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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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코 특수 기대, 신용도 영향은 '지켜봐야' [현대오일뱅크 프리IPO]실적·재무 영향 미지수…거래선 확보, 원가부담 축소 등 장기전망은 밝아

심희진 기자공개 2019-01-31 11:13:07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9일 16: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를 2대주주로 맞는다. 이번 지분거래로 약 1조8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지만 현대오일뱅크의 곳간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용도가 당장 조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은 AA-다. 동종업체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의 신용등급은 모두 AA+다. 현대오일뱅크보다 두 노치(notch) 높은 셈이다.

아람코가 세계 최대 원유 공급사라는 점에서 현대오일뱅크는 거래선 확대 및 그에 따른 원가부담 축소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 재무부담 완화 등이 이뤄질 경우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도도 상향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도는 BBB급이었다. 2001년 9월 계열사인 인천정유가 부도처리되면서 채권단이 신용공여 한도를 축소한 탓에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2002~2003년 부채비율 350%대, 차입금 의존도 50% 등 취약해진 재무구조가 신용등급에 반영됐다.

현대오일뱅크가 A급 대열에 다시 합류한 건 2006년부터다. 고유가 기조로 정제마진이 반등한 가운데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 수요 회복에 따라 BTX(벤젠·톨루엔·크실렌) 판매가 확대되면서 안정적 수익이 창출됐다. 방향족 석유화학 시장의 호황이 지속된 점도 실적 및 재무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2010년 8월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되면서 신용도도 한번 더 제고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석유투자회사인 'IPIC'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매입해 최대주주(91.13%)에 올랐다.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우수한 사업안정성과 높은 신인도, 계열사 간 수직계열 구축 등을 근거로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을 AA-로 상향조정했다.

원유정제 및 유통에만 치우쳐 있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도 주효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3년 4차 증설 작업을 통해 고도화설비 부문을 업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합작투자로 설립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윤활유 시장에도 진출했다. 투자 확대에 따른 차입 증가로 재무부담이 다소 가중됐으나 정유업의 저마진 국면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완충지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사업 경쟁력이 제고됐다는 평가다.

수년간 유지돼 온 'AA-, 안정적' 기조에 변화가 생긴 건 지난해 12월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오일뱅크의 아웃룩을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연결기준 조정순차입금/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지표 4배 미만 △연결기준 조정부채비율 125% 미만 등의 조건을 상당부분 충족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다. 실제 현대오일뱅크는 2015년부터 순차입금/EBITDA 지표를 2배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부채비율이 매년 상승한다는 점은 옥에 티지만 아직까지 125%대를 넘어서진 않았다. 지배구조 재편,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그룹 전반의 유동성 문제가 일정부분 해결된 것도 아웃룩에 반영됐다.

남은 과제 중 하나로는 기업공개(IPO)의 실현 여부가 꼽혔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2017년 12월 IPO에 본격 착수했다. 2011년 이후 6년 만의 재도전이다. 시장에선 이번 IPO를 통해 그룹 차원의 재무적 대응능력이 제고될 경우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8일 현대오일뱅크가 꺼내든 카드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다. 일각에선 프리IPO 역시 일반적인 IPO와 마찬가지로 외부자금을 유치하는 방안 중 하나기 때문에 신용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아람코에 지분 19.9%를 1조80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도가 당장 상향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번 거래로 확보한 현금이 현대오일뱅크가 아닌 현대중공업지주로 전량 흡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오일뱅크의 순차입금은 여전히 3조원 안팎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이 악화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는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로 6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2017년의 반토막 수준이다.

시장 관계자는 "프리IPO가 성사된다 해도 현대오일뱅크가 직접 손에 쥐는 돈은 없기 때문에 현 수준의 재무구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그룹 지주사의 유동성이 개선되고 그에 따른 각 자회사들의 지원부담 등이 완화되면 장기적으로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도도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아람코 특수'를 톡톡히 누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람코는 글로벌 원유 생산량의 15%를 책임지고 있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이다. 이번 프리IPO로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와의 장기계약 등을 통한 안정적 원료조달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원유 도입이 정유산업 원가의 9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앞선 시장 관계자는 "2대주주로 올라서는 아람코의 국제 신인도가 탄탄하다는 점도 현대오일뱅크에 호재"라며 "에쓰오일의 경우 과거 아람코의 추가 지분매입에 따른 지원 가능성 확대로 국제 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IPO로 원유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달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추후 실적이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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