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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공모채 '수요'…덩달아 커지는 사모채 시장 [Market Watch]적정금리 제시해도 청약 실패…기관투자가 피로감

전경진 기자공개 2018-09-13 09:46:39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1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채 시장에서 신용등급을 불문하고 '오버부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폭발해 일부 기관들은 민평에 부합하는 적정 가격(금리)으로 주문을 넣었음에도 투자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미배정 피로감을 호소하는 기관들이 늘면서 덩달아 사모채 시장까지 커지는 모습이다. 공모채를 발행한 기업들에게 직접 추가 투자 의사를 내비치는 것이다. 공모 조달 후 채 한달이 안돼 사모채를 찍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한 배경이다. 특히 채권 시장 과열 분위기 속에 사모 조달에 치중하는 우량기업도 늘고 있다.

우량기업, '1조 청약 주문' 기본...BBB급 이하 회사채도 잇따라 '완판'

AAA급 초우량 기업 SK텔레콤은 지난 10일 총 2000억원어치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날 SK텔레콤이 확보한 매수 주문 금액은 총 1조2500억원이다. 공모액 대비 6배나 많은 투자금이 몰렸다.

올해 '1조원 주문 행렬'은 다른 우량 기업들에서도 나타난다. SK그룹에서는 SK이노베이션(AA+), SK(AA+),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롯데쇼핑(AA+), 현대오일뱅크(AA-), 현대제철(AA0) 등도 '1조 청약' 행렬에 동참한 기업들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올해 2차례 공모 조달에서 무려 2조18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주문물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오버부킹 행렬은 BBB급 이하 기업들에서도 나타난다. 올해만 SK해운, 한진칼, 한화건설, 한진 등이 공모채 발행에 성공했다. 한화건설은 3차례, 한진은 2차례 공모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A급 기업들조차 공모 조달 실패를 경험했던 지난해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시장 관계자는 "채권 시장 유동성은 현재 넘치는 수준"이라며 "공모채 발행 때마다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오버부킹' 달성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또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공모 피로감 속 사모채 시장 확대 '우려'

채권 시장 풍부한 유동성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관투자자 중 일부는 과열 경쟁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발행사(기업)가 제시한 희망금리 밴드 안에서 유효 주문을 넣었음에도 최종적으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기관들은 공모채를 발행한 기업들에게 직접 사모채 투자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공모 조달에 성공한지 채 한달이 안돼 사모채를 찍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 SK해운(BBB+)은 7월 700억원어치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총 2490억원에 매수주문을 확보한 바 있다. 이후 SK해운은 1주일여 간격으로 총 4회에 걸쳐 사모 조달을 단행했다. 사모채로 조달한 추가 금액만 330억원 수준이다. 한화건설의 경우에도 6월 공모채 발행 후 한달만에 300억원어치 사모채를 발행했다.

문제는 사모채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틈타 공모채 시장을 이탈하는 A급 이상 우량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단 점이다. 시장의 가격 결정 절차를 무시하고 기업 편의만 추구하는 모습이다. 호텔롯데(AA0), LG디스플레이(AA0), LG전자(AA0), 대한제당(A-)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호텔롯데의 경우 7월에만 이틀에 걸쳐 총 1900억원에 자금을 사모채로 조달했다. 통상 공모채를 통해 조달하는 10~15년 장기물까지 사모 조달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채권발행 준비 때 기업설명회(IR)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에 하나가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이탈"이라며 "일부 기관들은 수요예측에 나서봤자 '들러리'를 설 것이란 판단해 사모채 투자를 선호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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