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Home > Content > News > Articles (공개기사)
artical 딜이있는곳에벨이울립니다

페이지타이틀

  • 알파고가 신용등급을 매긴다면

작성자

  • 민경문 기자  |  공개 2016-03-21 14:08:06
  • 프린트 빼기더하기

본문내용

이 기사는 2016년 03월 18일 08: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체스에 이어 바둑에서도 인공지능(AI)은 인간을 넘어섰다. 이세돌 9단이 1승을 거뒀지만 알파고가 져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알파고의 위세는 경외감을 넘어 두려움까지 들게 만든다. 인공지능이 머잖아 인간의 '밥그릇'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다.

신용평가업계도 위기감이 감돈다. 알파고, 아니 '알파크레딧'이라는 이름의 AI가 신용평가 영역을 침범하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현실적이다. "AI의 재무 분석 결과 00사 부도율 7.25%, 고로 신용등급은 BB+"와 같은 계량적 판단은 당장이라도 가능해 보인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고 빠르게. 사실 신용평가가 1200대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할 정도의 계산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신용평가사들은 분명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AI가 신용평가업계에 도입될 경우 애널리스트 상당수가 보따리를 쌀 수도 있다"고 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더 이상 신용평가사에 의존하지 않고 AI 기반의 자체 크레딧 평가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허점은 존재한다. 재무 수치를 이용한 계량적 판단은 가능하더라도 최종 신용등급 산정을 위해 계열 지원 가능성이나 업종 내 위상까지 고려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결국 인간의 주관을 반영해야 한다는 얘긴데 AI가 이 정도 레벨로 진화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설사 주관적 판단이 가능하더라도 인간(투자자)이 이를 신뢰할 지는 별도의 문제다.

아이러니한 점은 기존 신용평가사들도 이 같은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는 거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의 평정 행태는 '인간'이 주도하는 것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 차별화된 신용등급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합리적 판단에 근거하기 보다는 수수료 제공 주체인 발행사 '눈치보기'에 바빴다. 약속한 트리거(trigger)가 발동돼도 신용등급은 요지부동인 경우가 많았다.

이세돌 9단도 간혹 실수를 했지만, 신용평가사들은 과거 실수로 보기 어려운 과오를 저질렀다. 돌아온 건 금융당국의 중징계였다. '알파크레딧'의 현실화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는 건 이처럼 기존 신용평가사에서 느끼는 불신 또는 한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알파크레딧은 아주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금융당국이 신용평가 선진화 방안을 위한 TF출범을 준비중이다. 복수평가제, 자체신용도, 제4신용평가사 도입과 같은 기존 현안을 두루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알파크레딧'의 도입 여부를 안건으로올려 볼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명색이 신용평가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도 알파크레딧을 취재해야 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list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