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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모소대나무', 주총서 드러난 위기의식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내실 위주 안정적 성장 전략 설명…신사업 비전은 없어

신민규 기자공개 2019-03-22 17:02:42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2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소대나무(Moso Bamboo)'. 4년간 자라지 않고 깊고 넓은 뿌리 내림 시간을 인내하다가 5년째 되는 해에 작은 싹이 돋기 시작해 6주만에 갑작스럽게 15미터 크기의 거대한 나무로 성장하는 대나무다. 중국의 극동지방에만 자라는 희귀종이다.

이 모소대나무를 삼성물산이 정기주주총회 경영현황 설명 영상에서 소개했다. 모소대나무처럼 경영을 하겠다는 직접적 언급은 없었으나 발표 영상에서 두번 언급하며 삼성물산의 현재와 미래를 모소대나무에 빗대는 듯한 뉘앙스의 설명을 했다.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은 22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미중 갈등이 단시일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추세에 있고 국내의 소비심리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 등 경영환경은 어느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주성 부사장 역시 올해 경영전략에 대해 "경영환경이 쉽지 않다"며 "수익성 중심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모소대나무가 뿌리내림을 하는 시기처럼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내실 위주의 안정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경영전략을 주주들에게 설명한 셈이다.

삼성물산의 위기의식은 이날 발표된 경영현황 설명 자료에서 전 사업부문에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상사부문의 경우 교역환경이 악화돼 거래 리스크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부문은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의 소폭 성장이 기대되지만 국내 시장의 위축을 우려했다. 패션부문과 식음사업 부문 역시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리조트부문도 대체재가 증가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정적인 시장환경에 대한 해법은 내실위주의 성장이다. 안정적인 수익기반 하에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한 셈이다.

구체적인 신사업 비전은 언급되지 않았다. 정주성 부사장이 상사부문에 대해 환경, 헬스케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차세대 수익원을 발굴하겠다고 한 정도가 전부다.

같은 날 GS건설은 '스마트팜'을 내세우며 혁신적인 신사업을 비전으로 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GS건설은 농업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켜 향후 3~4년 내에 다른 사업구조를 가진 회사로 변모할 것을 주주에게 약속했다.

삼성물산이 옛 제일모직과의 합병 당시 신사업 육성을 통해 비전을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경영전략에서 '신사업'의 부재는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는 평도 있다. 2015년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지만 4년전 제시한 목표치와 간극은 상당한 셈이다.

삼성물산 개인주주들은 2015년 당시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올해가 4년째로 주가부진에 지친 일부 주주들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함께 구체적인 신사업 육성계획을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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