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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에 녹아 있는 '안정 추구 DNA' [현대백화점을 움직이는 사람들]①그룹의 등대 '기획조정본부'…계열사 요직에 '실리파' 중용

양용비 기자공개 2019-05-17 12:28:08

[편집자주]

현대백화점그룹은 재계에서도 빠르게 경영 승계를 이뤄낸 곳으로 손꼽힌다. 승계 이후 그룹은 백화점을 주력으로 하는 유통 사업을 비롯해 패션과 리빙 인테리어 사업을 3대 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두 오너 형제가 손발을 맞추며 그룹을 이끌 수 있는 데는 숨은 조력자들의 공로가 녹아 있다. 핵심 사업체를 중심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끄는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6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가에서 대표적인 '안정지향'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신사업 확장이나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 돌다리를 한 번 더 두드리는 스타일이다. 계산기를 눌러보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유통가의 트렌드라고 하더라도 섣불리 따라가지 않는다.

유통업계의 화두는 단연 이커머스로 점철되는 온라인 사업이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대규모 실탄을 준비하며 이커머스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만큼은 다르다. 아직 유통업계 온라인 사업이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업계의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불확실한 사업에 대한 투자는 지양하고, 기업 본연의 목적인 '이익창출'에 무게를 두는 경영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만큼 경영 활동에 있어 확고한 철학과 소신으로 무장해 실리를 추구하는 곳이 바로 현대백화점그룹이다.

인사에도 이런 경영철학이 묻어난다. '선(先) 안정 후(後) 성장'의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대거 중용된다. 그만큼 자신의 위치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인물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내부적으로도 부문 인사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대백 조직도

◇그룹의 컨트롤타워 '기획조정본부'

현대백화점 내에는 총 5개 본부가 존재한다. △기획조정본부 △경영지원본부 △미래사업본부 △상품본부 △영업본부 등이다. 이 가운데 상품본부·영업본부가 현대백화점의 핵심이라면, 기획조정본부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핵심으로 주요 계열사들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현재 기획조정본부는 장호진 사장, 경영지원본부와 영업본부는 각각 윤기철 부사장과 정지영 부사장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미래사업본부는 황해연 부사장, 상품본부는 나명식 전무가 수장이다.

현대백화점을 지탱하는 5개 본부를 이끄는 각 부문의 수장을 단순 비교해봐도 기획조정본부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기획조정본부는 사장급이 이끌고 나머지 4개 본부는 부사장급 이하가 지휘봉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기획조정본부는 오너일가의 경영을 최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정지선 회장의 경우 기획조정본부의 전신인 기획실을 거쳤고, 정교선 부회장도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기획조정본부에서 경영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그만큼 오너일가의 경영철학이 녹아있고, 깊이 이해하는 곳이 기획조정본부인 셈이다.

이동호 부회장은 정교선 부회장이 2005년 기획조정본부 이사로 부임했을 당시 같은 본부 기획담당 상무로 일했다. 이후부턴 줄곧 기획조정본부에서 함께 일하며 그룹의 대소사를 주도해 온 경영 파트너다.

이 때문에 기획조정본부장은 오너일가 및 부회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그룹의 '실세' 역할을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오너일가를 제외하면 부회장 명함을 받은 사람은 이 부회장과 경청호 전 부회장으로, 이들 모두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을 역임한 인물들이다.

이 부회장과 경 전 부회장은 각각 '기획통', '관리통'으로 명성을 떨쳤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부회장직에 주로 재무를 관리했던 인사를 승진시킨 것도 실리에 무게를 둔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역할도 상당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안정을 중시해 M&A에 소극적이지만, M&A를 할 때에는 기획조정본부 투자기획팀이 주도해 그룹의 사세를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정 회장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계열사간 역할을 조정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교선 부회장이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기획조정본부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 형제가 나란히 이사회에 참여하게 돼 계열분리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그간 업계에선 정 회장이 백화점 등 유통사업, 정 부회장이 식품 등 비유통사업을 전담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정 부회장이 현대백화점 이사진에 포함되면서 기획조정본부의 보좌진으로서 역할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그룹

◇'실리 DNA' 심은 CEO, 주요 계열사 대거 포진

현대백화점그룹의 안정 추구 전략은 대체적으로 주효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면서 수익이 악화된 반면 현대백화점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실리 추구라는 그룹의 DNA를 품은 전문경영인들이 주요계열사에 포진해 있어 가능했다.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 △현대리바트 △현대HCN △한섬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들은 2016년 대부분 승진한 인물들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당시 승진 인사는 패션·리빙·푸드 등 고객 토탈 라이프케어를 지향해 관련 업체들에 대한 인수가 마무리 되면서 조직을 더욱 안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6개 계열사 7명의 사장 이상의 인사 가운데 3명이 기획조정본부 출신이다. 앞서 거론된 이 부회장과, 장 사장 이 외의 인물은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사장이다.

박 사장은 2000년 입사해 기획조정본부 전략기획팀장을 맡은 이후 무역센터점장, 영업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1964년생으로 사장단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박 사장은 2016년부터 그룹 내 캐시카우인 현대그린푸드를 이끌고 있다.

기획조정본부장을 맡고 있는 장 사장도 현대그린푸드 대표를 하다 2015년부터 기획조정본부로 돌아와 그룹 내 계열사들을 조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끄는 주요 임원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바로 학벌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일부 대학 출신만 편중해 중용하는 것과는 달리 다양한 대학 출신의 인사를 요직에 앉혔기 때문이다. 학력보단 실력과 성과가 최우선이라는 경영철학을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대목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조선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으로 1984년 현대그룹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경청호 전 부회장도 청주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으로 현대백화점그룹에서 30년 가까이 일했다.

그룹 내 사장단의 학벌은 다양하다. 6개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장호진 사장과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사장 2명이다.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부산대 경영학)·강찬석 현대홈쇼핑 사장(경희대 경영학)·김화응 현대리바트 사장(숭실대 경제학)·김형종 한섬 사장(국민대 경영학)·유정석 현대HCN 부사장(영남대 경영학)의 출신 학교는 모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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