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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엑시트 그후]구조조정 에스콰이아…형지도 "쉽지 않네"주인 변경 후에도 고전 지속…분기 반짝 흑자전환

노아름 기자공개 2019-05-14 08:16:02

[편집자주]

사모펀드의 목표는 기업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팔아 자본이득을 얻는 것이지만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좋은 주인을 찾아주는 일도 중요하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매각한 기업들은 새 주인을 만나 뿌리를 잘 내리며 온전히 커가고 있을까. 주인이 바뀐 기업들의 실적, 재무구조, 경영 전략의 변화 등을 다각도로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0일 11: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품권 발행 중단, 성남 구두공장 가동 중단, 대표이사 교체, 모기업 형지엘리트의 가산동 사옥 매각…. 제화브랜드 에스콰이아가 형지그룹 품에 안긴 뒤 생긴 변화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품에서 떠나 새 주인을 맞이한 형지에스콰이아(이하 에스콰이아)는 다사다난했던 4년을 보냈다. 형지 측은 회생절차를 밟던 에스콰이아를 인수한 2015년부터 현재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PMI(인수 후 통합) 작업에 매진해오는 모습이다. 다만 여성복·남성복·아웃도어·골프웨어·학생복 등 의류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형지그룹마저도 수렁에 빠진 에스콰이아를 정상화시키기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패션 시너지 노렸지만…에스콰이아 흑자전환 '당면 과제'

PEF 운용사 H&Q코리아는 2009년 8월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에스콰이아(법인명 이에프씨) 지분 100%(800억원)를 매입했다. 인수 만 2년이 되는 2011년까지는 연평균 30.1%씩 매출이 증가하는 등 안정적 외형 성장을 거듭했으나 국내 시장 경기침체로 2012년 전년대비 11.4% 감소한 매출 1803억원을 기록해 성장세가 꺾였다. 같은해 영업손실 53억원을 내 적자전환한 뒤 2014년 3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기까지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벌어들이지 못하자 재무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2014년 2월 말 만기가 돌아온 한화저축은행 차입금(5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고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 500억원 상당의 금융권 차입금 상환 여력이 없었던 H&Q코리아는 에스콰이아 매각을 고려하다가 법정관리를 택했다. 이후 형지그룹이 에스콰이아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시점은 2015년 5월이다. 엘리트를 에스콰이아 인수 주체로 세운 형지그룹은 인수금융을 활용해 회사채 인수와 유상증자 등에 총 670억원을 투입했다.

주목할 점은 형지그룹이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에도 에스콰이아의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형지그룹이 에스콰이아 인수 이후 결산시점을 6월로 변경한 점을 감안하면 최근 3개년(2016년 6월~2018년 6월) 성과가 주주 손바뀜 이후 경영실적 변화 판단의 지표가 된다. 에스콰이아는 연매출 800억원 대에서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전성기 2002년 2300억원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매년 40억원의 영업적자가 쌓이면서 누적결손금은 1100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부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형지에스콰이아 주요 재무지표 현황

◇재고자산 평가손 처리…부채 상환 위한 자산 매각 눈길

한편 에스콰이아는 재무상황에도 경고등이 켜진 모습이다. 일례로 재고자산의 판매전환 시기가 늦어진 점은 형지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스콰이아는 상품과·제품이 악성재고로 쌓일 것을 우려해 지난해 10억원 상당을 평가손실 처리한 상태다. 형지 측은 에스콰이아 법정관리 원흉으로 지목됐던 상품권 신규 발행을 중단한 상황인데, 이는 일부 소비자가 발길을 끊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에스콰이아는 상품성이 떨어진 재고자산을 손실로 반영했다.

에스콰이아 실적이 더딘 회복세를 보이며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차입금 조차 상환하지 못하자 형지그룹 계열사는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형지 측은 지난 2017년 형지엘리트 가산동 사옥(98억원)을 포함해 형지에스콰이아 성남공장(303억원), 부산 서면에 보유하던 빌딩(166억원), 대구에 보유하던 빌딩 및 매장(66억원) 등을 처분하기도 했다.

형지그룹 관계자는 "형지에스콰이아와 모기업 형지엘리트가 각각 자산을 매각해 과거 형지엘리트가 에스콰이아 인수 당시 농협은행,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조달한 인수금융을 상환했다"고 말했다.

이외에 형지그룹은 에스콰이아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정상화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남성구두를 생산하던 성남공장을 매각한 뒤 지난해 정리해고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강수호 에스콰이아 당시 대표이사가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 지난해 3월 사임했다. 앞서 형지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패션그룹형지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던 강 전 대표이사를 에스콰이아의 새로운 수장으로 앉혔던 바 있다. '재무통'을 파견해 에스콰이아 PMI 완료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었으나 관련 계획에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형지그룹은 에스콰이아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해오다가 유휴자산 매각 등으로 한 숨을 돌린뒤 최근 영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수년 내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기대되는 만큼 올해를 수익성 개선 원년으로 삼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캡티브 매출 규모 미미…계열사 대출·지급보증 '후방 지원'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굴지의 패션그룹이 에스콰이아를 품었음에도 아직 가시화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에스콰이아 경영정상화에 형지그룹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현재까지는 형지그룹 편입 이후 에스콰이아가 그룹 내 울타리에서 받는 도움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에스콰이아는 매출 일부를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보유한 관계사를 통해 거둬들이고 있지만 매출기여도가 높지 않다. 이외에 주요 계열사 패션그룹형지의 도움을 받아 외부서 자금을 조달해오는 모습이다.

