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일본고배당펀드 일년만에 '청산' [Fund Watch]설정액 1년간 최대 16억, 80개 종목 포트폴리오 '부담'
정유현 기자공개 2019-08-23 07:17:00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1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이 일본고배당주펀드를 출시 1년만에 청산했다. 리테일을 통해 판매에 나섰지만 초반 자금 몰이에 실패하며 운용 규모가 20억원을 채 넘기지 못했다. 운용 규모가 한정된 상황에서 일본 증시의 특성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리하게 펀드를 존속시키기보다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펀드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일본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H[주식]'을 청산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3일부터 추가매수를 제한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펀드 환매신청을 받고 오는 29일 상환 대금이 확정된다. 펀드 해지 및 상환금 지급은 30일이다.
지난해 설정된 일본고배당펀드는 1년 간 운용 규모가 50억원을 못 넘기며 소규모 펀드로 분류됐고 회사가 임의해지를 결정했다. 운용 규모는 16억원을 기록한 것이 최대치였다.
이 펀드는 높은 수준의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는 일본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중소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안정적인 수익과 자본이득을 동시에 추구했다. 중소형주를 주로 취급하는 일본 쓰미토모 미쓰이 자산운용사가 위탁운용을 담당했다. 담당 매니저는 '삼성 일본 중소형 포커스 펀드'도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기무라 다다오 매니저가 맡았다.
삼성 일본고배당 펀드는 중소형주 편입 비중이 도쿄증권거래소 1부 종목들로 구성된 일본 대표지수인 토픽스지수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 특징이었다. 토픽스지수는 상장종목에서 중소형 비중이 약 48%인 반면 이 펀드는 약 77%에 달했다. 이는 중소형 종목에서 보다 많은 배당주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 구조 특성상 신흥국 시장 같은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한 이익을 보는 일본 기업들의 배당 확대에 베팅하는 것이다. 일본 통신업체 KDDI와 NTT 도코모, 메이텍,도쿄해상홀딩스 등의 종목을 담았다.
펀드 설정 이후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증시가 하락장을 겪으며 일본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일본 증시는 지난해 상반기 동경증권 거래소 일일 평균 거래량이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며 불안하더니 하반기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변동성이 확대됐다. 운용사는 이를 기회로 보고 저평가된 주식을 추가 편입하고 불필요하게 비싸진 주식을 매도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 격화 여파 등으로 증시가 더 흔들렸고 펀드 설정 6개월인 지난해 12월 3일 -1.6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벤치마크(BM)대비 0.56%p 하락한 수치였다. 부진이 이어졌고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지난 6월 3일 기준 -12.52%로 집계됐다.
수익률이 좋지 않다보니 자금 유입은 더 제한적이었다. 주식형 펀드인만큼 삼성자산운용 자체적으로 초반에 시딩 자금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리테일에서만 자금을 모았기 때문에 설정액 증가가 더뎠다. 인컴 자산이 주목을 받고 있어 일본 고배당주 펀드도 아시아배당주 펀드의 시리즈 중 하나로 출시했지만 성과가 기대했던 것보다 저조했다.
국내와 다른 일본의 투자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는 펀드에 종목당 단주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종목을 40개~50개 담는다고 해도 1주씩만 담을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일본 주식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개별 종목의 최소 주문 단위가 100주다. 일본고배당주 펀드 설정액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 80개 종목을 담고 있었다. 종목당 최소 단위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지만 자금의 흐름이 막힌 상황에서 운용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청산하는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펀드 운용을 담당한 박용식 글로벌주식운용팀 매니저는 "일본 고배당 펀드 설정 이후 G2무역 분쟁 등으로 전세계 증시가 하락장을 경험했고 일본의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며 "성과가 저조하다보니 자금이 유입이 되지 않아 포트폴리오 구성에 부담이 있었고 기존 투자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청산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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