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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지 않은 두산의 신사업 도전 [thebell note]

김성진 기자공개 2019-09-10 08:26:34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9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미래 먹거리 찾기에 혈안이지만 두산그룹만큼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하는 기업도 드물다. 연료전지, 전지·바이오소재, 드론용 수소전지, 협동로봇 등 미래 각광받는 사업에 모두 손을 뻗쳤다. 최근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중공업부문이 휘청거리며 위기감이 감돌지만, 그럼에도 두산그룹의 공격적 신사업 도전에는 무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변화를 통한 위기 극복이야 말로 두산그룹의 정체성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위기극복 정체성은 20여년 전부터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영위하던 사업들이 위기에 처하자 매각과 함께 신사업에 진출하며 위기를 타개했다. 1996년 중장기 전략을 전담하는 트라이씨(Tri-C) 팀을 조직해 구조조정을 주도했고, 그 결과 두산의 간판 사업이던 OB맥주를 비롯해 버거킹, KFC, 코카콜라 등의 계열사가 정리됐다. 두산그룹은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하며 소비재 기업에서 중후장대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그저 운이 좋아서 변신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 뒤에는 신중함이 자리했다. 두산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트라이씨 팀과 CFP팀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인수하기까지 수년간 검토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신사업을 검토할 때 수십년 뒤에 해당 사업이 그룹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현재 두산그룹 '캐시카우'로서 성장한 것을 보면 당시 두산그룹의 신중한 선택은 정확히 들어맞은 셈이다.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20년 전 그룹 변화의 핵심이었던 두산중공업이 위기에 빠진 현재 두산그룹은 일찌감치 신사업으로 또다시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두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산은 오는 10월 인적분할을 통해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 두 회사를 신설할 계획이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전지박(동박)·전재소재·바이오소재 사업을,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이외에도 두산그룹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을 세워 세계 최초로 드론용 수소연료전지 양산에 나섰고, 두산로보틱스를 통해서는 협동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모두 상당기간의 준비와 함께 사업성 검토가 끝난 사업들이다.

두산그룹은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1896년 설립돼 120년을 넘게 이어왔다. 사업을 하면서 위기가 없을 수는 없다. 다만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기업의 생사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 두산그룹은 지금까지 과감한 자기개혁과 함께 한 발 앞서 미래를 내다보고 먹거리를 선정하는 능력으로 살아남았다. 두산그룹이 점찍은 새로운 사업들이 우리 일상에 빠르게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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