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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서도 팔수 있다…ELT 대안 '급부상' [양매도ETN의 비밀]①ELS 조기상환 지연 '악몽'…시중은행, ELT 대체상품으로 '드라이브'

최필우 기자공개 2019-03-21 14:28:30

[편집자주]

파생상품의 대명사 ELS가 양매도 ETN에게 그 지위를 조금씩 뺏겨가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들이 양매도 ETN을 새 수익원으로 삼고 상품 개발과 판매에 한창이다. 하지만 복잡한 구조와 더불어 가늠하기 어려운 위험성 등으로 인해 투자자에게는 아직 낯선 상품인 건 분명하다. 양매도 ETN 열풍 속에 감춰진 그 비밀에 대해 파헤쳐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4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자문사들이 선보였던 양매도 전략 상품이 소액 투자자도 접근 가능한 투자 수단으로 거듭났다. 안정성을 보강한 구조도 흥행에 한 몫했지만 막강한 영업력을 자랑하는 시중은행이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 판매에 적극 나서면서 외형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중은행은 수년간 주가연계증권(ELS)을 기반으로 한 주가연계신탁(ELT) 판매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4년간 두차례 급락장에서 조기상환 지연 사태를 경험한 이후 ELT 일변도 영업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락장에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양매도 ETN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 메가히트상품으로 등극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ELT 일변도 영업, 조기상환 지연 '부메랑'..ETN이 틈새 공략

양매도 ETN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매월 둘째주 목요일인 옵션 만기일 사이에 기초지수가 상품 설계 당시 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일정한 수익을 쌓아 나갈 수 있는 구조다. 지수 하락폭이 예상 범위를 벗어날 경우 어느정도 손실을 감수해야 하지만 자금이 묶이지 않는 다는 점에서 조기상환이 지연되는 ELT와 차이가 있다.

ELT는 양매도 ETN에 앞서 시중은행에서 가장 많이 팔렸던 파생상품이다. ELT는 ELS를 신탁에서 편입한 것으로 사실상 ELS다. ELS가 한때 발행잔액 100조원을 넘어서며 국민재테크 상품으로 등극한 배경에는 ELT 판매를 무서운 속도로 늘린 시중은행이 있다. ELT는 불완전판매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쏠쏠한 수수료 수익을 발생시키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시중은행elt판매량

하지만 지난 2015년 홍콩H지수(HSCEI) 급락 여파로 시중은행은 이른바 '돈맥경화'를 경험하게 된다. 한때 1만5000선에 육박했던 HSCEI가 7500선 수준으로 반토막나며 HSCEI 기초 ELS의 조기상환 지연이 급증했다. 이때 조기상환이 지연된 ELS는 대부분 지난해 2분기 만기를 채우고 간신히 상환됐다. 하지만 장기간 큰 규모의 자금이 묶인 탓에 은행들은 ELS 재판매와 다른 금융상품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3년만기 스텝다운형 ELS에 조기상환 기회를 추가한 리자드형 ELS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쿠폰금리가 다소 하락하더라도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여 자금 경색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1만3000선까지 회복됐던 HSCEI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하락하며 1만선을 내줬고, 조기상환 지연 사태가 반복됐다.

녹인(Knock in) 배리어를 낮춘 덕에 손실 가능성이 과거 대비 낮아졌지만, 시중은행은 더 이상 ELT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발행잔액이 70조원을 웃도는 ELS의 조기상환 지연이 반복되면 자산관리(WM) 비즈니스 전반에 악재가 되기 때문이다. 조기상환이 지연되는 것 만으로 손실이 확정되진 않지만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가 확산된 가운데 등장한 상품이 양매도 ETN이다. 양매도 ETN은 하락장에서 ELS 조기상환이 지연될 때도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매월 옵션만기일 사이 코스피200이 5% 이상 급락하지 않는 한 월 0.2% 수준의 수익을 쌓는 게 가능하다. 하락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면 프리미엄 수익이 커져 추가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양매도 ETN은 목표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시장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변동될 수 있어 ELS 만큼 외형이 커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ELT가 여전히 시중은행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하락장에서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상품 제작 증권사, 외형 키우키는 은행이 '주도'

양매도 ETN이 더 유명세를 탄 건 이 상품을 제작한 인물이 지난해 상반기 증권사 최고 성과급을 받으면서다. 한국투자증권 재직 시절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개발을 주도한 김연추 미래에셋대우 에쿼티파생본부장이 작년 상반기 22억원의 성과급을 받으면서 양매도 ETN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김 본부장이 높은 보수를 받은 것은 ELS 헤지운용과 주가워런트증권(ELW) 비즈니스 성과 덕분이었지만, 양매도 ETN 외형을 빠른 속도로 늘리던 터라 함께 화제가 된 것이다.

양매도 ETN은 증권사의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되지만, 상품 외형을 키운 건 KEB하나은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KEB하나은행은 양매도 ETN 편입 신탁을 1조원 규모로 판매했다. 신탁부 내에 구조화상품팀을 신설해 ELT 일변도 영업에 제동을 걸고 신상품 판매를 시도한 결과다. 지난해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양매도 ETN 불완전판매 실태를 지적하면서 KEB하나은행이 홍역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리테일 고객의 선택지를 늘린 상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수료를 살펴봐도 시중은행이 양매도ETN 판매에 적극 나서는 이유가 확실하다.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의 운용보수는 80bp다. 한국투자증권은 1조원에 육박하는 판매고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연 80억원의 보수를 버는 셈이다. 동일한 기초지수를 사용해 사실상 같은 상품이나 마찬가지인 '삼성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은 운용보수가 60bp로 더 낮다. 시중은행은 양매도ETN 신탁을 판매하며 100bp 수준의 선취 수수료를 받아 증권사보다 더 남는 장사를 하게 된다.

수익성이 입증되자 타행들도 양매도 ETN신탁 판매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KEB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편입 신탁을 출시했다. KB국민은행은 장고 끝에 지난달 삼성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 편입 상품을 선보였다. 현재 신한은행 만이 운용 성과를 지켜보며 판매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증권사들은 핵심 클라이언트인 시중은행의 니즈(needs)를 고려해 후속 상품을 준비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 신탁부가 증권사 인력을 전문 계약직으로 영입해 파생상품 종류와 판매를 늘려가는 추세"라며 "덕분에 양매도 전략이 대중화됐을 뿐 아니라 ETN 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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