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6월 17일 1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H수협은행이 최근 금융위원회에 원화예대율 규제 적용시기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미 지난 2016년 11월 3년의 유예기간을 받았지만 추가로 3년을 더 요구한 것이다. 그동안 예수금을 확보하기 위해 고금리상품 위주로 고객 유인책을 마련한 탓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수협은행은 공적자금 상환 의무도 지고 있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금융당국과 관련 내용을 조율 중인 상황이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측에 예대율 적용 시점을 오는 2022년 말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원래 오는 11월부터 예대율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었지만 공적자금 상환자금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수익성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으로 분석된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영업점과 비대면 채널을 통해 예수금을 증대해왔다"며 "이로 인해 예대율도 지난 3월 말 기준 105%으로 규제수준인 100%와 근접하게 완화됐지만, 순익 저하를 우려해 금융위원회 측에 추가 유예기간을 부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 평균잔액의 비중을 의미하는 수치로 지난 2012년 7월에 도입된 제도다. 금융당국은 현재 예대율을 100%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은행들이 시장성 수신인 환매조건부채권(RP)나 커버드본드, 양도성예금증서(CD)의 발행으로 외형확장을 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시장성자금과 정책자금대출의 조달 비중이 높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특수은행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2012년 신경분리로 중앙회로부터 독립출범하면서 곧바로 예대율 제도 감독 대상에 포함됐다.

수협은행 역시 지난 2016년부터 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를 진행하면서 예대율 규제 대상에 해당됐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았다. 당시 수협은행의 예대율은 131%로 시중은행 평균(98.4%)에 비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수협은행은 예대율 관리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예수금을 확대해왔다. 예대율을 낮추려면 예수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줄여야하는데 사실상 대출규모를 줄이는 건 불가피했다. 정기예금과 예수금 증대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정책자금대출 등을 제외한 규제기준 원화예대율은113.5%까지 축소됐으며 올해 1분기는 105%까지 줄었다.

문제는 내년부터 예대율 규제가 한층 강화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에 높은 가중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가계대출금의 경우 1.15%, 기업대출금은 0.85%의 가중치를 적용받게 된다. 수협은행은 신경분리 이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가계여신 중심으로 자산포트폴리오를 개편해왔다. 올해 11월 전까지 예대율을 100% 이내로 맞춘다고 하더라도, 바로 내년부터 당국이 제시한 가중치를 반영한다고 가정하면 규제수준을 초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해진다. 그동안 최고금리 5.5%의 아이적금, 4%대 잇자유적금 등 고금리 상품을 앞세워 수신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은 매년 공적자금 상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수익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2001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1조1581억 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이를 2028년까지 상환하기로 했다. 이는 작년 12월 수협은행이 사업구조개편(신경분리)을 단행하면서 은행배당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수협은행이 수익을 올려 배당금을 내면 이를 공적자금 상환 재원으로 쓰는 구조다. 재작년 127억원에 이어 지난해 1100억원을 추가로 갚았으며 올해 상환액도 1300억원 규모를 책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지난 3년간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했다"며 "다만 수협은행이 요청을 해왔기에 내부적으로 감독규정 개정 등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