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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트라이엄프, 그리고 메멘토모리[thebell desk]

김경태 산업2부 차장공개 2025-11-10 07:29:08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7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기세가 매섭다. 반도체사업 부진으로 어두웠던 1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작년 11월 한때 4만원대를 나타냈던 주가는 가파르게 올라 10만원을 돌파하며 잇달아 신고가를 쓰기도 했다.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뀐 시점은 올 7월부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에 가까운 사법리스크를 종식했다. 그룹 총수가 원증회고(怨憎會苦)를 털어내자마자 삼성전자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낭보가 잇달아 들렸다.

시작은 파운드리였다. 같은 달 테슬라와 165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초대형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CEO가 직접 계약 사실을 공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 다음달에는 애플이 미국제조프로그램(AMP)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에서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는 오픈AI와의 협력이 알려졌다. 이 회장은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나 스타게이트에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사로 전방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합의했다.

또 삼성전자 DS부문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반전을 이뤘다. 이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APEC 기간에 맞춰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했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HBM3E를 넘어 HBM4에서도 협력한다고 공식화했다.

국내 1위 기업이자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업계를 주름잡은 삼성전자의 화려한 귀환이다. 올 상반기까지도 지속됐던 삼성전자 반도체에 대한 우려, 비판은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잇달아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삼성전자에는 점령해야 할 중요한 고지가 남아 있다. 바로 글로벌 메모리 1위다. 지난해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초유의 사과문을 발표했던 것은 적자 때문이 아니라 30여년간 지켜온 메모리 왕좌를 SK하이닉스에 내줬기 때문이다. 또 장기간 지속될 빅테크와의 협업 과정에서의 혹시 모를 리스크도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먼 옛날 세계를 호령했던 로마에서는 개선 장군이 전리품과 함께 신전까지 행진(Triumph)하는 세레모니를 치렀다. 이 때 노예를 시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모리(Memento mori)를 외치게 했다. 생사의 현장에서 돌아와 흥분이 극에 달한 떠들썩한 순간에 장군들이 냉정을 되찾게했다.

다행인 건 삼성전자 DS부문이 차분하고 진중하다는 점이다. 전 부회장은 단기 성과를 내세우기보다는 여전히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HBM에 관한 고민을 일부 털어내기는 했지만 이 시장에서는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선두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파운드리 역시 TSMC와의 격차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 DS부문에는 호승심, 독기가 여전히 요구되며 혹시라도 메모리 정상을 되찾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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