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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신약개발 한계? 재조명받는 기술이전 모델 임상 전략·CRO 통제 관건…L/O 통해 리스크 최소화 도모

조영갑 기자공개 2019-09-27 08:14:1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6일 09: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FDA 임상3상에 도전한 에이치엘비, 신라젠, 헬릭스미스가 잇따라 임상에 실패하면서 독자 신약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상 임상 2상까지를 일컫는 얼리스테이지를 넘어서 미국 3상 및 품목허가를 위해선 보다 많은 역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바이오기업의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기술이전 모델이 좀더 유효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3일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DPN)'가 임상 과정에서 위약군과 혼용 투여돼 유효성 지표에서 사실상 약효를 검증할 수 없게 되자 전문가들은 "처음 보는 현상이며, 경험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국내 연구개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 7월부터 헬릭스미스의 미국 3상 디자인의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다. FDA 신약허가를 받으려면 임상3상에서 약물이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두 개의 별도실험을 추진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 바이오회사 대표는 "보통 FDA 허가를 받으려면 최소 적절하고 잘 컨트롤된 2가지 스터디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통증완화에 관련된 한 개의 임상만 진행하면서 이것이 pivotal study(중추연구)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의문을 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헬릭스미스 측은 "2개 실험을 동시에 실시하는데는 자금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략과 임상에서의 시행착오는 신라젠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신라젠의 간암치료제 ‘펙사벡' 역시 유효성 입증 실패의 결정적인 요인은 ‘구제요법'의 병행이다. 임상약물의 1차 치료 반응이 없자 이 과정에서 실험군과 대조군에 임상약물이 아닌 신약 5종(구제요법)이 투여돼 펙사벡에 대한 유효성 데이터를 얻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임상전략과 미국 CRO의 컨트롤에서 오류를 범한 셈이 됐다.

한 전문가는 "신약개발 영역에서 실패는 일종의 '병가지상사'이긴 하지만, 결과 이전에 임상디자인과 CRO 및 CMC 관리는 기본"이라면서 "사실상 경험부족을 노출한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수탁기관을 뜻하는 CRO 네트워킹은 신약개발의 핵심으로 친다. 헬릭스미스 측은 엔젠시스의 위약군 혼용 투여 책임을 CRO 측에 묻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소송을 거론하지만 일차적으로 임상연구 관리의 모든 책임은 스폰서(개발업체)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법정에 가더라도 책임범위 입증이 쉽지 않으리라는 예측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비임상 독성동태 · 약물동태시험(ADME and PD/PK), 향후 인체대상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 PoC)임상수탁기관의 대행을 넘어서 임상전략 디자인을 협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대표 역시 "평소 CRO 네트워크를 두텁게 하는 게 개발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8월 자력으로 FDA 3상을 돌파하고, 11월 N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역시 미국지사에 현지 MD(의사)를 고용해 임상과정을 꼼꼼히 통제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다국가(multi-nations)임상 전략도 제시됐다. 리스크를 분산하고 신약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바이오텍 CEO는 "FDA 임상 진행 자체가 그 기업의 가치를 대변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면서 "가장 좋은 것은 라이선스 아웃 이후 후기 임상(2b, 3상)을 다국가에서 진행하면서 신약의 가치를 키우는 건데, 이럴 경우 이익을 높이고 리스크를 나누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비용절감과 글로벌 전략을 위해 유럽임상, 호주임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바이오텍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약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임상의 경우 총 임상비용은 2000~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경우 비교적 우수한 CRO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영어권이라 향후 FDA임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기로 바이오텍의 '기술이전 모델'이 좀더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상 경험이 부족한 국내 바이오텍 입장에서 빅파마로의 기술이전을 통한 공동개발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점도 메리트로 꼽힌다.

한 BD 전문가는 "보통 임상 3상에 돌입하면 최소 수백억이 드는데다 NDA(신약판매허가) 이후 시판까지 고려를 하면 ‘규모의 경제' 싸움"이라면서 "끌고 갈 자신이 없다면 파트너를 초기에 잡는 게 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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