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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상호금융, '단일금융' 추진...배경은 [농협상호금융의 도전] ②경제사업 손실, 양극화 해소…한국판 '라보뱅크' 구상

원충희 기자공개 2019-09-24 08:25:23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9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농협상호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조3651억원. 국민은행(1조3051억원), 신한은행(1조2820억원) 등 시중은행을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은행 못지않은 규모와 이익을 누리는 농협상호금융이 그럼에도 단일금융기관화를 추진하는 까닭은 조합 간의 양극화, 경제사업의 손실 악화 등의 문제가 누적된 탓이다. 단일금융기관화의 핵심인 상호교차보증제도는 네덜란드 '라보뱅크(Rabobank)'를 벤치마킹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농협상호금융 1118개 조합의 총자산은 391조원, 당기순이익은 1조3651억원으로 집계됐다. 4개 상호금융(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의 당기순익 총합 1조5576억원의 87%가 농협이다.

자산과 순익규모는 농협은행(302조원, 8456억원)보다 크고 대형 시중은행마저 상회하는 수준이다. 1118개 법인으로 분할돼 있어도 표면적인 경영지표는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단일금융기관 지위 확보를 추진하는 데에는 금융권에 몰아닥친 디지털화 트렌드, 확대되는 조합 간 격차, 경제사업 손실 악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상호금융 총자산
*자료 : 금융감독원

실제로 올 상반기 농협상호금융 신용부문의 당기순익은 2조294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007억원) 대비 9.2% 증가하면서 금융지주그룹마저 상회했다. 금융그룹 1위라는 신한금융도 반기순익이 1조9144억원 정도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경제부문 손실도 6256억원에서 9294억원으로 48%나 늘었다. 신용부문은 예금, 대출, 보험판매 등 금융사업을, 경제부문은 농식품 제조, 판매 등 유통사업을 뜻한다.

꾸준히 적자상태인 경제사업이지만 그렇다고 줄일 수는 없다. 농민지원을 위한 농·축산물 유통은 농협의 설립근거이자 본질이기도 했다. 결국 신용사업 수익성을 끌어올려 경제부문 손실을 벌충하는 방향으로 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복병은 전국 1118개 조합 내에서 빈부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농협 관계자는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의 격차가 큰 데 아무래도 도시에 있는 대형조합일수록 신용사업 규모가 큰 경우가 많다"며 "이와 달리 중앙회 지원 없으면 영위가 힘든 조합들은 촌락에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농협은 도농격차를 줄이고 경제사업 손실을 감내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오랜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에 각 조합의 신용부문만 통합하는 방안과 시·군단위로 조합을 합병하는 안이 거론됐다.

상호금융 당기순이익
*자료 : 금융감독원

하지만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들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중간단계인 '상호교차보증제도'가 부각됐다. 이를 통해 시장 신뢰성을 높이고 농·축협 간 연대를 강화해 단일법인처럼 일체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농협이 힌트를 찾은 곳은 네덜란드 라보뱅크다. 농협과 비슷하게 농식품금융이 장점인 이곳은 중앙기관을 중심으로 전국 1200여개의 지역법인 형태로 운영됐다가 1980년대 상호교차보증을 통해 정부로부터 단일금융기관 지위를 인정받았다. 중앙기관과 지역법인이 서로 채무보증을 하면서 부실위험 등에 대한 공동대처로 그룹 전체의 안정성을 높였다.

이어 2016년부터 106개 지역법인을 흡수 합병해 단일법인화를 추진했다. 시중은행의 본·지점 구조와 유사하나 지점(Branch)보다 독립된 권한을 가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라보뱅크는 2015년 기준 네덜란드에서 총자산 2위 규모의 은행으로 성장했으며 글로벌 파이낸스지(Global Finance)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 25위에 오른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상호금융이 구상하는 방안은 일체화를 통한 실질적인 '원뱅크 체제'로 라보뱅크가 딱 그런 사례"라며 "통합은 현행법에 걸리는 점이 많고 지역농협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중간단계인 상호교차보증 도입을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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