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2019 LG 인식조사]'인화' 다음은 무엇…'이미지보다 사업' 지적도(16)설문집단 외 전문가 인터뷰…사업적 결실 중요 시점 평가

김장환 기자/ 윤필호 기자공개 2019-06-04 08:10:21

[편집자주]

LG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는 4위권이지만 통상 두번째로 호명된다. '인화정신'이나 깨끗한 오너십은 호평을 받는 반면 만년 2등이란 이미지도 뿌리깊다. 더벨은 LG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 조사를 통해 LG 이미지의 실체를 분석해봤다. 설문은 리얼미터에 의뢰한 일반인 전화 조사와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 대면 조사를 병행해 진행했다. 일반인 조사는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전문직 종사자 조사는 서울 지역 30~50대 대기업·금융사·로펌·회계법인 등 임직원 34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3% 수준이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8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를 바라보는 대중의 이미지는 정말 좋을까.'

설문 조사를 통해 파악한 대중들의 LG에 대한 인식은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전문직 종사자, 일반인 집단 모두 LG 이미지가 좋다는 쪽에 표를 몰아줬다. 구광모 회장, LG그룹 총수일가들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 평이 압도적이었다. 일부 사업적인 부분 외에는 하나같이 긍정적이란 쪽에 표가 많이 몰렸다. 지난해 진행한 삼성 인식조사와는 결이 전혀 달랐다. '인화정신'에 뿌리를 두고 지난 수십년 동안 경영을 해온 LG의 이미지는 국민기업에 가깝다.

일반 대중이 아닌 교수나 정치인 등 사회 지성 집단의 의견은 어떨까. 설문 조사 외에 전문가 집단이랄 수 있는 인사들의 의견을 다시 한번 더 들어봤다. 이들은 LG에 대해 이미지를 넘어서 또 다른 과제를 주문했다.

4세대까지 이어온 인화 정신을 다시 한번 곱씹을 때가 됐다. 인화 정신으로 잡음 없이 4세대 까지 경영 승계가 이뤄진 것에 대해 대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세대가 지나며 인화에 묻힌 소극적인 경영 스타일은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마케팅이 부족하고 공격적인 투자나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다수를 이뤘다. 인화를 바탕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고민할 시점이다.

◇'인화의 긍정 효과 vs 철 지난 홍보 수단'

정치권 인사들이나 교수들 다수가 한국 사회에서 LG의 이미지가 긍정적인 요인 중 하나로 '인화'를 꼽았다. 인화는 1931년 경남 진주에 포목 상점을 세우며 LG 시대를 연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전면에 내세운 기업 정신이다. "인화로 단결하면 불가능할 것이 없다", "인화를 중히 여기는 게 경영이념의 근간이다"는 그의 말을 시작으로 지난 90여년간 LG를 관통하는 경영이념이 됐다. '사람의 화합'을 중시하는 인화 경영이념은 LG의 '따뜻한' 이미지를 한국 사회와 대중들에게 강하게 심어줄 수 있는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clip20190524164247
구인회 LG 창업주 어록 중 일부. 자료-LG 홈페이지.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LG그룹 이미지가 좋은 이유로 "인화 단결을 강조해서 좋은 이미지가 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으며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도 "인화 등 정신과 의인상 등 많은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이미지 개선을 이룬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구본무 선대 회장이 회자되기로는 굉장히 소탈한 성격이고 편하게 임직원을 대하는 분이라고 들었다"며 "기업은 아무래도 그런 경영자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다"고 전했다. 또 "구본무 회장이 닦아 놓은 갑질 하지 않고 잘 소통하는 경영자 중에 손꼽히는 이미지가 그룹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이끈 바탕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LG의 인화 경영이념을 '철 지난 홍보수단'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모 대학 교수는 공식 인터뷰를 거절하면서도 "인화는 너무 오래된 것이고 내부에서야 그런 정신을 강조하면 모르겠지만 외부에까지 그렇게 홍보를 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며 "회사는 전쟁터인데 다른 기업과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전쟁터에서 인화라니 맞지 않는 얘기다"고 속내를 전했다. 해당 교수의 발언은 기업은 이미지의 깨끗함보다 본연의 사업 영역에서 성과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나온 말이었다. 비슷한 지적이 이외 다수 인사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이병태 교수는 "국내 이미지가 좋은 것과 글로벌 이미지, 브랜드 파워를 쌓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해외 매출과 이익이 80~90%에 달할텐데 LG도 우리나라를 빛내는 브랜드는 맞지만 국내 이미지에 연연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국가 경제차원에서 비지니스를 잘해서 수출에 기여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등 경제적 기여가 중요한 것이지 (LG와 삼성 등 기업) 인식이란 게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의 반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에서 긍정적 이미지도 좋지만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고, 또 사업 역량을 확대하는 것이 LG의 핵심 숙제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LG와 삼성 인식차이 '1등과 2등'에서 기인

더벨 인식조사 결과 삼성과 LG의 이미지가 '부정적'과 '긍정적'으로 크게 갈린 것에 대한 정치인과 교수들의 의견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삼성은 사업적으로 늘 1등을 하고 있어 정부나 사회적으로 많은 공격을 받는다는 견해가 많다. 반재벌적 시각을 가진 집단에서는 2등인 LG보다 1등인 삼성을 타깃으로 노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삼성 역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등 승계 문제, 삼성바이오로직스 법적 논란 등으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은 최고 기업이라는 측면도 있고 상징성도 있어서 관심도 많다"며 "그런데 삼성이 승계문제나 지배구조에서 공감대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과정을 보여줬고, 아무래도 LG는 그런 구설수가 없어서 이미지 평가가 더 잘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명현 원장은 "삼성도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합병과 여러 가지 사태들이 겹쳐 부정적 이미지 개선이 어려운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LG의 장자승계 원칙과 관련해서는 정치권 인사들과 교수들 역시 시선이 엇갈렸다. 장자 승계 원칙과 관련해선 시대착오적 발상이란 말도 있었지만 반대로 장자 승계 등 선택은 기업이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지 외부에서 이를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 원장은 "장자승계는 LG가 고수해왔던 원칙인데 시대에 맞지 않다"며 "능력 있는 자식이 있으면 그 사람이 하는 게 가장 좋은 데 장자에게 승계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능력 있는 사람이 없으면 전문경영인이 하는 것이 맞다"며 "능력이 없어도 장자한테 경영권이 가면 급변하는 시대에 굉장히 리스크가 커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병태 교수는 "장자가 물려받던, 차자가 하던 사기업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이나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며 "(장자 승계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우리나라의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중립적 의견도 눈에 띄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승계는 가족, 전문경영인 모두 장단점이 분명하다고 본다"며 "가족승계는 의사결정에 있어 신속함과 대규모 투자 결단력이 장점인데 대리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계열사 이익을 위해 경영권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족경영도 전문성이 있으면 괜찮지만 능력이 없으면 의미가 없고,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교수 집단이 바라보는 LG에 대한 인식은 경제계 인사와 일반인이 바라보는 시각과는 또 달랐다. 특히 설문조사 집단과 달리 이들 대다수가 이미지를 떠나 LG가 사업적 측면에서 무언가 결실을 보여줄 때라는 의견이 많았다. '사업은 전쟁이고 기업은 전쟁터'라는 한 교수의 진단은 LG의 인화정신과 사뭇 배치된다.

국내에서는 비록 삼성보다 사랑받는 LG이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양측 브랜드 인지도가 확연히 다르다. LG도 큰 틀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