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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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된 사회공헌비…실효성에 방점 [삼성 미전실 해체 2년]⑨삼성전자 나눔경영 5200억→3850억원…보여주기식 지양하고 중장기 공헌에 초점

김성미 기자공개 2019-04-17 08:20:22

[편집자주]

삼성그룹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 2년이 지났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 이름을 바꿔가며 60여년 동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전실의 해체는 삼성의 안팎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전실 해체 후 삼성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한계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6일 11:0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회공헌에 5000억원을 쓰는데 왜 삼성 이미지는 부정적인가."

옛 미래전략실 고위 임원은 사석에서 고민을 털어놨다. 매년 5000억원이 넘는 사회공헌비를 쓰는데 삼성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부정' 일색이다.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가 아닐까, 규모를 더 파격적으로 늘리는 게 답일까' 등 고민을 거듭했지만 해답은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미전실이 해체됐고 사회공헌사업은 각사별 자율경영체제에 맡겨졌다.

2년이 지난 지금 사회공헌활동 전체 규모는 크게 줄었다. 대신 각사가 자율로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삼성은 사회공헌에 대한 해답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찾고 있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와 함께 사회공헌활동 대수술에 돌입했다. 미전실 해체 전 삼성전자는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나눔경영에 투입했다. 미전시른 각 계열사별로 일정 금액의 사회공헌비를 차출해 그룹의 이름으로 이를 활용했다. 미전실이 사라지면서 사회공헌활동은 각사별로 회사 특성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규모는 줄었지만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일회성 지원은 줄이고 실효성은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5000억→3850억, 규모 줄어…중장기 사회문제해결 앞장선다
삼성 사회공헌활동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해 지출한 기부금은 연결기준 3103억원이었다. 2017년엔 3097억원 수준이었고 2016년엔 4070억원, 2015년엔 4464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기부금은 2015년 대비 40%가량 줄었다.

삼성전자가 발간하는 지속경영가능보고서엔 2017년까지 나눔경영 규모가 집계돼 있다. 기부금 외에 각종 프로그램 등을 통해 나눔경영에 쓰는 비용을 포함한 데이터다. 삼성전자는 2017년에 나눔경영에 3850억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전년 4440억원 대비 13% 감소한 수치다. 미전실이 건재하던 시절인 2016년엔 5230억원, 2015년에도 5230억원을 썼다. 지난해 데이터는 아직 파악되지 않지만 2017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다. 삼성SDI는 2017년 사회공헌에 40억원을 투자했다. 전년보다 18%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기도 같은 기간 40%가량 줄인 44억원을 지출했다.

감사보고서상 기부금이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 나눔경영 규모는 모두 미전실 해체 이후 25~40% 줄었다. 그룹 차원에서 일괄 집행하던 기부금 항목이 대폭 감소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이후 각종 지출 내역에 대해 이사회를 통해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몇천만원 단위의 기부금도 이사회에 안건을 올려 심의를 받는다.

◇미전실 일사분란한 의사결정…해체뒤엔 실효성에 방점

과거 미전실 시절 삼성의 사회공헌활동은 규모를 키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무엇보다 삼성이 앞장서면서 다른 기업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재계엔 암묵적으로 삼성의 기부금을 기준으로 재계 순위별 기부금을 정하는 관행이 있다. 예컨대 연말 이웃사랑 성금에 삼성이 500억원을 기탁하면 현대그룹은 250억원, SK나 LG는 120억원을 내는 식이다. 그 다음 순위론 100억, 80억, 50억으로 내려간다. 삼성이 기부금을 늘리면 그만큼 비율대로 다른 대기업들도 기부금을 늘렸다.

미전실은 500억원이란 금액을 맞춰두고 각 계열사에 기부금을 갹출한다. 일사분란하게 사회공헌비를 내고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사 결정은 각사의 특성이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삼성 혹은 재계의 이미지로 사회공헌을 하는 성격이 짙다. '의무감'으로 사회공헌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각 회사의 특성에 맞춰서 진행된다. 단순이 돈이 문제가 아니라 각 계열사별 특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는 삼성전자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취업 준비생들에겐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SDI의 에너지 교육 프로그램 '푸른별 환경학교', 삼성전기의 저소득층 대상 인공관절 무료 시술 사업 등 각 회사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인 드림클래스는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장을 제공하고 대학생들에겐 봉사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미전실 시절부터 진행하던 프로그램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애착을 갖고 매년 드림클래스 현장을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좋은 프로그램은 명맥을 이어가고 일부는 새롭게 변화하며 진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세먼지연구소를 만들어 미세먼지 저감 마스터플랜을 짜기로 했다. 오염물질 배출량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산업별 저감 목표 등을 제시해 전 국가적 미세먼지 해결 프로젝트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기부금, 사회공헌비를 내는 것에서 한 차원 높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인사팀장이 사회공헌단장을 겸직하는 파격인사가 단행되기도 했다. 박용기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사회공헌단장을 겸직하게 됐다. 회사에서 인사권을 가진 실세가 직접 사회공헌 업무를 진두지휘하게 되면서 사회공헌활동에 힘을 실어줬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전 계열사에 이 같은 인사가 단행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각사별 사회공헌활동에 나서면서 규모가 줄어든 모습"이라며 "그러나 사회공헌활동을 사업처럼 해석, 제대로 성과를 달성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_드림클래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6년 1월 22일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드림클래스 겨울캠프에 깜짝 방문했다./제공=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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