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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드사, '빅데이터'를 잡아야 산다 [thebell note]

조세훈 기자공개 2018-11-16 10:30:09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5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시, 겨울바람이 분다. 낙엽이 널브러져 있고 앙상한 가지만을 남겨 둔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춥고 시린 혹한기를 견뎌야 하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들의 현실이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카드사들은 무수익 자산 축소, 판관비 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지난해 영업이익 수준을 겨우 달성했지만 기다리는 것은 악화된 경영 환경이다. 당장 정부의 카드사 적격비용 심사 결과가 다음 주에 발표될 예정이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카드 수수료를 1조원 정도 절감하는 방안 채택이 유력하다. 그렇다면 내년부터 카드사들의 수익 급감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드산업의 미래마저 불투명하다. ‘제로페이(서울페이)'처럼 카드망을 거치지 않는 QR코드 방식의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속속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직불카드 형태지만 외상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외상거래 형태의 핀테크가 등장하면 신용카드는 완전한 대체재와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카드사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가 1조원 정도 줄어든다면 내년부터 중소 카드사 일부는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당장 인력감축 이야기가 나돈다. 현대카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영진단에서 약 400명의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올해 신한카드는 200여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KB국민카드도 2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카드사 직원들은 인력감축 도미노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우려하고 있다.

생존의 기로에 선 카드사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비교우위에 있는 '전략적 무기'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로 '데이터'다. 카드사는 수십 년 간 고객의 소비 패턴이 기록된 방대한 정보 창고가 있다. 금융소비자의 소비성향을 분석하거나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정보 활용에 따라 데이터 시장 공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활용범위도 유통·부동산·건설사·전자·제조사 등 무궁무진하다.

데이터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데이터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산업 규모는 2010년 이후 연평균 7.5% 성장해 2022년이면 18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가시적 성과도 있다. 빅데이터 시장에 먼저 진출한 상위 카드사들은 컨설팅 제공 등으로 한해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점을 고려하면 더 큰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모두가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는 않는다. 한 중소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8개나 되며 다른 업권의 정보력도 만만치 않다"며 "얼마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느냐"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카드사는 2000년대 필름 시장의 교훈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필름업계의 양대산맥이었던 코닥과 후지필름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코닥은 필름과 카메라 시장의 절대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수익 창출에 열중했다. 게임체인저인 디지털카메라의 파괴력에는 무심했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기존 아날로그 산업만을 고집했던 코닥은 결국 파산에 이르렀고 공장부지를 스타트업에게 넘겨줘야 했다.

반면 후발주자 후지필름은 가까운 미래에 필름 시장이 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위기 의식속에 비교우위에 있는 필름 기술을 활용해 의료기기, 검사장비, 복사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소재, 제약·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현재 후지필름의 전체 매출 중 필름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안되지만 일본 굴지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제 카드사도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점차 축소되는 카드 사업만을 고집해서도 안주해서도 안된다. 정부 정책만 탓하고 있어서도 안된다. 전략적 무기인 데이터를 통해 빅데이터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코닥의 길과 후지의 길, 결국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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