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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디스플레이 생태계]파인텍, 'OLED 본딩'으로 2년만에 흑자 전환⑩적자 LCD 사업 철수…재무구조도 안정화

윤필호 기자공개 2019-11-12 08:05:00

[편집자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다. LCD 시대가 저물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대세로 떠올랐다. 디스플레이의 변화는 실생활에 변화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전자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견 소재 부품 장비 회사들은 시대 흐름 변화에 맞춰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아예 도태되기도 한다. 대격변을 앞둔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8일 1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인텍은 디스플레이 패널 공정에 필요한 본딩 장비를 개발·생산하는 업체다. 회사 설립 이후 2017년까지 LCD 부품 제조업을 영위했지만 적자를 내면서 과감하게 OLED 설비 업체로 거듭났다. 한 발 앞서 산고를 치른 덕분에 지금의 대규모 OLED 전환기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모습이다.

핵심인 디스플레이 본딩 장비 사업 이외에 부품 부문에서도 다양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7년 진출한 전자가격표시기(Electronic Shelf Label) 사업을 비롯해 미래형 터치 센서모듈인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 가전용 부품인 터치키(Touch Key) 사업 등에서도 조금씩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주력 BLU 사업, 적자에 정리

파인텍은 지난 2008년 LCD 패널 전용 백라이트유닛(BLU) 제조사로 출발했다. BLU는 LCD 패널에서 광원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설립자 강원일 대표는 삼성SDI 출신으로 2001년 BLU 제조업체인 나모텍을 세워 업계 주목을 받았다. 당시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실적을 올렸고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도 마쳤다. 하지만 신규 사업 확장 과정에서 실패를 겪었고 2008년 회사를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에 넘겼다.

강 대표는 굴하지 않고 같은 해 파인텍을 설립해 재도전에 나섰다. 실패를 거울삼아 BLU 사업에 집중했고 기존 기술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나모텍 실패 원인으로 한 곳의 고객사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파인텍은 공급사 다각화를 꾀했고 삼성전자와 중국 BOE,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apan Display)에 제품을 공급했다. 또 중국 천진과 동관, 연대를 비롯해 베트남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파인텍은 설립 이후 삼성전자 3대 BLU 공급처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5년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장 이듬해인 2016년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중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가동률 감소로 이어지면서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그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7.6%, 46.6%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7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중국의 현지 공장과 베트남 공장의 고정비 부담도 심화됐다. 2017년 당기순손실은 223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폭이 더욱 커졌다.

재무상태도 급속도로 악화됐다. 2015년 593억원이었던 부채는 2016년 1727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122.8%에서 368.3%로 급격하게 치솟았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4억원에서 57억원으로 줄었고 대신 재고자산 규모는 67억원에서 173억원으로 늘었다.

파인텍실적

◇OLED 본딩 사업 진출…2년만에 흑자전환

파인텍은 경영 악화가 지속되던 2017년 과감하게 LCD 패널용 BLU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앞서 2012년 적자를 내던 LCD 모듈 사업에서 철수한 경험이 있다. 그해 10월 이사회결의를 통해 BLU 사업 중단을 결정하고 12월 말에 영업을 정지했다. LCD 사업을 접고 새롭게 진출한 분야는 OLED 본딩 장비 사업이었다. 본딩은 OLED 패널에 칩(Chip)이나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붙여주는 장비를 말한다.

사업 전환을 결정한 이후 속도전을 펼쳤다. 기존 BLU 관련 공정 장비 등 자산을 매각했고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도 개편했다. 당장 실적 감소가 따랐지만 이를 감내하면서 신규 사업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OLED 본딩 사업은 빠른 속도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주력 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7인치 이상의 스마트폰 패널용 본딩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선두 업체로 거듭났다.

실적도 올해 들어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내부 비용 절감 등의 노력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면서 반등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분기에 1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당기순이익도 3분기에 46억원을 기록하면서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재무상태도 안정화 단계로 들어갔다. 3분기 말 기준 부채총계는 작년 말과 비교해 24.3% 감소한 572억원으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272.4%에서 86.8%로 떨어졌다.

파인텍은 올해 OLED 전환에 따른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13조원에 달하는 OLED 투자를 발표하면서 관련 설비 공급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주요 업체들도 OLED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고객사를 충분히 다변화한 덕분에 이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파인텍은 디스플레이 부품사업 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다. 기존의 BLU를 제조하던 베트남 공장을 전진기지로 삼고 대대적인 설비 교체를 마쳤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지타이저(Digitizer)를 비롯해 ESL(전자가격표시기)과 TSP(Touch Screen Module), Touch Key가 있다. 특히 2017년 사업을 시작한 디지타이저는 EMS 분야에 속한 사업으로 갤럭시노트 펜을 구동시키는데 활용되는 부품을 제조한다. 지난해 매출액 58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 3분기에는 이를 훌쩍 넘긴 67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8%에서 올해 3분기 11.2%로 집계됐다.

같은 해 ESL 사업에도 진출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홍콩 업체와 힘을 합쳐 미국 법인을 출범시켰고 현지 대형마트에서 시범 테스트를 마쳐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이 밖에 가전용 디스플레이 부품인 Touch Key에서도 매출을 내고 있다.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도 준비하고 있으며 이미 현대모비스의 1차 벤더로 등록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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