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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추진 진흥기업, 피인수부터 워크아웃 졸업까지 효성그룹 아래서 암흑기…경영권 거래 여부 '핵심'

박시은 기자공개 2019-05-16 08:17:08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5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진흥기업은 1959년 설립돼 60년 역사를 지닌 건설사다. 토목·건축공사, 주택건설 등을 주 사업 영역으로 삼고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지(1977년 기업공개)도 40년이 넘었다. 작년 말 기준 종업원 수는 210여명으로 집계된다.

종합건설업체인 진흥기업은 크게 토목, 건축·주택, 플랜트 3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 공공부문의 발주는 도로, 항만, 철도 등의 정부 발주 위주의 기초 사회간접자본 투자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파트 시공이 대부분인 민간부문은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그리고 자금력이 받쳐줘야 한다. 진흥기업의 경우 오랜 업력을 내세워 국내외 주택 및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모기업집단인 효성그룹과의 인연은 2008년 시작됐다. 당시 조현준 회장 주도로 건설사로서는 과감한 베팅이라 할 수 있는 931억원 투자로 진흥기업 경영권을 취득했다. 건설업 확장 시너지를 노리고 바이아웃을 단행했지만 효성그룹 아래에서 빛을 보지는 못했다. 효성 계열사로 편입된 후광에 힘입어 진흥기업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건설업·부동산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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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의 인수 당해인 2008년 진흥기업의 매출액은 6000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 당기순이익은 6억원 수준이었다. 매출과 영업익은 전년 대비 개선됐으나, 이자비용과 대손상각비 등 금융비용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업외비용이 예년보다 100억원 이상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순이익은 이미 10분의 1 토막이 난 상태였다. 인수 이듬해인 2009년엔 순이익은 물론 영업이익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실은 410억원, 순손실은 무려 1500억원에 달했다. 순손실폭은 2010년 1983억원, 2011년 2125억원으로 눈에 띄게 확대됐다. 부채비율은 290%에 육박했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채권단이 진흥기업 워크아웃을 개시한 것도 이 무렵이다.

2012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한창이던 진흥기업에 대해 21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참여, 대량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됐다. 효성그룹도 절반 가량인 1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었다. 하지만 진흥기업은 밑빠진 독과 다름 없었다. 2016년까지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7년 들어서도 효성그룹과 채권단은 지속적인 수혈을 했다.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함과 더불어 효성 및 채권단 소유 보통주 2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감행키도 했다. 효성과 채권단의 노력이 없었다면 상장폐지 및 관리종목 지정 등을 당할 위기에 처했으나 심폐소생술 이후 자본잠식률을 30%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이 때부터 운이 트였다. 주택사업부문이 살아나면서 2017년 매출액(5733억원)과 영업이익(416억원)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순이익은 21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8년에도 순이익은 약 60억원으로 흑자 기조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공시된 진흥기업의 순이익이 1분기에만 75억원에 달해 주주들 입장에선 모처럼 희망적인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 기준 진흥기업의 시공능력평가액은 5688억원, 도급순위는 58위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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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은 작년 말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진흥기업의 공동관리 절차 종료를 결의했다. 진흥기업의 워크아웃 돌입 후 7년만의 졸업이자, 채권단으로서는 자금 회수(엑시트)를 결정하게 된 계기다. 매각 작업은 우리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에 채권단 의결권을 행사하던 산업은행은 이를 우리은행에게 넘긴 상태다. 우리은행은 현재 진흥기업 지분 25.3%를 들고 있다. 채권단 전체 보유지분은 약 44%로 2대주주 지위다. 채권단에는 우리은행, 산업은행과 더불어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30여개 기관이 포함돼 있다.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진흥기업 주가도 크게 출렁였다. 현재 시가총액은 3400억원 가량(14일 종가 기준)이다. 현재 공식 매각 대상 지분은 진흥기업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이지만 시장에서는 효성그룹 역시 경영권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내 진흥기업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효성중공업으로 48.19%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 효성그룹은 채권단 지분 매각과 타이밍을 맞춰 보유지분을 함께 파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지만, 만약 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로 결단을 내릴 경우 딜의 성격이 달라진다. 채권단이 들고 있는 44% 지분만 매물이 돼 원매자 입장에서는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2대주주 자리만 취할 수 있다. 바이아웃이 아니란 점에서 일부 전략적투자자(SI)들에겐 투자 매력(Investment Highlight)이 다소 떨어지는거래가 될 수 있다. 매도자 입장에선 SI가 아닌 재무적투자자(FI)들을 인수자로 삼아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네트워크가 중요한 건설업 특성상 매각자로서의 입김은 2대주주(채권단)가 강할 수 있으나, 사실상 이번 거래의 흥행 성패를 가를 주요한 키는 1대주주(효성그룹)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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