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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전쟁 중독자의 일대기 속에 감춰진 돈이라는 조연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바이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9-04-18 14:42:59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7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차 걸프전 직후인 1992년에 출간됐다가, 9.11사태 직후인 2002년 4월 개정판이 출간된 책이 있다. 바로 '전쟁 중독: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Addicted to War: Why The US Can't Kick Militarism)라는 만화책이다. 미국이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전쟁을 통해 부와 권력을 확대해 나갔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만화로 쉽게 설명해 화제가 됐던 책이다.

원주민 학살로 시작해 멕시코 및 중남미 침공, 1차 및 2차 세계대전 참전, 한국, 베트남, 리비아, 이란, 아프리카 다양한 국가전쟁에 개입, 그리고 걸프전에 이어 9.11 사태 이후 아프카니스탄 침공까지, 미국의 끊임 없는 전쟁사를 다루던 이 책의 막바지에 다음과 같은 인용구가 등장한다.

"이 전쟁은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것은 이제 영구적으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당시 미국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가 한 이 발언에 왜 주목해야 하는지, 당시 독자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약 17개월 후인 2003년 3월, 미국이 대상살상무기도 없는 이라크를 침공해 최소 15만명에서 최대 60만명 이상 민간인의 희생을 가져온 무의미한 전쟁을 시작하리라고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12월 미국에서 개봉돼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후, 얼마전 국내에서도 개봉된 아담 맥케이 감독, 크리스천 베일, 에이미 아담스, 스티브 카렐, 샘 록웰 주연의 영화 '바이스'(Vice)는 바로 이 발언의 주인공 딕 체니를 다룬 영화다. '악'이라는 뜻과 함께 부통령의 '부'(副)라는 뜻을 함께 가진 'Vice'라는 제목이 공개된 시점부터, 큰 주목을 끌었던 작품이다.




영화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던 와이오밍 출신의 청년 딕 체니가, 미국의 네오콘(미국 신보수주의자)의 상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미국 역사상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부통령이자 동시에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부통령이 됐는지를, 부통령직 수락부터 9.11사태 발발과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세밀하게 설명해준다.

감독 멕케이는 이미 전작 '빅 쇼트'에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직전에 시장의 폭락을 예상하고 숏 포지션에 거액을 걸어 엄청난 수익을 올린 이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루어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그 여세를 몰아 이번에도 다큐멘터리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가며, 살아있는 거물 정치인의추악한 뒷 모습을 그려냈기에 미국의 평단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딕 체니로 대변되는 미국 정치 시스템이라는 것이, 근원적으로 권력의 획득을 위한 투쟁이며 동시에 획득한 권력의 극대화를 위한 투쟁임을 쉽게 이해시켜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투쟁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무고한 희생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냉랭하게 까발려 버린다.

또한 투쟁의 이면에 결국 돈이라는 또 다른 목적이 존재한다는 것도 쉽게 설명해준다. 딕 체니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정치계를 떠나 다국적 석유 및 건설 기업인 할리버튼(Halliburton)의 CEO로 재직했고, 부통령으로 정치에 복귀하자 마자 일으킨 일련의 전쟁들을 통해 할리버튼에게 막대한 수익이 돌아갔다는 사실을 다뤘기 때문이다.

딕 체니에게 약 400억원(3600만달러)이 넘는 퇴직금을 지급한 할리버튼이 테러와의 전쟁 기간 동안 단독 입찰을 통해 따낸 정부 계약은 무려 8조원 가까운 금액(70억달러)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이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지만, 아무도 기소되지 않고 마무리 됐다. 9.11사태 이후 단돈 7달러였던 할리버튼의 주가가,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엔 50달러까지 치솟은 이유다.

참고로 이 영화에는 신기하게도 히어로 영화에나 있는 쿠키 무비(본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간 다음 나오는 짧은 영상)가 있는데, 사실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기에 다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쿠키 무비가 아래 링크에 공개되어 있으므로 꼭 보시길 바란다. 그 어떤 히어로 영화의 쿠키 무비보다 속이 꽉 찬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바이스'쿠키영상: https://tv.naver.com/v/803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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