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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비금융 민간기업 최초 그린본드 성사 [Deal Story]1.5조 투자 수요 확인…KB증권, ESG채권 주관 선도

이지혜 기자공개 2019-09-20 09:06:46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9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에너지가 국내 비금융 민간기업 최초로 그린본드를 발행한다. 수요예측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조달금리는 다소 아쉽지만 '오버부킹'을 기록하며 자금수요를 넉넉히 확보했다. SK에너지가 국내 그린본드업계에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회사채 '오버부킹'…금리는 아쉬움

SK에너지가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18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만기구조는 3년물 1000억원, 5년물 1000억원, 7년물 300억원, 10년물 700억원이다. 발행일은 26일이다.

SK에너지가 이번에 발행한 공모채는 그린본드다. 그린본드는 친환경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발행할 수 있는 회사채다. SK에너지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울산광역시에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를 구축하는 데 사용한다. 이 설비에서 생산된 해상유는 일반 연료보다 황함량이 낮아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한다.

수요예측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3년물 6600억원, 5년물 4600억원, 7년물 1300억원, 10년물 2300억원 등 모두 1조4800억원의 자금수요가 몰렸다. 모집금액의 5배에 가깝다. 투자자들의 보수적 성향을 고려하면 아직은 낯선 그린본드로 자금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흥행했다.

다만 일부 만기구조의 조달금리는 민평금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3년물과 10년물은 조달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5년물과 7년물 조달금리는 민평금리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됐던 일이라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신용도 AA급 기업의 조달금리는 민평금리보다 낮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9월 ㈜SK를 시작으로 1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포스파워, SK브로드밴드까지 일부 만기구조의 조달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투심 변화가 감지됐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금리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SK에너지의 민평금리가 너무 낮다는 인식도 확산돼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SK에너지는 3년물부터 5년물, 7년물, 10년물까지 민평금리가 AA+ 등급금리보다 낮다.

SK에너지는 증액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증액여부는 발행사와 의사결정을 통해 19일경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이번 공모채를 최대 5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할 수 있다.

◇제조업 그린본드의 선례 될까…KB증권 ESG 채권 시장 개척

SK에너지의 원화 그린본드 발행은 비금융 민간 기업 사상 최초다. 특히 그린본드를 활용해 건설되는 설비는 향후 SK에너지의 수익성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사회적, 경제적 의미가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SK에너지가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를 구축하는 것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황함량을 낮춘 해상유를 사용하도록 규제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 해상유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선박에 별도의 친환경설비를 설치하거나 친환경선박을 새로 건조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시간도 오래 걸려 당분간 황함량을 낮춘 해상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에너지가 '친환경' 해상유를 생산함으로써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셈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의 그린본드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다른 기업들도 그린본드에 관심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딜을 성공적으로 이끈 KB증권에도 이목이 쏠린다. KB증권은 SK에너지 그린본드 발행의 대표주관업무를 단독으로 맡았다.

KB증권은 이전에도 발행사에게 먼저 다가가 그린본드 등 ESG채권 발행을 제안하는 등 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적극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KB증권은 올해 현대캐피탈이 3000억원 규모로 그린본드를 발행할 때나 한국수력원자력이 1500억원 규모의 소셜본드를 발행할 때도 인수단에 이름을 올리고 국내 투자기관을 설득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채권이라는 점을 고려해 그린본드 등 ESG채권의 의미, 성장성 등을 연기금은 물론 보험사,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에 알렸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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