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200억 번 영국 자회사 매각 왜? 2014년부터 완전자본잠식·누적 순손실만 2000억…"구조조정 시발점"
박기수 기자공개 2019-10-31 08:13:4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0일 11: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212억원을 기록하며 쏠쏠한 수익을 올린 영국 법인(LOTTE Chemical UK Limited, 이하 LC UK)을 매각하기로 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은 지난해 반짝 이익을 냈지만 누적된 순손실, 악화한 재무지표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정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30일 롯데케미칼은 영국 소재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생산 판매 자회사인 LC UK(옛 아르테니우스)에 대한 보유 주식 전량(100%)을 멕시코 석유화학 회사 알펙(Alpek)의 폴리에스터 부문 자회사 DAK Americas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직접 매각 가격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약 1000억원 선에서 매각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LC UK는 롯데케미칼에 흡수 합병됐었던 KP케미칼이 2010년 인수한 회사다. 당시 인수 금액은 약 260억원이었다. 인수 후 초기에는 아르테니우스가 영위하던 PTA 사업과 PET 사업을 모두 영위하다 2013년 말 PTA 공장을 폐쇄했다. 이후 LC UK는 약 35만 톤의 PET 생산능력을 유지하면서 상업 생산을 해왔다. PET와 PTA는 각각 플라스틱 용기와 폴리에스터 등의 원료로 쓰인다.
롯데케미칼은 "유럽 재정위기 및 시황 악화 등의 어려움에도 2018년 매출 4720억원, 영업이익 212억원을 기록했으나, 롯데케미칼의 향후 중장기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실제 LC UK는 롯데케미칼이 밝힌 것처럼 지난해 견조한 영업이익을 올렸다. 순이익도 421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쏠쏠한 수입원이었던 LC UK를 롯데케미칼이 쉽게 포기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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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적만 보면 LC UK는 캐시카우지만 인수 이후 실적 추이를 보면 골칫거리에 가까웠다.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 말까지 약 10년 동안 LC UK가 순이익을 낸 해는 세 해(2010년·2011년·2018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해는 모두 적자였다.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쌓인 누적 순손실액만 2077억원에 이른다.
재무 상황도 인수 이후 급격히 나빠졌다. 인수 당시만 해도 부채비율 207.5%를 기록하며 건실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LC UK는 2012년 132억원의 순손실을 낸 이후 부채비율이 944%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후 2014년부터는 곧바로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가 마이너스(-)가 되는 상태)에 빠졌다. 영업이익을 내도 이자 비용 등 영업 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판에 영업이익마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2013년과 2015년에는 각각 423억원, 494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지난해 냈던 212억원의 흑자가 '이례적' 흑자였던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금번 해외 자회사 매각은 새로운 전략 방향에 맞춘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이라며 "매각을 통해 확보된 금액은 LCUK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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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효율성도 201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보유하고 있는 전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지표로는 '총자산회전율'이 있다. 총자산회전율은 한해 동안 낸 매출을 연말 자산총계로 나눠 측정한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한해 매출이 모두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반기 매출에 두 배를 한 값을 한 해 매출로 가정했다. 기준이 되는 자산총계의 경우 지난해 말 자산총계와 올해 상반기 말 자산총계의 평균값을 산출했다.
올해 LC UK의 총자산회전율은 1.28회로 PTA 공장 폐쇄를 단행했던 2013년과 비슷한 수치다. 인수 당시만 해도 2회 이상을 기록했던 총자산회전율은 2013년 이후 모두 2회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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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LC UK를 시작으로 부실 자회사에 대한 롯데케미칼의 정리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롯데케미칼 역시 "이번 매각은 비전 2030 전략에 맞춘 구조조정의 시발점"이라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질적 성장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임병연 대표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부사장 대표이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케미칼이 글로벌 화학사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으로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의 지속성장 및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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