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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현대중공업'은 정말 이동걸 작품일까 [thebell desk]

문병선 산업1부장공개 2019-04-02 11:48:54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8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식이 열린 한국산업은행 본사.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의 얼굴은 확신과 당당함으로 차 있었다. 청중들을 향해 앉은 두 노장은 "지난해부터 만나 이번 빅딜의 밑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빅딜의 주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들임을 밝힌 자리다. 앞서 1월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을 만났다. 방향을 정했다. 딜이 성사될 수 있는 것을 보자고 했고 상당기간 짜왔다. 그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양사의 최고경영진 간의 교류와 의사교환이 있었다. 구체적인 딜 구조에 대한 협상이 있었다"고 말하며 거래 주도자가 본인임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세간의 관심이 이번 거래의 주도 세력에 쏠리는 이유는 대우조선해양에 그간 투입된 수조원의 공적자금 용처를 파악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 소유 구조조정 회사의 매각 투명성, 아울러 전세계 국가의 독과점 이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거래를 누가 주도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사코 두 금융계·재계 노장은 "본인"임을 간접적으로 때론 직접적으로 말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이번 빅딜이 정말 이동걸 회장과 권오갑 부회장, 두 노장이 주도적으로 리드해서 만든 작품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거래 과정에서 몇가지 상식적인 과정이 생략돼 있고 일반적 M&A 과정과 다른점이 많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다. 국가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위중한 빅딜임에도 이상하리만큼 정부의 간섭도 없다.

일반적 M&A는 자문단 구성 현황이 곧 거래의 주도 세력을 시사한다. 2011년 KCC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7739억원에 샀던 딜은 JP모간 임석정 당시 대표와 정몽진 KCC 회장이 주도했다. 두 대표의 친분 관계가 거래를 맡기는 신뢰의 바탕이 됐다. 비슷한 시기 최태원 회장과 안성은 BoA메밀린치 대표가 진행한 SK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거래도 같다. 자문단의 면면은 거래를 이끄는 핵심 세력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딜은 삼일회계법인과 크레디트스위스가 주로 맡았는데, 거꾸로 크레디트스위스가 진행한 금호 딜은 금호가 오너의 의지가 거의 전적으로 반영된 거래 구조를 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거래엔 이런 유추 과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자문사가 없다. 너무 빨리 진행된 거래였기 때문일 수 있다. 회계법인과 로펌이 각각 회계 자문, 법률 자문을 해주고는 있다. 그러나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를 매각 및 인수하면서 자문단 선정이라는 일종의 거래 '보험'을 들지 않은 것은 더 큰 '보험'이 있었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이 거래를 진행해도 별 탈이 없을 것이라는, '보험'을 뛰어넘는 모종의 '확신'이 있었지 않을까.

계약금 지불 절차가 생략되는 등 일반적 계약 절차와 거래 과정이 다른 점, 현금흐름과 수익전망 등 구체적 수치보다 '뭉쳐야 산다'는 정무적 감각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점, 거버넌스 최상단의 동일인(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부)보다 이동걸 회장이 더 부각되고 있는 점 등도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부 M&A 업계에서는 이 거래를 파격으로 본다.

이번 거래에 깊숙히 개입한 시중에 알려지지 않은 인사들이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미 'G고' 라인도 회자된다. 거래 주도세력들은 조선업 경쟁국가들의 독과점 이슈를 뛰어 넘어야 하는 만큼 최대한 전격적이고 심플하게 거래를 진행하고 싶었겠지만 투명하지 않았던 거래가 성공했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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