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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물에 국내 유입?…국내 플레이어 경쟁력 '물음표' [해외 비상장투자 점검]④시리즈C·프리IPO 밸류에이션 '고점' 논란…비싼 밸류 비우량 물건 국내유입 가능성

이민호 기자공개 2019-11-07 13:01:00

[편집자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리테일시장에 소개된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펀드에 최근 고액자산가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우버와 리프트가 상장 이후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위워크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며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에 대한 우려도 확산됐다. 해외 비상장주식에서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상태로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헤지펀드들의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4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유니콘 기업 주가가 상장 이후 큰 폭으로 부진하자 국내 투자 당시 밸류에이션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운용업계는 국내 유입물량 대부분이 시리즈C나 프리IPO 등 상장 직전 발행되는 물량이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에서 투자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리즈C나 프리IPO 물량밖에 소싱할 수 없는 국내시장의 경쟁력 부족을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자본시장에서마저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국내로 유입돼 투자매력이 없는 물건에 무리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상장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의 주가 부진이 상장 전 대규모 투자유치에 따른 단기조정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상장 직전 발행분 국내 유입…밸류에이션 필연적 '고점'

운용업계는 지난해 상반기말부터 국내시장에서 설정규모를 꾸준히 키워온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펀드에 최근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데는 밸류에이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이유가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 3월과 5월 각각 상장한 미국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Lyft)와 우버(Uber)가 공모가 대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미국 오피스 공유업체 위워크(Wework)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이유는 이익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며 상장 전 책정된 밸류에이션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운용업계는 국내에 유입되는 해외 비상장주식 대부분이 시리즈C나 프리IPO 등 상장 직전 단계에서 발행된 물량이 대부분이므로 밸류에이션이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에서 투자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시리즈A나 시리즈B의 경우 상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이런 위험요인을 반영해 밸류에이션도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리즈C나 프리IPO에서는 상장 가시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밸류에이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A 운용사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해외 비상장주식 브로커리지 라이선스를 보유한 해외 투자은행(IB)을 통하면 전세계 비상장주식 시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시기 발행된 물량 중 국내에 유입되는 물량만 더 비싸게 거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다만 국내 유입물량 대부분이 사실상 상장 전 마지막 발행물량이므로 발행단계 차이에서 비롯되는 밸류에이션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운용사는 국내 고액자산가가 엑시트 가시성이 뚜렷한 물량만 찾기 때문에 상장이 임박한 물량을 중점적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상장이 불확실한 시리즈A나 시리즈B 물량에 엑시트 불확실성을 부담하면서까지 투자하려는 고액자산가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A 운용사 관계자는 "우버가 상장 직전 사실상 마지막으로 발행한 물량이 올해 3월 기업가치 약 80조원 밸류에이션으로 국내에 유입됐는데 당시 상장주관사는 기업가치를 약 120조원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비싼 가격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상장 가시성이 뚜렷한 데다 80조원도 여전히 낮은 밸류에이션이라고 생각한 투자자들만 투자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주요시장 거쳐 국내로…글로벌 경쟁력 '부족'

(1시각물)해외비상장주식국내유입과정_1

하지만 운용업계는 이미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리즈C나 프리IPO 물량에 대해서만 소싱 기회를 잡을 수밖에 없는 국내 운용사의 경쟁력 한계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내 운용사가 해외 비상장주식 소싱에 본격적으로 나선 역사가 길지 않은 데다 해외 발행주관사로서는 국내 운용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물량을 떼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B 증권사 PB는 "현지 플레이어와 협업해 우량한 물건을 국내로 가지고 올 수 있는 소싱 네트워크를 보유한 국내 운용사는 극히 드물다"며 "특히 비상장주식은 발행구조 자체가 매우 폐쇄적이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개별 운용사의 한계보다 국내시장 자체의 한계를 근본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발행단계에 따른 밸류에이션 차이와는 별개로 국내시장은 글로벌 주요 자본시장에서 원매자를 찾지 못한 물량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유입되는 시장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글로벌시장에서 원매자를 확보하지 못한 물건인 만큼 국내에서 우량하지 않은 물건에 무리하기 투자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발행주관사는 가장 먼저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여기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물량이 아시아시장으로 넘어온다. 아시아시장에 유입된 물량은 메이저시장으로 꼽히는 싱가포르나 홍콩 시장에서 먼저 태핑되는데 이 단계에서마저 원매자를 찾지 못하면 국내시장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C 증권사 PB는 "국내시장에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 기회가 온다면 글로벌 주요시장을 모두 거치고도 원매자를 찾지 못한 물량일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운용사의 직접 소싱이 늘어나고 있더라도 해외시장에서 펀딩에 실패하고 국내에까지 흘러들어온 경우라면 밸류에이션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니콘 거품 꺼지며 수익률 타격" vs "단기조정 후 주가 회복"

최근 위워크의 IPO 실패를 기점으로 크게 위축된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심리가 향후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도 갈리고 있다.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펀드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설정규모를 늘려온 만큼 엑시트를 완료한 물량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운용업계는 이미 상장에 성공한 리프트와 우버 등 유니콘 기업의 주가 흐름이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펀드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글로벌 벤처펀드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며 발생한 밸류에이션 거품(버블)이 꺼지고 있는 데다 미국 증시가 하향세로 접어들고 있어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2~3년 이후 수익률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상장 직후 발생하는 단기 가격조정일 뿐 여전히 해외 유니콘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A 운용사 관계자는 "글로벌 최대 유통업체 아마존(Amazon)도 1997년 상장 당시 적자기업이었지만 단기조정을 거쳐 주가가 폭등했다"며 "현재 리프트나 우버의 주가 부진도 상장 전 대규모 투자유치에 따른 단기조정일 뿐 성장성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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