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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QIB 개편안' 재검토 해야

황철 기자공개 2016-07-04 14:31:08

이 기사는 2016년 06월 30일 08:2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의 조급증이 다시 발동했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 회사채 시장의 부양을 위해 꺼낼 만한 카드는 모조리 내놓을 태세다.

이번에는 수년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적격기관투자자(QIB) 제도를 다시 들고 나왔다. 궁여지책으로 고려했던 '미매각 채권의 P-CBO 편입', 'A급 채권의 하이일드펀드 편입' 논의가 쉽게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사모채 권장 방안으로 눈을 돌렸다.

이번에는 의지가 여느 때와 사뭇 다르다. 의사결정이 속전속결이다. 7월초 설명회를 열고 8월1일부터 바뀐 QIB 제도를 시행하기로 못을 박았다. QIB 개편안의 골자는 수혜기업을 비약적으로 늘려 인위적으로 채권 발행을 확대해 보자는 것이다.

QIB는 원래 공모채 발행이 어려운 자산 규모 50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비우량 기업의 자금경색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나름 의미 있는 제도였다. 일부 중소기업에게 신고서 제출과 같은 공시의무를 면제하고 발행절차를 간소화해 손쉽게 사모채를 발행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도입 초기 하이일드 채권을 매수할 기반이 없어 사실상 시장이 형성되지도 못했었다.

이번 개편안은 대상기업을 자산 5000억 미만에서 2조원으로 확대했다. 정크본드 발행사는 물론, BBB급을 넘어 A급 대기업과 일부 AA급 우량 발행사로까지 수혜의 폭을 넓혔다. 적격기관투자자의 요건도 저축은행중앙회, 새마을금고연합회, 신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등으로 확대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발행기업 수와 매수기반을 동시에 늘려 정책 실현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 방향이 시장의 장기 발전에 부합하느냐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QIB제도 하에 발행하는 채권은 기본적으로 사모의 형태를 갖는다. 공모채는 옳고 사모채는 그르다는 단순 논리로 접근하자는 게 아니다. 사모채와 공모채는 상호보완적이고 의존적인 관계다. 공모채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으면 사모채 역시 존재할 수 없다. 두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공모채 시장의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의존 관계에 있는 사모채 역시 사멸의 길을 걷게 된다. 직접금융시장의 대표격인 회사채 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

정상적인 사모채가 공모채에 비해 디스카운트를 심하게 받는 이유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사모채의 경우 매수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유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발행금리가 공모채에 비해 높게 형성된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공모채 발행이 많은 대기업에 QIB를 허용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활용할 유인은 크지 않다.

하지만 바뀐 QIB 제도 하에서는 이같은 상식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매수기반을 인위적으로 높여 일정 수준의 유동성을 보장해 주면 사모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메리트가 부각하게 된다. 이는 금융당국이 QIB 개편안을 홍보하는 주된 논리 중 하나기도 하다.

공모채 발행을 위한 유무형적 비용을 생각하면 우량 대기업조차 QIB 제도 하에서는 사모채가 절대유리하다는 인식을 가질 만하다. 결국 공모채 시장의 축소로 이어지고 이에 파생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회사채 시장 활성화라는 궁극적 목적에 역행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국내 회사채 시장의 가장 큰 한계는 소수 기관투자가가 주도하는 취약한 수요 기반이다. 이를 해결할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펀드 활성화다. 하지만 사모채가 급격히 늘어나면 펀드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펀드의 경우 편입 대상을 공모채로 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모채를 담을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

여기에 사모채는 거의 필연적으로 사모 유동화상품과 공존공생한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나 신탁을 활용한 구조화가 주된 매수기반이기 때문이다. 사모채의 확산은 규제차익을 노린 구조화금융 확대로 이어지기 쉽다. 사모채와 사모 유동화의 결합이 불러올 부작용은 오랜 기간 경험에 반추하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과 금감원이 추진하고 있는 QIB 개편안은 주객이 전도된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금융당국이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이 회사채 시장인지, QIB 제도 자체인지조차 불분명해 보인다. QIB 제도를 살리자고 회사채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형적 QIB 개편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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