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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POLED 개발 지연 '화' 불렀다③10년전 삼성 뛰어들때 LCD에 '올인'…그룹 지원 전무, 책임만 추궁

김장환 기자공개 2019-10-04 08:00:00

[편집자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LCD 강자로 글로벌 시장을 오랜 기간 누벼왔던 LG와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매서운 추격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TV용 LCD는 중국에 1위 자리를 넘겨준지 오래다. 삼성과 LG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을 본격화했다. 산업 전반의 '대격변'이 불가피하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의 실체와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30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의 위기를 부른 최대 '패착'은 뒤늦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이 거론된다. 대형 OLED 시장에서는 명실상부한 1등 기업이자 유일하게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중소형 OLED 패널로 시선을 옮겨보면 전혀 다르다. 최대 경쟁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다 후발 업체인 중국 BOE마저도 보다 먼저 중소형 OLED 패널 상업화에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개발이 늦어진 이면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을 '오판'한 영향이 컸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보다 개발 착수 시점이 무려 6년이나 늦었다. 대형 OLED 분야의 강자라는 점에 안주한 것과 중소형 OLED 시장 개화 시기가 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게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LG그룹 계열사들이 별다른 조력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시장 진입을 늦춘 원인이 됐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CD 시장 폭락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입고 있는데 대표이사 교체와 임직원 구조조정 등 책임은 고스란히 지고 있다.

◇삼성, 10년전 꺼내든 중소형 AMOLED…LG, 수년간 LCD 개발만

삼성디스플레이(당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2009년 'AMOLED'란 이름으로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처음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통상 '에이엠올레드'로 불렸던 해당 기술을 삼성은 '아몰레드'라고 별도 용어를 명명하며 브랜드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AMOLED 패널 투자를 점차 확대해 갈 때 LG디스플레이는 LCD 개발 능력을 보다 키워 뛰어난 화소를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삼성과는 '정반대' 노선을 걸었다.

초기 품질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엇갈렸지만 당시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LCD 패널 화질에 높은 점수를 주는 쪽이 더 많았다. 기술력이 아직 부족한 AMOLED를 삼성전자 외 채택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모바일 전방업체들은 이후 오랫동안 가격이 보다 저렴하고 화질도 좋은 LCD를 택해왔다. LG디스플레이의 'LCD 사랑'이 틀린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던 시절이다. 애플이 자랑했던 아이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절대 비중을 차지한 게 LG디스플레이의 LCD 패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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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LCD에서 OLED로 격변했다. LG디스플레이의 오랜 납품처인 애플은 2017년 9월 처음으로 OLED 패널을 채택한 아이폰X(10)을 선보였고, 오는 2020년까지는 모든 스마트폰에 OLED 패널을 적용할 계획이다. 최근 몇 년 새 '신성'처럼 떠오른 중국 화웨이, 샤오미 등 기업들도 신제품에 앞다퉈 OLED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요 OLED 패널 공급사가 됐다.

LG디스플레이의 10년전 선택은 '낭패'가 됐다. 패널 시장의 무게추가 서둘러 이동 중인 와중에 중소형 OLED 시장 진출이 지나치게 늦었다.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독자 기술인 플라스틱 올레드(POLED) 기술 개발을 외부에 처음 알린 건 지난 2015년경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 개발 시작을 본격화한 지 6년이나 지난 시점이다. BOE 등 중국 업체들도 이미 이보다 앞서 중소형 OLED 패널 개발에 돌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POLED 개발 지연으로 최대 고객사였던 애플의 신제품 일감을 올 7월에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보다 앞서 납품 계획을 세웠지만 품질을 문제로 애플이 납품 시기를 늦췄다. 애플이 이달 선보인 아이폰XI(11) 제품 일부 패널을 마침내 맡을 수 있었다. 초도공급량인 만큼 절대 규모는 많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과거 수년 동안 애플의 납품 실적에 따라 수익 성과가 크게 갈려왔다. 중소형 OLED 패널 시장 진출 시기가 뒤늦어져 해당 일감을 빼앗긴 건 그만큼 뼈아픈 대목이다. 애플은 과거 한 때 LG디스플레이의 연간 매출 거래의 25%, 영업이익 75%를 차지했던 주요 거래선이다. 모두 '레티나 디스플레이' 시절의 일이다.

지금도 LG디스플레이의 최대 매출처는 애플이다. LG디스플레이의 과거 실적 흐름에는 '애플 효과'가 잘 담겨 있다. 애플 신제품이 대박을 친 시기마다 실적이 크게 올랐다. 반면 애플 신제품이 인기를 끌지 못하거나 비수기 때 실적은 크게 고꾸라졌다.

◇애플 OLED폰 삼성 몫으로…뒤늦은 출발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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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POLED 개발 시기를 놓친데는 LG그룹 영향도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이 굳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등인 삼성전자가 우군으로 자리잡고 있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주지 않던 시절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효자 노릇을 했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포함해 물량 기준 글로벌 1위 스마트폰 메이커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LG디스플레이에게 우군은 모바일 세계시장 점유율이 1%에 남짓한 LG전자만 있을 뿐이다. P-OLED패널을 선제적으로 개발했어도 이를 받아줄 캡티브 수요처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방향성을 함께 가며 모바일 올레드 개발이 이뤄지기까지 패널 쪽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데다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잘 나가게 됐기 때문에 결실을 본 케이스"라며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경우 LG 쪽에서 지원을 받을만한 구석이 없었기 때문에 대형 OLED만 주력하는 패착을 봤다"고 지적했다.

중소형 OLED 개발 과정에선 그룹의 지원이 없었지만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LG디스플레이의 몫이 됐다. 한상범 부회장이 스스로 용퇴를 결정했고 임직원 구조조정까지 단행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한상범 대표이사를 정호영 사장으로 교체한 데 이어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직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 등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올해 말 정기 인사도 서둘러 단행하고 임원 수도 크게 줄이기로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해 1794억원대 당기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500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다. 그 손실의 근본적인 책임이 LG디스플레이에만 있는 것이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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