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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채용비리 논란]대법원보다 힘센 금감원?⑥KB지주 회장·자살보험금 등 법리 상관없이 압박한 사례 다수

원충희 기자/ 신수아 기자공개 2018-02-23 14:27:19

[편집자주]

은행 채용비리 사건이 법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업무방해죄로 불구속기소됐고 검찰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5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의심사례를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공정한 입사 경쟁을 저해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은행이지만 입사규칙의 자율 제정 권한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옹호론이 만만치 않다. 채용비리 정국에 들어선 은행권에서 벌어지는 법적논란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2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채용실태 점검결과를 검찰에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다. 판단은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갔다. 채용비리에 최고경영자(CEO)가 개입했다는 혐의입증과 적용할 법률 등 첨예한 법리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검찰·법원이 무혐의로 처리할 경우 이 문제는 끝나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금감원이 법적판단과는 별개로 검사권과 제재권을 내세워 원하는 바를 관철시킨 적이 여러 번 있기 때문이다. 그 완력이 때론 대법원 판결을 넘어선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대법원 위에 금감원'이란 말이 나온 계기는 지난해까지 보험업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자살보험금 논란이다. 지난 2016년 9월 대법원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난 자살보험금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전액 지급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끝까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에는 중징계를 예고했다. 영업권 반납이나 대표이사 해임권고가 포함된 초강경 제재조치가 포함돼 있었다. 결국 보험사들은 백기를 들어야 했다. 행정제재가 대법원 판결을 뛰어넘은 것이다.

금감원 제재가 충분한 사실관계 판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실행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다. 지난 2008년 7월 KB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던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시절 투자한 파생상품의 부실을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다. 결국 2009년 9월 자진사퇴했다.

하지만 황 전 회장은 2013년 행정소송에서 3년여 만에 승소해 명예를 회복했다. 당시 금감원은 황 전 행장이 해당 파생상품 매입사실을 보고 받았다며 제재를 가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상품에 구체적으로 투자를 지시한 적이 없고 보고 받지 못했다는 황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제재를 받았다. 임 전 회장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징계취소 소송을 제기하자 금감원은 업무방해 혐의로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과정에서 업체선정에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임 전 회장을 무혐의로 처리했다. 검찰조사에서 의혹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으나 결국 임 전 회장의 정당성만 입증된 셈이다.

전직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은 법적논란과 별개로 검사권과 제재권을 내세워 의도한 바를 관철시킨 적이 여러 차례 있다"며 "금융사 CEO의 경우 법적판결이 나기도 전에 압박해 결국 사퇴시킨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 채용비리 논란은 위 사례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금감원은 검사결과가 정확하다며 은행의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 수사를 택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검찰 혹은 법정으로 들어가 소명하더라도 그 뒤의 후폭풍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당행에 채용비리 혐의를 제기했지만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은 당국과 각 세우는 구도로 비춰지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며 "설령 검찰·법원의 무혐의 판단을 받는다 해도 감독원은 제재 등 다른 수단을 통해 압박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속내를 비췄다.

실제로 금감원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3개 사안을 가지고 은행들을 검사했다. 경영승계 프로세스와 채용실태 점검, 지배구조 검사 등이다. 승계 프로세스는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봤다면 채용실태와 지배구조 검사는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갑작스럽게 일정을 통보했다. 채용비리를 비켜가더라도 다른 것을 문제 삼을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은행권 채용비리 논란은 정황상 은행지주 CEO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위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8년 업무계획'을 통해 "(민간금융기관) 은행권 채용실태 현장검사를 하고 적발된 채용비리 등에 대해 기관장·감사 해임건의, 검찰 수사의뢰 등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기소 여부와 법원판결이 나기도 전에 당국이 CEO 해임을 거론하면서 은행권은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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