형지그룹 편입 이후 에스콰이아는 연간 10억원이 밑도는 금액을 캡티브 마켓(계열사 간 거래)서 창출하고 있다. 에스콰이아는 2017년 매출 7억원을 형지엘리트, 형지I&C, 형지리테일에서 거둬들였다. 이듬해에도 에스콰이아는 패션그룹형지, 형지쇼핑 등에서 6억원의 매출을 냈다. 형지그룹 특수관계사의 에스콰이아 매출기여도는 연간 1%를 밑돌지만 매출채권 등을 감안하면 에스콰이아는 중장기적 매출 확대 가능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는 형지그룹의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제화 판매가 가능한 데 따른 결과다. 에스콰이아는 온라인 자사몰 이외에도 형지그룹의 아울렛 아트몰링에 입점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아울렛 유통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형지쇼핑은 지난해 연말기준 에스콰이아와 4억원 상당의 매입거래를 진행했으며, 전년에도 엇비슷한 규모 거래가 이뤄졌다.

이외에 계열사는 에스콰이아에 직접 자금을 대여해주거나 지급보증을 서 신용을 보강해줬다. 에스콰이아는 형지엘리트, 패션그룹형지 등으로부터 차입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계열사 기존 차입금 205억원을 상환하고 37억원을 신규 차입했다. 주요 계열사 패션그룹형지를 통해서는 지난해 연말기준 325억원의 지급보증을 받은 상태다.

형지그룹이 설립한 신설법인에 주목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해 형지그룹은 국내 기업과 손잡고 스포츠화 생산·유통법인을 설립했다. 이에 패션업계는 형지그룹이 스포츠화를 비롯해 신발시장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오고 있어 그룹사가 구두, 운동화 등 유관사업군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8월 형지그룹은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쟉의 스포츠화를 생산·유통하기 위한 조인트벤처(JV) 코니글로벌을 설했다. 형지그룹에서는 패션그룹형지가 합작사 설립 주체로 나섰으며 이외에 중국과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C&K무역, 신발브랜드 DC슈즈와 Huf 등을 론칭한 JBJB글로벌이 동일한 액수를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그룹형지 관계사 신용보강

◇국내 제화업계 '부진의 늪'…지난해 분기 흑자전환 고무적 성과

에스콰이아의 부진은 비단 형지그룹 자체적인 경영능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트렌드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며 운동화·등산화·구두 등의 생산 및 판매가 모두 줄고 있는 영향이 업계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만들었다. 특히 제화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신발산업진흥센터가 2017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4~2016년) 구두 완제품을 생산한 기업의 매출은 운동화 및 등산화를 생산한 기업의 매출 규모를 밑돌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6년 내수 및 수출을 통해 구두 제조업체가 연간 거둬들인 매출은 53억원 상당으로 같은 기간 등산화제조(330억원), 운동화제조(180억원) 등에 비해 낮았다. 매출동향 변화 조사대상에 포함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사개발생산) 등 제조업체의 매출액은 유통·판매사업자의 발주량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에스콰이아 등으로 대표되는 상품 최종판매사가 국내외 시장현황을 감안해 물량을 늘리지 않고 있는 영향이 유관사업자 매출 현황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신발시장규모변화
출처: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

이에 형지그룹은 반등을 모색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수장을 교체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브랜드 리뉴얼을 통한 고객층 다양화를 꾀했다.

형지그룹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과 형지에스콰이아에서 업력을 쌓은 권영숭 상무를 에스콰이아 신임 대표이사로 지난해 5월 선임했다. 권 대표이사는 에스콰이아 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영업 전반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 전문가로 알려졌다. 에스콰이아는 구두 이외에도 가방, 지갑 등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NS홈쇼핑과 핸드백 제품에 대한 단독 방송을 편성하는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브랜딩 및 영업 강화에도 방점을 찍은 상황이다. 형지그룹은 에스콰이아 인수 이후 고급 수제화 브랜드 '알쿠노' 리뉴얼에 나서고, 캐주얼화 브랜드 '영에이지'와 액세서리 브랜드 '소노비'를 젊은 디자인으로 탈바꿈해 기존 중장년 고객층뿐만 아니라 2030 세대 또한 신규 고객으로 타게팅하고 있다.

이외에 에스콰이아는 해외에서 제품 및 상품 소싱을 늘려 원가율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며, 할인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판매방식을 통해 이익률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2분기(2018년 10월~12월) 단일 분기기준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수익성 개선 효과를 봤다.

에스콰이아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10월~12월) 영업이익 2억원, 당기순이익 18억원을 각각 기록해 분기기준 흑자전환했다"며 "이는 해외소싱 확대 및 과다할인 판매 지양 등의 다양한 실적개선 노력의 결과물이며 에스콰이아는 향후 홈쇼핑 및 온라인 몰 판매 촉진 전략을 펴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콰이어는 권영숭 신임 대표이사 체제 이후 영업력 강화를 통한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 상태다. 형지그룹에 따르면 에스콰이아는 올 6월 결산 마감에 매출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유지되고 영업손실 폭을 전년대비 줄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그룹형지 관계자는 "제화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어 에스콰이아는 올해에도 전년과 엇비슷한 수준인 800억원대의 매출을 거둬들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기존 백화점 매장 중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아울렛 입점 비중을 높인 결과 영업손실 규모는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형지에스콰이아 2018년 실적
출처: 형지에스콰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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