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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위기 선진국금리 DLS]'보험사→개인자산가' 고객 이동…IFRS17 나비효과?'자본확충 부담' 생보사, DLS 투자 급랭…발행물량 받아낸 개인투자자 '직격탄'

이민호 기자/ 허인혜 기자공개 2019-08-27 14:54:20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3일 1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규모 손실 사태를 부른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상품(DLS·DLF)의 리테일 피해가 커진 이유 중 하나로 보험업계의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꼽히고 있다. 보험업계가 IFRS17 도입에 따라 자본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쿠폰이 높지 않은 채권·금리 연계 파생상품 투자에서 발을 뺐다는 분석이다. 환매 자금은 장기 국고채로 유입돼 듀레이션 연장 재료로 사용했다. DLS 설계 초기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영업해오던 증권업계가 보험업계의 빈자리를 리테일 판매로 전환하면서 일반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해외 금리연계형 DLS 환매…초장기 국고채 매입

보험업계는 해외 금리연계형 상품의 주요 고객이었다. 대형보험사보다 RM(Risk Management) 비중이 낮은 중소형사가 해외 금리연계형 상품을 다수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가 대량으로 취급한 파생결합증권의 '큰 손'도 보험업계였다.

2017년부터 보험업계의 해외 금리연계형 DLS 투자 비중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보험업계의 자본확충 부담이 대폭 늘어난 탓이 컸다.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리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IFRS17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에서 시가로 바꿔 평가한다. 이 때문에 보험부채가 급증하고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해 대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수다. 금융당국이 IFRS17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도입한 킥스(K-ICS)와 LAT(부채적정성평가), 보증준비금 등 평가성 준비금도 짐이다.

금리 하락기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보험업계는 미래에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부채로 인식돼 자본운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로 채권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도모하는 쪽으로 투자 전략을 짜 왔다. 따라서 금리가 인하되면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도 자연히 내려앉는다. 과거 경제 성장기 국내 보험사들이 앞다퉈 고금리 확정성 상품과 최저보증이율을 높인 상품을 다수 출시해 판매했던 여파로 역마진 현상도 심화됐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DLS 상품을 갖고 있는 보험사가 몇 군데 있지만 이번 독일 국채 DLS 사안만 보더라도 기관 투자자가 확연히 줄었다"며 "미국 등 국제 금리 하락기에 수익률도 낮고 하방 리스크도 부담스러운 해외 금리연계형 상품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과거 그린손해보험이 보험업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릴 만큼 중위험중수익 투자를 고수하다 결국 자본을 잃고 매각된 전례를 고려하면 위험이 조금만 감지되더라도 투자를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해외 금리연계형 상품을 정리한 자금은 장기 국고채에 몰렸다. 보험업계가 국고채 비중을 크게 높인 시기 역시 2017년이다. 이후에도 보유 국채 비중은 꾸준히 높아져 지난 5월 말 보험사의 장기국채 보유는 151조3000억원(24%)을 기록했다.

보험학계 전문가는 "IFRS17 도입에 앞서 금융당국의 LAT, 듀레이션 기간 연장을 맞추기 위해서는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상품 뿐 아니라 리스크가 높은 펀드형에서 자금을 빼고 국고채에 환입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펀드의 자산듀레이션은 최장 3년으로 잡히는 반면 장기 국고채는 30년물·50년물 매입도 가능해 자산 부채 듀레이션을 늘려주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DLS 발행사, 단기물 선호 리테일시장 '눈독'

해외 금리연계형 DLS는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기관투자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연금기금공단·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이 발행물량을 대부분 인수했다. 당시 해외 금리연계형 DLS 만기구조는 1년 이하 짧은 만기뿐 아니라 기관투자자, 특히 주요 고객이었던 생명보험사의 투자 성향에 맞춘 15년 정도의 비교적 긴 만기도 존재했다.

이후 기관투자자의 해외 금리연계형 DLS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보험업계가 IFRS17에 대응하며 DLS 투자에서 발을 뺐고, 국제 경기 경색으로 금리형 상품의 위험도가 높아져서다. 증권사로서는 주요 고객이 일시에 빠지며 수익원이 급격히 감소할 위기에 처했다.

증권사는 리테일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해외 금리연계형 DLF를 리테일시장에 내놓기 위해 만기가 1년 이하로 짧은 DLS가 중심이 됐다. 기관투자자의 빈자리를 메운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손실의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손실이 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DLS와 영·미 CMS 금리 DLS에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금액이 전체의 89.1%에 육박했다. 법인은 188사가 898억원을 투자해 사실상 큰 손해를 입지 않았다.

여기에 판매사들의 수요도 작용했다. 특히 은행의 경우 신탁 부서에서 ELS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펀드 부서로서는 금 가격, 유가, 금리 등 다양하고 새로운 기초자산을 편입한 DLS를 DLF 형태로 상품화하려는 수요가 생겨났다.

시장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며 2017년부터 미국 CMS 금리를 이용한 상품들이 리테일로 쏟아져나왔다. 미국 CMS 30년 금리와 2년 금리의 스프레드를 이용한 상품이 대표적이었다. 실제 이 상품은 금리 인상기에 수익상환돼 리테일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 지난해 말부터는 미국 CMS 금리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감소하며 영국 CMS 금리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로 기초자산이 다양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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