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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랜드 이슈 점검]IPO 실패 원인…'투명성 vs 수익성'①퇴직금 논란·세무조사 등 외부 잡음…이익률 20%→10% 떨어지기도

이정완 기자공개 2019-06-03 08:13:02

[편집자주]

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는 가전업계와 자본시장에 화제를 불러오고 있다. 렌탈 중심의 비즈니스로 기존 제조업과 회계 처리 및 자금 운용 방식이 다르다. 하나의 아이템에 집중한 기업이란 한계도 극복해야 하고 펀드가 오너인만큼 엑시트 과정도 관심꺼리다. IPO를 통해 엑시트를 노렸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IPO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바디프랜드 관련 이슈들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9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디프랜드의 두번째 상장 시도가 결국 실패했다. 바디프랜드는 최근 한국거래소로부터 유가증권 시장 상장 미승인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상장을 추진했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불발로 돌아갔다. 2014년에도 상장을 추진한 바 있으나 중도에 무산된 바 있다.

매출액은 4000억원이 넘고, 10~20%대 높은 이익률에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회사에 한국거래소는 왜 깐깐한 잣대를 들이댔을까.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상의 이슈를 주된 원인으로 분석했다. 더 나아가 실적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를 장기 렌탈로 운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회수되는 렌탈료를 기초로 매출채권을 유동화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이 담보돼야 유지되는 사업모델이다.

바디프랜드나 상장 주관사는 모두 사업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바디프랜드의 상장 미승인 원인으로 경영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11월 13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일반적으로 거래소가 45영업일 동안 상장을 심사하는 만큼 예심 결과는 1월 초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거래소는 결정을 연기하며 추가 심사를 진행했다. 결국 4개월여가 지난 뒤 상장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바디프랜드는 상장 추진 이후 악재의 연속이었다. 지난 1월 말 추가 심사 과정 중에도 수당·퇴직금 논란으로 인해 박상현 바디프랜드 대표가 형사입건 당한 바 있다. 지난 4월 초에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갑질논란까지 불거지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당시 바디프랜드 측은 "여러 이슈가 있어 논란이 부각된 측면이 있다"며 "거래소 측에서 사건에 대한 회사의 입장과 영향만 검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IB업계에서는 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조사 결과에서 중대한 지적사항이 나올 수 있다"며 "회사의 과실이 나올 수 있어 거래소 측에서도 도덕적 문제를 주의 깊게 들여다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예심 과정에서 악재가 이어진 것도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거래소의 질적 판단 요건은 주관적"이라며 "거래소의 심사 기조를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연속되는 이슈로 인해 바디프랜드에 대한 상장 커트라인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미승인 사유에 관련된 내용은 회사 측에 자세히 설명했다"며 "거래소에서는 관련 내용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디프랜드가 미승인 판정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상장 미승인 원인은 상장 추진 과정에 불거진 부정적인 여론과 세무조사 등이었다.

바디프랜드 실적

일각에서는 바디프랜드의 성장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직접적인 미승인 사유라고 볼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 바디프랜드 실적 자체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며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공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 주요 질적 기준으로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경영의 안정성을 제시한다. 지난해 바디프랜드는 수익성이 꺾인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매출은 4505억원, 영업이익은 509억원으로 전년 매출 4130억원에 비해 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017년 884억원에 비해 4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2017년 21%에서 지난해 11%로 10%포인트 줄었다. 2014년부터 4년 연속 20%대 영업이익률을 보였지만 지난해 10% 초반으로 급감했다.

물론 10% 정도의 수익률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최근 실적 데이터만을 토대로 기업의 계속성을 우려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상장 주관사였던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매출 성장성이 유지되는 상황이었고 영업이익률도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며 "사업에 변동성이 있지만 사업적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디프랜드의 자금 운용 구조가 더 중요한 이슈일 수 있다.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를 39개월에서 59개월간 장기간 렌탈로 판매한다. 고객에게 제품을 넘기고 장기간 렌탈료를 회수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크고 회수는 장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동안 부족한 운영자금은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연간 1000억원 규모의 매출채권 매각거래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금융기관이 매출채권을 매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는 '팩토링(Factoring)'과 유사한 방식이다.

바디프랜드 입장에서 매출채권 유동화는 현금 마련의 주요 수단이다. 바디프랜드는 지난달 30일에도 안마의자 리스료 채권 등을 담보로 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산업은행에 신탁하고 800억원 한도의 대출을 받기로 했다. 상장 무산 발표 후 5일만의 일이었다.

장기렌탈→매출채권→유동화→렌탈료 회수의 선순환이 이뤄지면 바디프랜드의 성장은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성장세가 꺾이면 이같은 매출채권 기반의 자금 유동화는 급격하게 감소할 수 있다. 바디프랜드는 신제품 및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바디프랜드가 재상장을 시도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VIG파트너스 등 바디프랜드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선 상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상장 미승인 한 달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재상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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