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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아직 '바이오'에 미련이 있을까 [thebell desk]

민경문 산업2부 차장공개 2019-05-30 08:18:21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9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9년 3월 바이오업계를 장식한 뉴스가 있었다. 한화가 대기업 최초로 항체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오송생명과학단지 용지 매입 등 대규모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향후 임상 및 기술 이전 계획도 포함됐다. 바이오가 한화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되는 순간이었다. 빅파마(Big pharma)를 향한 한화의 꿈은 멀지 않은 듯 했다.

희망 고문은 약 6년간 지속됐다. 핵심 파이프라인이었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리지널보다 더 나은 효능의 바이오시밀러가 문제였다. 업계의 기대감은 여전했지만 맘 급한 오너는 더 기다릴 수 없었던 것 같다. 한화케미칼은 2015년 드림파마를 매각했다. 한화의 18년 바이오 도전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시장은 바이오를 포기하지 않은 대기업에 주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의약품 위탁 생산) 분야에서 일정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다. SK바이오의 신약은 잇따라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며 IPO까지 준비중이다. CJ헬스케어를 팔았지만 CJ제일제당을 통해 바이오 투자를 이어가는 CJ도 눈길을 끈다. LG화학은 면역항암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쟁사들의 선전에 한화로선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바이오를 계속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일지 모른다. 한화생명, 한화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은 후회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바이오 대신 신사업으로 택한 태양광 비즈니스는 본궤도 진입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화케미칼 출신 인사가 설립한 이중항체 기반 신약업체는 나날이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주가는 상장 이후 두 배 이상 올랐다. 최근 한화그룹 안팎으로 바이오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현 정부의 지원 의지는 동기 부여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성장 잠재력만 보면 그 어떤 인더스트리보다 매력적이다. 최근 한화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사하고 면세점 사업을 접은 건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일 수도 있겠다.

물론 '재수'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하다. 포스코, OCI까지 신약개발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자칫 시류에 편승한다는 시각을 줄 수 있다. 적지 않은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가는 '묻지마 바이오'로 점철된 지 오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 등으로 대기업의 바이오사업에 대한 시장의 여론은 따갑기만 하다.

특히 지금의 코오롱 인보사 사태는 신약 제조의 어려움과 리스크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해당 계열사 뿐만아니라 그룹 전체의 평판까지 뒤흔드는 분위기다. 집단 소송도 불가피해 보인다. 한화 수뇌부가 이를 보고도 바이오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을 지 사뭇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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