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6월 19일 1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동나비엔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모양새다.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중국 내 천연가스 수입량이 줄어든 탓이다. 가스망 구축 시기가 그만큼 지연될 것이란 평이 나온다. 가스망 구축은 보일러 사업 안착을 위한 핵심 요소다.

다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협상을 통해 대중 천연가스 수출 확대 전망도 최근 나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울러 중국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현지 보일러 사업의 장기 성장 전망은 '긍정적'이란 평이 많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동나비엔 북경법인(Beijing Kyungdong Navien Heat Energy Equipment Co., Ltd.)은 올해 1분기 매출 69억원, 분기순손실 15억원 기록했다. 북경법인 적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북경법인은 매출 410억원, 순손실은 67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매출 765억원, 순이익 17억원 대비 매출은 46% 줄고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북경법인은 중국 시장에서 보일러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경동나비엔은 중국 시장에서 콘덴싱 보일러를 주력으로 판매한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보일러는 한국에서 생산한 것을 주로 수출하나 북경법인에서 직접 제조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북경법인은 경동나비엔 중국 법인 중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다.

자산 규모뿐 아니라 경동나비엔의 중국 사업 지배구조 상으로도 최정점에 위치해있다. 경동나비엔은 북경 외 상해, 천진에도 보일러 판매 법인을 갖고 있다. 북경법인이 상해법인 지분 100%, 천진법인 지분 70%를 가지고 있다.

상해와 천진법인의 실적 또한 좋지 못한 상황이다. 상해법인의 올 1분기 매출 9억원, 당기순손실은 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은 31%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지속했다. 천진법인은 지난해 법인 설립 후 매출을 내지 못한 채 소폭의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다.

경동나비엔 중국 법인들은 2017년까지만 해도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설된 천진법인을 제외하고 북경법인은 2017년 순이익 17억원을 기록했다. 상해법인 또한 1억원 가량 순이익을 올렸다. 중국 정부가 2017년부터 석탄연료를 천연가스로 바꾸는 메이가이치(석탄개조사업)를 실시한 덕분에 실적 성장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 분쟁으로 가스 수입이 줄어들면서 메이가이치에 악영향을 미쳤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가스망이 제대로 구축돼 있어야 보일러와 같은 기기를 설치할 수 있는데 미·중 분쟁으로 인해 가스 수입 자체가 줄어 메이가이치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 액화천연가스(LNG)의 주요 수입국이었으나 중국이 지난해 9월 미국산 LNG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구매처를 카타르·호주 등으로 변경했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중국이 미국산 LNG 35카고를 수입했으나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미국산 LNG 수입이 4카고로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곧 다가올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양국은 협상을 통해 중국이 수입을 줄였던 미국 LNG의 수출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과 미국 투자은행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내에 미국의 대중 LNG 수출 증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업계에서는 수출 증가분이 약 180억 달러(약 21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치도 있다.

중국 정부가 청정 에너지 사용을 정책적으로 강조하고 있어 미국으로부터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분석 역시 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천연가스 수입량은 9038만톤으로 일본을 넘어 전세계 1위에 올랐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메이가이치 사업에 속도조절 분위기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천연가스와 같은 친환경 연료로 바뀌는 기조"라며 "장기적으로 회사의 중국 사업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법인의 흑자 전환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