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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신고제 폐단, 수요예측이 답이다

황철 자본시장부장공개 2018-11-16 09:15:34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2일 08: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0.01%p'. 1억을 1년 동안 빌릴 때 1만원만 내면 되는 가산금리다. 한 달로 환산하면 1000원도 안 되는 돈이다.

'신용 스프레드'. 쓰임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채와 크레딧물 간의 금리차를 말한다.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신용물이 무위험 채권으로 분류되는 국고채에 버금가는 이자율로 발행되기는 어렵다.

이 같은 비상식적 사례가 회사채 시장에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국고채 대비 1bp(0.01%)'. 최근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이 발행한 3년물 회사채의 가산금리다. 무위험 채권인 국고채에 막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수준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발행 후 일주일여가 지난 지금까지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총액인수해 전량 보유하고 있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처분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공급과 수요를 감안한 정상적인 금리 결정이 아니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회사채 시장의 난제인 사설 전자입찰과 일괄신고제도가 낳은 폐단이다.

2012년 회사채 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된 수요예측 제도는 공정한 금리 결정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 등이 채택하고 있는 일괄신고제도는 수요예측 의무를 비껴나 과거와 같은 사설 전자입찰로 가격을 결정한다.

물론 회사채 시장이 기업의 안정적 자금조달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일괄신고제도 자체의 효용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쓰임에 따라 상당한 합리성을 갖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공시 회피의 수단으로 전락해, 시장금리를 왜곡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북-빌딩을 피하고 기업실사를 형식적으로 받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게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일괄신고제도 전면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공채를 제외한 모든 채권의 수요예측 도입과 사설 전자입찰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화답하기도 했다. 2015년 더벨을 비롯한 시장 참가자 다수가 현행 일괄신고제도의 문제와 실제 금리왜곡 사례 등을 지적하자 금융감독원은 "불건전 채권 인수 사례가 지속할 경우 일괄신고채권에도 수요예측을 도입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1bp'라는 더욱 심각한 형태로 시장금리가 왜곡돼 있다. 시대에 뒤쳐진 제도, 허술한 감시, 선언에 그친 규제가 야기한 결과다.

조달이 빈번한 기업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일괄신고제도의 취지에만 너무 경도되지는 말자. '회사채 수요예측', 그래봐야 하루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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