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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 긴장시키는 'BNK 룰렛' [thebell desk]

문병선 금융부장공개 2018-05-31 08:34:4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9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은행 본점 23층 스카이홀에서는 매월 둘째주, 넷째주 목요일 오후 진풍경이 펼쳐진다. 68명의 임원들 주위에 앉은 20여명의 대리급 행원들이 강단위에 선 임원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을 한다.

강연을 듣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주제발표를 하는 임원의 발표내용을 평가하는 역할이 이들에게 주어졌다. 20여년의 경력 차이가 나는 후배 행원들은 발표와 토론을 하는 선배 임원을 무기명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평가 결과는 경영진에게 보고된다.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 부임 이후 새로 생겨난 'BNK미래정책토론회' 풍경이다.

은행은 보수적인 곳이다. 연공서열, 선후배 위계가 다른 기업보다 강조된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더하다. 그래서 후배 행원의 선배 평가는 격식 파괴에 해당한다. 강단위에서 다른 임원을 앞에 두고 또 한명의 임원이 주제발표를 하는 풍경도 낯설다.

한 관계자는 "경영진 역량을 높이고 직원 상호간 격의없는 토론 문화 조성을 위해 시작됐다"며 "1월 이후 매월 두번씩 열리고 있고 컴퓨터에 비치돼 있는 룰렛을 돌려 매번 8명의 임원을 선발하고 8명의 임원이 10여분씩 발표를 한다"고 말했다.

임원들의 열공 모드가 BNK금융의 역량 강화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BNK미래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BNK금융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도 아직까지는 시험 중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BNK금융의 문화를 떠올려보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문화가 '쇼크'처럼 조직을 파고들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BNK금융 한 임원은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늘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임원들도 발표를 앞두고는 가족들이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빨리 들어간다. 창피하지 않으려면 많은 책을 읽고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BNK금융은 김지완 회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많은 사건사고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엘시티 사건, 부실대출 의혹, 채용비리 사건 등이다. 조직엔 두려움과 보신주의가 팽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위기와 기존 사고 틀로는 BNK금융이 달성하려고 하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긴 어렵다. 그런면에서 새로운 문화 쇼크는 그 효용성을 떠나 변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김지완 회장은 판단했을 수 있다.

새로운 미래를 찾아가려는 김지완 회장과 BNK금융에 정책토론회와 이의 순번을 정하는 룰렛은 하나의 동기부여의 도구이자 조직쇄신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2~3년 후 BNK금융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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