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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미매각 건설 채권 어찌하오리까 AA- 등급 20bp 이상 수수료 녹여 매출···CBO 조성엔 발행사가 반대

조화진 기자공개 2012-12-17 08:01:27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7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들이 미매각으로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 채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체 미매각 채권 중 보유 비중이 가장 크지만 이렇다 할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AA-급 몇몇 건설사의 채권은 가격을 낮춰시장에 매출되고 있다. 인수 수수료로 받은 수익 일부 또는 전부를 녹여야 하지만 애초에 시장가 대비 높은 가격(낮은 금리)에 발행된 터라 어쩔 수 없다.

수익을 일부 토해내고라도 팔 수나 있으면 다행이다. 수수료를 녹여 파는 것도 증권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섭력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H건설 등 일부 AA급 건설사들은 인수단과 일정 기간 매출 금지 계약을 맺는다. 발행 수수료보다 높은 금리에 팔지 말라는 것이다. 증권사가 수수료를 녹여 채권을 시장에 매출하면 유통금리가 올라가고 그 결과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매기는 평가금리(이하 민평금리)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건설사 채권 등 미매각 회사채를 모아 채권담보부유동화증권(CBO) 발행을 모색 중이다. 개별적으로 소화할 방법이 없으니 묶어서 한꺼번에 털어버리자고 꾀를 낸 것인데 이 역시 만만치 않다. 건설사들이 자신이 발행한 회사채가 CBO의 기초자산에 편입되는 것을 마뜩치 않아 하는데다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기 대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증권사들의 움직임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데 주로 활용되는 CBO를 증권사의 미매각 회사채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동원하는 것이 찜찜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채권들이 최소 A등급 이상의 우량 기업이 발행한 것인데다, 증권사들이 애초에 시장의 눈높이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을 시키는 바람에 떠안게 된 것인데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CBO가 활용된다면 향후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리스크 프리미엄 달라는데 되레 금리 깎아 달라니…전액 미배정 사태 속출

건설사 채권에 대해 발행사와 투자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신용이 낮은 건설사라면 금리 불문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게 최우선일 수도 있지만, AA급 이상의 건설사라면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회사채 발행에서도 '우량기업'의 대우를 원한다. 업종 리스크가 적용된 민평금리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거꾸로 투자자는 건살사 채권에 대해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적용한다. 타 업종에 비해 수요자와 공급자가 생각하는 금리의 간극이 크다.

더벨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들어 수요예측이 의무화된 5월 이후 발행된 건설사 회사채는 총 2조6620억 원이다. 이 중 수요예측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미배정 채권이 80%가 넘는 2조2420억 원에 달한다. 미배정 건설사 채권은 추가 청약에서도 대부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거의 모든 건설사 회사채가 투자자의 인수 희망금리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회사채 발행에 나선 건설사들은 시장금리의 대용치인 개별 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희망금리를 제시했다. 기관투자가의 편입대상인 A급 이상 중 민평금리보다 높은 희망금리를 쓴 건설사는 SK건설(A+)과 한라건설(A-) 뿐이다. GS건설(AA-) 대림산업(AA-) 삼성물산(AA-) 현대건설(AA-) 포스코건설(AA-) 대우건설(A+) 등 우량 건설사들은 모두 발행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낮을 것을 요구했다.

수요예측 결과 전액 미배정되지 않은 곳은 SK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뿐이다. 삼성물산은 '절반만 건설사'라는 특수성과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투자자들의 건설업에 대한 기피증을 완화시켰다. 포스코건설은 2014년까지 추가 발행계획이 없다는 계획이 투자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른 건설사들은 '낮은 금리'를 고집하다 회사채가 전액 미매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차라리 미배정이 되더라도 경쟁사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겠다는 입장이 고수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금담당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금리에 발행이 되느냐가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다"며 "미배정이 되더라도 인수증권사가 채권을 떠안아 주기 때문에 낮은 금리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채권영업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도 희망금리를 조금만 높였다면 미배정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AA-등급이나 계열 내 다른 기업의 발행금리 수준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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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BO로 한 방에 털자? …발행기업들이 싫어해

물론 모든 미배정 채권이 전부 증권사에 미매각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추가 청약을 통해 일찌감치 투자자 손에 넘어갔다. 미매각으로 증권사에 넘어왔지만 영업부서에서 매출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BBB급인 동부건설은 애초부터 리테일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됐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전액 미배정됐지만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아 무난하게 매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량 건설사들은 수수료를 녹여 매출되는 경우가 여러차례 관측됐다. GS건설은 지난 11월12일부터 22일까지 약 1200억 원이 매출됐다. 발행금리가 3.36%인데 매출금리가 3.58%였다. 수수료 녹이기기 이루어진 것이다. A건설사가 30bp 이상 수수료를 녹여 500억 원을 매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건설사 채권은 수수료 녹이기도 최근엔 쉽지 않다. 건설사들이 워낙 차입금이 많다 보니 기관투자가들도 추가로 편입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 또 11월 이후 시장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어 절대금리 매력이 상당하지 않다면 굳이 서둘러 담을 이유도 없다. 연말 결산을 의식해 위험업종에 대한 투자를 피하기도 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건설사 채권이 유통 시장에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최근 삼성물산 외에는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연말까지 다른 발행이 이어지고 있어 리스크 있는 업종을 피하는 게 당연하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은 고육지책으로 건설사 미매각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CBO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 DCM부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매각 채권이 많아 내년 발행물 인수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며 "(CBO 발행 등) 다각적인 해소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이 AA만 나와준다면 투자자 확보에는 자신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입장이다. 후순위채 투자자 모집이 어려울 것에 대한 차선책으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는 것도 검토했다.

이미 발행된 우량채를 대상으로 한 유동화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태도는 증권사에 우호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또 다른 형태의 CBO 발행이 필요한 시장 상황이라면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보 측도 아직 예산 책정 및 내년도 사업 계획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기존에 P-CBO를 발행해 건설사들을 지원했던 것의 연장선에서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발행사들의 반대가 거세 CBO 발행 성사가 수월하지 않다고 알려졌다. 이미 다 발행 내역은 공시가 됐고, 어느 건설사의 미매각 채권이 얼마나 기초자산에 포함됐다는 식의 말이 나오게 되면 곤란해 지기 때문이다.

증권사 DCM팀 팀장은 "몇몇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채권담보부유동화증권(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CBO) 발행을 추진하려 하지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을 맞추기 어렵고, 기초자산으로 삼을만한 미매각 채권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발행사들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인식을 갖게될까봐 기피한다"며 "크레딧 시장에서 어떤 평판을 받느냐가 향후 자금 조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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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라 인수비율로 나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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