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5월 13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시도한 중견기업 오너가 물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심사를 규정대로 45일(영업일 기준) 안에 끝낸 적이 있나요?" 상장예비심사가 다섯달째로 접어들자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갔다고 말을 이었다.상장예비심사 기간은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지나치기 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막상 IPO에 나서면 심사 승인이 미뤄지는 것처럼 속을 태우는 게 없다. 무엇보다 대규모 공모 자금은 당초 구상한 쓰임새에 맞춰 적기에 투입돼야 한다. 심사 기간이 예상 외로 길어지면 자칫 타이밍을 놓칠까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기업이든지 IPO는 창립 이래 최대 이벤트다. 스톡옵션을 가진 임원급 인사부터 우리사주를 노리는 말단 사원까지 전 임직원이 매달리는 초미의 관심사다. IPO 기간이 수개월씩 늘어지면 조직원의 피로감이 하루가 다르게 커져간다. 상장을 주관하는 IB도 진이 빠지는 건 마찬가지다.
엄밀히 말하면 상장예비심사 기간은 한국거래소의 재량에 달려있지 않다.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8조)에선 심사청구일부터 45일 이내에 세칙으로 정하는 날까지 결론(통보)을 내리도록 강제하고 있다. 다만 예외규정을 둬 심사청구서와 첨부서류를 정정하는 경우, 전문평가기관의 평가를 의뢰한 경우 등 한정적으로 기간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원칙 규정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 예외 적용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올해 1월 1일 이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가운데 45일 안에 심사를 통과한 곳이 있을까. 절차 자체가 서류 작업에 불과한 지주사 전환 재상장(우리금융지주)과 스팩(SPAC) 합병상장을 제외하면 단 1곳도 없었다. 이쯤되면 원칙과 예외의 혼용 수준으로 볼 수도 없다. 법규에 명시된 45일룰은 현재 IPO 시장에서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원칙적으로 45일 이내에 업무를 소화해야 할 의무를 짊어지고 있다. 각종 법규에서 심사 기간을 명확하게 못 박는 건 결과만 기다리는 청구인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예외 사유 하나를 끄집어내면 상장규정을 지켰다는 구색은 맞출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원칙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작은 룰 하나라도 허투루 보지않아야 한국거래소가 자기 입맛대로 심사한다는 볼멘소리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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