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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IR' 어려워야 통할까 [thebell desk]

민경문 산업2부 차장공개 2019-05-02 08:09:21

이 기사는 2019년 04월 30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바이오 업체들을 탐방하다보면 각양각색의 IR 자료를 접한다. 투자자를 설득하는 첫 관문인 만큼 자료 작성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를 모색하는 신약 업체라면 더욱 그렇다. 각종 그림 자료와 다양한 실험 데이타는 기본이다.

물론 '비(非) 바이오 전문가' 입장에서 이들의 IR 자료를 이해하긴 쉽지 않다. 영어로 도배되는 건 기본이고 개발 코드명과 전문 용어가 난무한다. 기자에게만 어려운 건지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 임원에 상황을 하소연해보기도 했다. 그 역시 "워낙 분야가 다양하다 보니 전문가라도 바이오 신기술을 모두 이해하긴 어려울 것"이란다.

바이오기업 창업자 상당수는 국내외 유명 대학 교수나 박사 출신이다. 연구개발(R&D)에만 올인해 왔던 만큼 홍보나 IR에는 익숙치 않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적어도 기자들이 만나본 창업자들은 그랬다. 그러다보니 어려운 말도 쉽게 풀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이들이 투자자 또는 언론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진행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마치 그렇게 해야만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 난해한 단어들을 쏟아낸다. 청중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제대로 신약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회사 이름도 마찬가지다. OO젠, OO바이오를 넘어 최근에는 OO테라퓨틱스(therapeutics)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어떤 분야의 바이오 업체인지 알기 어렵다. 일부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도긴개긴'인 만큼 회사명이 크게 중요치 않아 보인다. 일부는 OO바이오라는 이름을 걸어놓고 합성신약 개발에 주력하기도 한다.

바이오 전문 VC 관계자는 "IR 자료를 포함해 회사 설명을 너무 어렵게만 풀어나간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아무리 기술이 좋다한들 투자자를 제대로 설득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구체적인 연구개발 현황은 언급하지 않고 파이프라인 개수만을 내세우는 홈페이지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물론 이들에게 IR 자료나 홈페이지를 '투자자 위주'로만 만들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듯하다. 어차피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묻지마 바이오 투자'를 단행하는 개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워 보이는 신약기전일수록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야말로 바이오 광풍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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