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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개미, 그들만의 IR

신현석 기자공개 2019-05-13 08:03:05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0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 IR컨설팅 업체 대표를 만났다. 국내 상장사와 기관투자자 간 소규모 IR 미팅을 주선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그에게 기관투자자만 따로 모아 비공개 IR을 진행하는 이유를 물었다. 소액주주, 일명 ‘개미`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을 전달한 것이다.

그는 "극성맞은 주주는 개미인 경우가 다반사이며 특히 이들이 가진 지분이 너무 적다"고 답했다. 지분이 적은 소액주주가 너무 극성맞게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는 "상장사 입장에서 적은 지분을 가진 개미보다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기관투자자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서울 여의도 일대 IR 현장을 다니다 보면 기관투자자는 대체로 점잖다. 반면 공개 형식의 IR 현장에선 기업에 거칠게 항의하는 개인투자자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비로 투자하는 개인과 자산운용사·증권사 등 회사 투자금으로 상장사를 저울질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이 어찌 같을까. 또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들어 ‘개미 배제`를 당연시하는 설명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본질로 돌아가 보자. 기업이 민감 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하면서까지 상장하려는 이유는 결국 상장 자체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상장을 통해 공신력이 생기고 그만큼 자금을 당겨오기가 쉬워진다. 신사업 추진을 명분으로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거나 보유 지분을 담보로 오너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있다.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도 회생신청을 통해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이점도 있다. 일부 기업은 재무제표를 교묘히 작성해 주가를 끌어올려 오너가 보유 지분만큼 자산 증식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이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늘 피해를 보는 쪽은 개미다. 개미는 소위 ‘고급 정보`에서 늘 소외되고 있다. 지금도 여의도 일대에선 비공개 IR이 매주 진행된다. 미리 초대받은 기관투자자만 참석해 ‘그들만의 정보`를 주고받는다. 정보를 모르는 개미는 뒤늦게 변화된 주가 흐름을 분석해야 한다. 눈 뜨고 당하는 개미가 쏟아지는 이유다.

소액주주는 지분율이 기업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주주 수 측면에선 최대주주나 기관을 압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들이 기업에 끼치는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상장이 과연 기업 오너의 특권과 수혜만을 위한 제도일까. 주식이 건전한 시장경제의 첨병 역할을 하려면 ‘그들만의 IR`을 열린 공간으로 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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