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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LG 인식조사]인화의 명과 암…오너라면 "문화 바꾸겠다"(15)기업·조직 문화 개선해야…"사업 집중하고 경쟁력 바꿔야"

정유현 기자공개 2019-06-04 08:10:13

[편집자주]

LG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는 4위권이지만 통상 두번째로 호명된다. '인화정신'이나 깨끗한 오너십은 호평을 받는 반면 만년 2등이란 이미지도 뿌리깊다. 더벨은 LG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 조사를 통해 LG 이미지의 실체를 분석해봤다. 설문은 리얼미터에 의뢰한 일반인 전화 조사와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 대면 조사를 병행해 진행했다. 일반인 조사는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전문직 종사자 조사는 서울 지역 30~50대 대기업·금융사·로펌·회계법인 등 임직원 34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3% 수준이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8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의 창업정신은 사람들이 화합한다는 의미의 '인화(人和)'다. 창업 초기부터 구 씨 가문과 허 씨 가문이 동업을 통해 만들었고 계열분리 및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도 아무런 잡음이 없었던 것은 '인화 정신' 덕이었다.

'인화' 정신과 다른 대기업에 비해 잡음이 없는 LG의 기업 문화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화 정신은 기업 경쟁력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다. 인화 정신은 LG의 인사 시스템에도 잘 스며들어 있다. 성과에 따른 보상은 있지만 삼성만큼 파격적인 대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임직원간 연봉 격차도 다른 그룹에 비해 크지 않다. '필벌'보다는 '신상'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해왔다. 장기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직업이 CEO', '직업이 임원'이란 소리를 듣는 인사가 LG에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이나 새로운 혁신에 나서기보다 안정적인 경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바뀌는 와중에 피처폰의 영광에 머물러 있거나 반도체 사업의 포기 등도 치열함 부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들 다수는 내가 오너라면 'LG의 기업과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력 사업, 경쟁력강화, 기술 개발, 과감한 투자 등 과거 LG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조직문화 개선 '1순위'…선택과 집중 위한 체질 개선 필요

더벨이 진행한 2019 LG 인식조사에서 '당신이 오너라면 LG를 어떻게 개혁하겠느냐'에 대한 주관식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은 '기업 및 문화 개선'이었다. 주관식 답변을 받은 만큼 비슷한 속성의 답변을 묶어 범주화해 통계 처리했다.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 343명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 257명이 대답을 했고 이 중 19.5%가 기업 및 조직 문화 개선의 범주로 답을 적어 냈다.

당신이 오너라면

지난해 진행한 삼성 인식조사에서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질문에는 '지배구조 개편'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렸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LG의 경우 구광모 회장이 장자 승계 원칙에 맞춰 지난해 6월 별다른 잡음 없이 경영권 승계를 이뤘다. 지배구조보다 기업 문화 및 조직 문화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한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뒤를 잇는 답변들 모두 기업 경쟁력이나 신사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답변 범주는 '주력 사업에 집중(15.6%)'이었다. '기업 경쟁력 강화(14.4%)',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기술 개발과 투자(10.5%)'·지배구조 개선 및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10.5%), '과감한 투자와 경영 (9.3%)' '마케팅 강화(5.8%)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 및 조직문화 개선을 답한 전문직군은 법·회계·컨설팅 종사자들이 가장 많은 비중(22.7%)을 차지했다. IT·신사업·제약 바이오 부문 응답자들은 주력 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크다는 응답을 더 많이 내놨다. 세부 업종으로 살펴보면 제2금융권 종사자들 40%가 기업 경쟁력 강화를 택했고 법조계 37.5%는 오너가 된다면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응답했다.

◇성과주의 도입, 과감한 혁신 필요성

주관식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는 '성과주의와·과감한 혁신'이었다. 기업 및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G는 2013년 고 구본무 회장이 LG그룹 계열사 임원 300여명을 모아놓고 "시장을 선도하라, 1류 기업이 되도록 실천하라"고 특명을 내린 바 있다. 구 회장이 성과주의를 강조한 뒤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로 그룹 문화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졸 출신이 LG전자에서 첫 사장 자리에 오른데 이어 여성임원도 13명에서 16명으로 오르는 등 파격적인 연말 인사가 진행됐다. 이후에도 성과주의 인사는 지속됐다.

하지만 아직까진 이같은 변화가 시장에 전파되지 않았다. LG그룹의 변화가 눈에 띄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오너라면 임원 세대교체를 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삼성의 경우 2017년 연말 인사에서 60대 임원 대부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대규모 인적쇄신에 나서며 50대 젊은 사장단을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구 회장도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세대 교체를 이루고 외부 인재를 영입했지만 LG화학을 제외하고 5명의 60대 부회장을 유임시켜 그룹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신성장 사업 육성 등 미래 준비를 위해 R&D·엔지니어에 대한 승진 인사를 강화했지만 경륜과 안정에 무게를 둔 이미지가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변화의 신호탄을 쐈지만 시장과 LG 내부 온도차는 아직 확실해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관리의 삼성, 인화의 LG 등 그룹 별로 오랜 시간 굳어진 이미지가 있는데 특히 LG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 이미지가 있다"며 "구광모 회장이 첫 인사에서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를 영입했고 인사시스템을 개편하며 변화하고 있다. 구 회장이 변화하는 LG를 알리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소수 의견으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도출된다. '가족 이미지를 탈피'하라거나 '업무 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강점으로 꼽힌 장자 승계 원칙을 타파하자거나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공격적으로 광고 선전비를 집행하겠다는 응답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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