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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트, IPO 진정성 있었나…M&A 몸값 띄우기 수단? 밸류 3600억서 8000억으로 껑충…상장 주관사 선정부터 의문

이경주 기자공개 2019-09-23 15:31:0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0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디트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 경영권 매각(바이아웃)으로 급선회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메디트가 애초부터 M&A를 계획에 두고 IPO 추진은 몸값을 단기간에 높이는 수단으로만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이용만 당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메디트는 연초 만해도 기업가치(밸류)가 3000억원대로 평가됐다. 하지만 IPO 주관사 선정 작업을 거치면서 8000억원대로 치솟았다. 메디트는 밸류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고 M&A로 선회했다. 몸값은 최소 8000억원으로 거론된다. M&A 선회로 메디트 최대주주인 장민호 대표는 수천억원 규모 엑시트(자금회수)를 노릴 수 있게 됐다.

◇IPO 주관사 선정, 몸값 상승 지렛대로

메디트 밸류는 올 4월 약 3600억원대로 평가됐다. 국내 PEF 운용사 프리미어파트너스와 유경PSG자산운용이 메디트 구주 15% 가량을 총 540억원에 매입한 것이 근거다. 100%로 환산하면 3600억원이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올 5월 IPO 주관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주요 증권사들에게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으며, 한국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가 프레젠테이션(PT)에 참여했다. 메디트가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됐기 때문에 경쟁은 치열했다. 메디트는 치과용 3D 스캐너 시장 3위다. 높은 수익성도 갖추고 있었다. 지난해 매출 330억원, 영업이익 103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31%다.

증권사들은 2020년 말 기준으로 1조5000억원 내외 밸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메디트가 요구한 프리IPO 투자 밸류로는 올해 말 기준 8000억원 이상을 써 냈다. 그 결과 올 7월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로 낙점됐다.

하지만 메디트는 두 달 만에 돌연 M&A로 선회했다. 지분 50%이상을 매각하는 경영권 딜이다. 현재 장 대표가 지분 85%,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이 15%를 보유하고 있다. 메디트는 이달 16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베인캐피탈 , 칼라일 등을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로 선정했으며 내달 중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M&A 밸류는 최소 8000억원이 거론되고 있다. IB들이 제시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례적 투자 확약서 요구…돌연 주관사 교체도 '미심쩍'

업계에선 두 가지 근거를 들어 IB를 의도적으로 이용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IPO PT 참여자들에게 희망 밸류가 명시된 프리IPO 투자 확약서를 요구한 것이다. 관행도 아닌 무리한 요구였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대다수가 8000억원 내외 밸류로 프리IPO를 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며 "발행시장에선 거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신생기업이 이례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메디트가 워낙 좋은 기업이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다들 높은 가격을 써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IB들의 확약서는 메디트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M&A 밸류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두 번째는 돌연 주관사를 교체한 것이 미심쩍다는 설명이다. 사실 메디트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었다. NH투자증권은 수년 전 메디트가 사업모델을 구축하지 못했을 무렵부터 주관사 계약을 체결해 상장 업무를 도왔었다. NH투자증권은 올 IPO 주관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실력자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기회를 잃었다. 반면 메디트는 주관사를 재선정하면서 다수의 IB들로부터 밸류를 재평가 받는 기회를 만들었다.

◇장 대표, 수천억 엑시트 가능…교수 경영진 사실에 허탈

M&A 선회로 장 대표는 수천억원 규모 엑시트가 가능해졌다. IPO를 택할 경우 단기 엑시트가 어렵다. 한국거래소가 엑시트 목적의 IPO를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IPO는 성장성을 보고 투자자들이 베팅하는 시장이다. 구주매출 등 대주주의 엑시트는 개인 부를 추구하는 것으로 기업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거래소는 판단해왔다. 때문에 다수의 기업들이 그 동안 IPO에선 구주매출을 하지 못하거나 소규모만 진행했다.

업계에선 장 대표가 사회적 위치가 있는 교수라는 사실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장 대표는 현재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메디트는 2000년 설립했다. 메디트 경영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 대표의 형제 장진호씨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메디트를 위해 100페이지가 넘는 제안서를 내고 사장급 인사까지 영업에 총출동하는 공을 들였지만 메디트는 일언반구 없이 M&A로 선회했다"며 "IB들이 메디트 몸 값만 높여준 들러리 역할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이익극대화를 위해 IPO와 M&A를 은밀히 병행할 수도 있고,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두 작업을 병행하면 IB나 PE 등 한쪽 파트너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고, 이를 감안해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야 한다. 메디트가 병행을 고려했다면 기존 주관사(NH투자증권)를 유지하며 조용히 진행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 선택을 한 경영진이 교수라는 사실에 더 허탈하다"고 덧붙였다.

메디트측에 IPO 주관사 선정 당시 확약서를 요구한 경위에 대해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메디트 관계자는 "IPO 담당자에게 질문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후 연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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