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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들의 반란, 사외이사들의 한계 [thebell desk]

문병선 금융부장공개 2018-06-29 10:18:19

이 기사는 2018년 06월 27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 이사회가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했다. 유력 정권 실세가 뒤를 밀고 있는 후보가 있다는 설이 파다했고 전직 회장을 중심으로 내부 출신 임원을 차기 회장 후보로 옹립하려 한다는 설마저 파다했던 상황에서 전혀 뜻밖의 인물이 회장에 선임되자 '사외이사들의 반란'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앞서 절대적 힘을 미치는 최대주주가 없다는 점에서 비슷한 지배구조 환경에 놓여 있던 DGB금융지주도 전혀 예상밖의 인물이었던 김태오 전 하나HSBC생명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온화한 성격의 김태오 회장을 선임해 내부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고 현 정권과 관계가 좋은 유력 인물을 배제하면서 낙하산 부담도 덜어내려 했다"고 말했다. 김태오 회장이 선임되던 때 역시 '사외이사들의 반란'이라는 일각의 표현이 간혹 있었다는 점에서 포스코와 DGB금융의 회장 선임 풍경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포스코와 같은 공기업이나 DGB금융과 같은 공기업 성격을 갖고 있는 은행 지주회사는 사외이사들이 회장 선임과 같은 최상위 지배구조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며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적 네트워크가 의사결정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에선 사외이사들의 이러한 권한을 악용, 사외이사를 정치권력의 의사를 전달하는 하나의 창구로 활용하려 한 시도가 많이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관치금융의 폐해가 심각해지며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재정립되고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는 늘 '을'일 수밖에 없었던 사외이사들은 독립적 의사결정보다 권력 추종적 의사결정을 더 많이 했다. 이런 면에서 포스코와 DGB금융에서 보여진 '사외이사들의 반란'은 우리나라 은행·공기업 지배구조에서 큰 획을 긋는 사건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반란은 반란 자체에 있지 않고 반란 이후의 상황에 있다. 포스코가 지금보다 나아진 경영성과를 보여주는지는 최정우 신임 회장의 능력에 달려 있고 최 신임 회장이 앞선 회장들보다 나은 성과를 내도록 도와주고 감시하는 역할은 반란의 주역인 사외이사들에게 주어져 있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포스코 안팎의 문제 해결은 신임 회장 뿐 아니라 그를 선임한 사외이사들에게 주어진 난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포스코 사외이사들의 반란은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DGB금융의 사외이사들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DGB금융은 전임 회장의 비리 혐의로 조직이 크게 흔들렸고 지금도 안정화하지 못했다. DGB금융 사외이사들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증명하는 방법은 김 신임 회장이 성과를 내게 하고 전임 회장 때와 같은 비리와 평판 훼손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포스코와 DGB금융 사외이사들의 반란 이후의 행보와 경영참여는 미래 사외이사 권한 강화 문제와 맞닿아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기업과 은행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줘도 좋을 지를 가늠케 해줄 하나의 시금석이다. 많은 전문가의 의견과 연구 결과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권한 강화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 반대의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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