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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thebell desk]

김일문 M&A부장공개 2019-06-12 08:15:53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1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카드 M&A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딜은 일사천리로 잘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중간에 벌어졌던 우선협상대상자 교체 때문이다. KT 노조로부터 촉발된 어이없는 검찰 고발과 이로인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한 일련의 과정들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웃어넘기기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어느정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KT 노조의 주장에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증여세 탈루에 대한 KT 노조의 주장은 법인간 M&A 거래에서는 애시당초 적용될 수 없다. 아버지가 아들의 집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사줘 특수관계인간 사실상 증여의 효과를 노렸을 때나 적용할 만한 잣대를 아무 상관도 없는 법인간 거래에 물고 늘어진 셈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한앤컴퍼니의 앤서치마케팅을 고가에 인수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황 회장이 어떤 실익이 있길래 KT로 하여금 엔서치마케팅을 공정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이도록 만들었는지 도통 알기 힘들다. 헐값 매각이라면 모를까 고가 인수라니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오히려 엔서치마케팅은 당시 피어그룹 멀티플(배수)을 고려할 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KT에 피인수됐고, 나스미디어 아래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며 KT의 효자 계열사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어찌됐건 딜을 하루빨리 끝내야 하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검찰로부터 한앤컴퍼니의 '혐의없음' 결과를 마냥 기다리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까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팔아야 할만큼 갈길이 바쁜 롯데그룹으로선 검찰 고발로 발이 묶인 한앤컴퍼니를 대신해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와 빠른 딜 클로징을 원했다. 결국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이 어부지리로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됐다.

그렇다면 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 인수를 위해 쏟아부은 비용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회계 실사를 포함해 수십억원으로 추정되는 금전적 비용과 운용인력들이 밤을 새우며 매달렸던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들은 KT 노조의 얼토당토 않은 주장 탓에 모두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례가 한국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 출자기관들이 대부분인 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 인수 실패의 원인을 LP(유한책임사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합당한 이유도 없이, 딜에 아무 연관도 없는 KT 노조의 말 한마디로 인해 대규모 투자 기회가 물거품으로 끝났다는 사실을 그들은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한앤컴퍼니의 롯데카드 인수 실패는 한국 M&A 시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다. 한앤컴퍼니에게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적법한 절차를 밟고, 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더라도 엉뚱한 주장으로 딜을 빼앗길 수 있는 곳.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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