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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의 세계화

길진홍 벤처중기부 부장공개 2018-03-06 08:21:37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6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업체인 A사는 수년 전 미국에 진출해 현지 업체와 벤처기업에 공동 투자해 내부수익률(IRR) 25%를 올렸다. 미국 상위 VC들의 IRR과 맞먹는 수준이다. B사는 중국 데이팅 앱 업체 인수합병(M&A)에 참여해 6배 수익을 남겼다.

C사는 기술 벤처창업 요람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에서 약 140억원의 투자유치를 주도했다. 이어 호주에서 바이오기업 투자를 발굴해 국내 화장품 기업을 전략적투자자로 참여시켰다. 기술과 상업화를 연결한 플랫폼 투자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자본금이 많아야 수백억원에 불과한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이 최근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살림살이가 넉넉한 국내 시중은행들이 현지 경쟁에서 밀려 맥을 못추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가치 산정 등 물건 발굴부터 수익 실현에 이르기까지 투자은행(IB) 고유 역할을 우리 벤처캐피탈이 직접 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해외 투자 성과를 일부러 외부에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정책자금을 지원 받은 벤처캐피탈의 해외 투자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모태펀드, 국민연금 등 LP에 유동성을 의존하는 벤처캐피탈은 국내 일자리 창출과 벤처기업 활성화라는 태생적 과제를 안고 있다. 벤처캐피탈 자금은 국내 스타트업 등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는 논리가 자동 성립된다. 국정감사 때마다 벤처캐피탈 출자기관들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불려 다니며 해외 투자에 대해 따가운 질타를 받기 일쑤였다.

우리 벤처캐피탈은 투자 성과로 이에 대한 논리적 오류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해외서 풍부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 일반 기업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 현지 업체와 만남을 주선하거나 투자에 참여토록 하는 등 징검다리가 된 사례가 수없이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 문전박대를 받던 많은 기업들이 수혜를 입었다. 이는 곧 고용의 증대를 의미한다. 올 들어 벤처업계에 정책자금이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투자처가 고갈되면서 해외 진출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캐피탈의 세계화는 새 정부의 핵심 기조인 4차 산업혁명 및 일자리 창출과도 직결된다. 신기술을 수반한 4차 산업혁명은 당장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엄밀히 따지면 일자리 창출과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벤처캐피탈은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 당장 해외 문을 노크하는 국내 기업 지원으로 일자리 창출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많은 국내 벤처캐피탈이 세계시장에서 바이오·IT 등 4차 산업혁명 기업과 손잡고 새로운 일자리 변화를 체득하고 있다. 혁신성장으로 가는 골목에 벤처캐피탈이 있다. 세계화는 그 첫 단추를 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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