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도약 외쳤지만…인프라 구축 '무관심' [국내 IB 한국물시장 진입]③세일즈 역량 제고 잠시, 패배주의 팽배…중도 포기 잇달아
피혜림 기자공개 2019-03-18 14:31:00
[편집자주]
한국물 시장에서 대한민국 IB는 여전히 이방인이다. 민간기업은 물론 정부와 공기업조차 자국 증권사에 해외 채권 주관사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초대형 IB를 중심으로 KP시장 진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IB의 독점 구도가 고착화한 한국물 시장에 건강한 경쟁관계를 형성할 적기가 왔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5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국계 IB의 전유물이 된 한국물 시장의 상황에 대해 국내 IB 스스로도 할 말은 없어 보인다. 성과 없는 노력에 국내 IB는 시장 진입에 대한 야심을 접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한때 정책적 권고 속에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이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으나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 부족 등을 이유로 대부분 '반짝' 진출에 그쳤다. 현실의 벽을 절감한 국내 IB는 능력을 키우는 대신 트랙 레코드를 포기하고 손 쉬운 원화채 시장 등에 역량을 집중했다.초대형 투자은행(IB)의 등장 이후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물 시장에 대한 의욕은 크지 않다. 글로벌 세일즈 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한 투자 대비 가시적 수익이 나지 않자 대부분의 초대형 IB는 사실상 한국물 영업을 접은 상태다. 자기자본을 대거 늘리는 등 실탄을 확보한 만큼 이젠 글로벌 IB로 거듭나기 위한 내실을 다질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력 잃은 국내 IB…외국계 IB 텃밭된 한국물 시장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을 제외하면 한국물 시장에 대한 국내 초대형 IB의 관심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10여년 전 정부가 '국내 IB의 글로벌화'라는 목표 아래 길을 터줬을 당시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정부의 육성 방침으로 앞다퉈 한국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외국계 증권사 수준의 글로벌 인프라를 만들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서자 한국물 주관 업무는 물론 관련 투자를 접기 시작했다. 원화 채권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국내 IB의 패배의식 속에서 한국물 시장은 외국계 IB들만의 리그가 됐다. 몇 번의 끼워주기식 참여에도 국내 IB가 한국물 주관사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 하자 정부와 공기업도 슬그머니 국내 IB 육성 방침을 외면했다. 그 사이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HSBC, BOA메릴린치 등 글로벌 IB들을 중심으로 한 주관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내 IB가 여전히 한국물 시장을 외국계 증권사의 전유물로 스스로도 각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등에 대한 기반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만큼 한국물 시장은 아직 한국계 증권사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지로 해외법인을 확장하는 데에는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작 IB 본연의 업무에 대한 진출은 소홀한 셈이다. 국내 증권사의 채권 발행 역량이 원화 시장에 그치다보니 초대형 IB의 등장 이후에도 외화 조달에 나선 국내 기업은 글로벌 IB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시장 생태계 조성 필요…글로벌화 기반, DCM 역량부터 갖춰야
국내 IB 업계는 한국물 주관 업무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래에 대한 투자 의지조차 접었다. 한국물 시장 진출에 대한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해당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도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투자에 부합하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식이다.
실제로 10여년 정부 장려 당시 해외 브로커를 채용하는 등 국내 IB는 관련 업무 역량을 기르기에 나섰으나 몇 건의 코매니저 선정에 그쳐 수수료 수익이 미미하자 한국물 진출을 포기했다. 국책은행과 일부 공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의 외화 채권 발행 물량이 소규모에 불과한 점 역시 한국물 시장에 대한 도전 의지를 꺾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공기업이 육성 방침 등에 따라 국내 증권사를 끼워준다고 하더라도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일부 물량에 국한돼 이를 위해 조직과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발행물량이 많아져 국내 회사채 경쟁하듯 한국물 시장이 활성화 돼야 적극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형 증권사가 외국환 업무 전면 허용, 발행어음 인가 등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각종 수혜를 입고 있는만큼 글로벌 IB로 거듭나기 위한 기초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IB의 해외진출은 해외 주식과 부동산 등의 상품 투자에 집중돼 글로벌 IB로서의 역할 수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물을 시작으로 DCM, ECM을 거쳐 M&A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한국물 진출로 해외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 들어가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글로벌 IB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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