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07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기세가 매섭다. 반도체사업 부진으로 어두웠던 1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작년 11월 한때 4만원대를 나타냈던 주가는 가파르게 올라 10만원을 돌파하며 잇달아 신고가를 쓰기도 했다.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뀐 시점은 올 7월부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에 가까운 사법리스크를 종식했다. 그룹 총수가 원증회고(怨憎會苦)를 털어내자마자 삼성전자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낭보가 잇달아 들렸다.
시작은 파운드리였다. 같은 달 테슬라와 165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초대형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CEO가 직접 계약 사실을 공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 다음달에는 애플이 미국제조프로그램(AMP)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에서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는 오픈AI와의 협력이 알려졌다. 이 회장은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만나 스타게이트에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사로 전방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합의했다.
또 삼성전자 DS부문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반전을 이뤘다. 이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APEC 기간에 맞춰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회동했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HBM3E를 넘어 HBM4에서도 협력한다고 공식화했다.
국내 1위 기업이자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업계를 주름잡은 삼성전자의 화려한 귀환이다. 올 상반기까지도 지속됐던 삼성전자 반도체에 대한 우려, 비판은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잇달아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삼성전자에는 점령해야 할 중요한 고지가 남아 있다. 바로 글로벌 메모리 1위다. 지난해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초유의 사과문을 발표했던 것은 적자 때문이 아니라 30여년간 지켜온 메모리 왕좌를 SK하이닉스에 내줬기 때문이다. 또 장기간 지속될 빅테크와의 협업 과정에서의 혹시 모를 리스크도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먼 옛날 세계를 호령했던 로마에서는 개선 장군이 전리품과 함께 신전까지 행진(Triumph)하는 세레모니를 치렀다. 이 때 노예를 시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메멘토모리(Memento mori)를 외치게 했다. 생사의 현장에서 돌아와 흥분이 극에 달한 떠들썩한 순간에 장군들이 냉정을 되찾게했다.
다행인 건 삼성전자 DS부문이 차분하고 진중하다는 점이다. 전 부회장은 단기 성과를 내세우기보다는 여전히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HBM에 관한 고민을 일부 털어내기는 했지만 이 시장에서는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선두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파운드리 역시 TSMC와의 격차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 DS부문에는 호승심, 독기가 여전히 요구되며 혹시라도 메모리 정상을 되찾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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