도함 수주로 얻는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다시 특수선 명가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노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성과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선 결국 이의제기 절차를 통한 방사청의 보안감점 적용 연장 철회가 이뤄지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안감점 연장 적용이 철회만 된다면 사실 수의계약에선 공정성 시비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경쟁입찰로 가더라도 점수에서 특별히 부당한 불이익을 받을 이유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이 상태로 수의계약을 이끌어 낸들 상당히 찝찝한 상황에 있을 것”이라며 “보안사고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판을 흔드는 데 성공한 한화오션의 여론전에 적잖이 당황한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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