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쌍용차…늘어난 연구개발비 '딜레마' 미래 투자vs비용 절감 고심…"효율성 고려해 우선순위 결정"
유수진 기자공개 2019-09-23 09:28:25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0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가 연구개발비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회사의 생존이 걸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투자 확대는 최근 내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비용 절감 기조와 어긋난다. 쌍용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최근 임원을 20% 가까이 감축하고 나머지 임원들의 급여도 10% 삭감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시장의 침체로 판매량이 급감하며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전사적인 차원에서 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쌍용차는 지난 2017년 1분기 이래 10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오는 등 부진의 늪에 빠진 상태다.
예병태 사장은 지난 7월 말 긴급 임직원 담화를 통해 "올 상반기에 지난 2011년 하반기 이후 최대의 적자를 냈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시급한 일들을 9월 중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경영 쇄신 계획에는 임원급 구조조정 외에도 일반직원 대상 안식년 제도(순환휴직) 시행과 부분적인 조직 개편 실시 등이 담겼다. 현재 쌍용차는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 중이다.
고심이 커 보이는 부분은 연구개발비용이다. 특정 분야가 아닌 전사적인 차원에서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연구개발비 축소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연구개발비는 그동안 쌍용차의 매출원가를 끌어올려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실적 개선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사실상 가장 먼저 비용 절감에 들어가야 하는 항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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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반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쌍용차의 매출원가율은 올 상반기 90%에 육박한 수준이다. 지난 2009년 93.68%를 찍은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후로는 대체로 80%대 중반 수준에 머물며 등락을 반복해왔다. 매출원가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를 의미한다. 차를 많이 팔아 매출을 늘리더라도 과도한 영업비용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손에 남는 게 없다는 얘기다.
쌍용차의 연구개발비는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6년 1555억원에 2018년엔 2016억원으로 불과 2년 만에 30% 늘었다. 이 기간 매출 대비 비중도 4.29%에서 5.44%로 1%p 이상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올해 연구개발비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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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연구개발비가 미래 경쟁력 확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함부로 줄일 수 없다는 점이다. 연구개발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는 지속적인 투자 확대로 신차를 개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쌍용차는 지난 20년간 워크아웃과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먹튀, 파업 사태 등을 연이어 겪으며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 계획을 수립할 적기를 놓쳤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후에야 중장기 플랜을 짜고 포트폴리오를 마련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쌍용차는 '미래 투자'와 '비용 절감' 모두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효율적인 측면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겠단 입장이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힌드라그룹과 글로벌 부품 소싱 등을 함께 진행해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등 대주주와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우면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를 안 할 수도 없다"면서 "우선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집행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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