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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SCM 점검]삼성전기, 원자재 '일본 편중'…다변화 필요소니·도레이 등 주요 거래처로…수출 규제 사태 확산시 '부담'

김장환 기자공개 2019-07-18 08:16:08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7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의 부품 국산화율은 90%가 넘는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만드는 휴대폰의 부품 상당수는 미국과 일본산이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하기 시작한 후부터 부품 국산화율에 속도를 냈고 이를 지금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제조를 위해 납품받고 있는 부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그 흐름을 살펴보면 '진정한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면들도 있다. 1차에서 2~3차 벤더까지 이어지는 원재료 구매 흐름을 살펴보면 일본 기업에 편중된 거래선이 다수다. 특히 삼성전자의 연간 원재료 매입액 중 가장 큰 규모의 납품처로 자리잡고 있는 삼성전기는 이 같은 양상이 확연히 드러난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를 최대 납품처로 삼고 있는 관계사다.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연간 매출의존도는 44.4%에 달한다. 지난해 별도기준 5조6821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이 중 2조5230억원 가량이 삼성전자와 해외 종속회사들로부터 발생했다. 삼성전기는 그나마 지난 몇 년 새 전장용 MLCC 물량을 늘렸고, 또 카메라모듈의 중국 등 해외업체 납품 비중을 늘린 덕분에 삼성전자 매출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IM) 사업부문의 연간 원재료 매입금액을 보면 삼성전기 납품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삼성전자 IM부문은 지난해 원재료 매입대금으로 총 33조5590억원 가량을 소비했다. 삼성전기가 이 기간 삼성전자에 납품한 매출액(2조5230억원)은 IM사업부 연간 원재료 총 매입대금의 7.5% 수준이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과 PC 등 제조 과정에 필수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비롯해 카메라모듈, 인쇄회로기판(PCB) 등을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생산 중인 부품 상당수는 일본산 원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컴포넌트솔루션(MLCC, Inductor, Chip Resistor)·모듈솔루션(카메라, 통신)·기판솔루션(PCB·FPCB) 등 3대 사업부 모두 마찬가지다. 원자재 주요 납품처에 한국과 중국 등 기업도 있지만 일본 업체가 보다 많이 섞여 있다.

삼성전기의 3대 사업부 중에서 연간 원재료 매입액을 가장 많이 지출하고 있는 곳은 모듈솔루션 사업부다. 지난해 원재료 매입액으로 2조1002억원 가량을 썼다. 뒤를 이어 컴포넌트솔루션 사업부가 6670억원, 기판솔루션 사업부는 4015억원대 대금을 원재료 구입비용으로 지출했다.

매출액 규모는 원재료 매입액과 다소 차이가 난다.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한 사업부는 컴포넌트로 이 기간 3조5501억원 규모 매출이 발생했다. 총 매출액(8조1930억원)의 43.3% 규모다. 같은 기간 모듈 사업부는 3조1138억원(38.01%), 기판사업부는 1조5291억원(18.66%)대 매출을 올렸다. 연간 원재료 매입액으로 보면 모듈 사업부 마진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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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사업부 모두 주요 원재료 매입처로 일본 회사가 다수 섞여 있다. 컴포넌트 사업부는 MLCC 콘덴서 주재료인 페이스트와 파우더를 일본 쇼에이(SHOEI)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필름 생산에 활용하는 적층 소재는 일본 도레이(TORAY)와 코스모(COSMO)로부터 대부분 사들인다.

모듈 사업부는 센서IC 제조에 소니(SONY) 센서를 사용하고 있고, 일본 르네사스(RENESAS)가 신호변환 반도체 장치 부품 공급사 중 한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판 사업부는 기판축 핵심소재 CCL과 PPG를 미쓰비시(MITSUBISHI)로부터 공급받고 있고, 일본 JCU로부터 도금 약품을 납품받는다.

만약 에칭가스와 레지스트리,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대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흐름이 보다 폭 넓게 전개된다면 삼성전기는 주요 원재료 납품처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 혹은 또 다른 외국계 기업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일부 제품은 이미 납품처 다변화가 이뤄져 있다. 콘덴서 주재료인 페이스트와 파우더는 중국 궝보로부터, 모듈솔루션의 센서IC는 삼성전자 제품을 쓸 수 있다. 기판 솔루션 사업부의 기판축에 들어가는 CCL/PPG의 경우 미쓰비시 외에 두산으로부터 공급을 받고 있다.

일부 부품은 납품처가 다변화돼 있는 만큼 일본의 수출 규제의 여파로부터 상대적으로 여유롭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상당 비중의 납품처가 일본에 편중돼 있다는 점은 삼성전기에게 상당한 약점이자 당장의 부담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주문한 스마트폰의 공급망 컨틴전시 플랜은 삼성전기에도 해당되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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