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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드릴십 재고 5척' 매각 가능할까 재고자산 1.8조 부담, 저유가로 수요 바닥 '손실 누적'

김성진 기자공개 2019-11-14 11:22:56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2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이 거래 상대방의 계약 파기로 떠안은 드릴십이 기존 3척에서 5척으로 늘어난 가운데 향후 다른 선주에 매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드릴십은 석유 탐사를 위한 시추선의 일종으로 저유가가 지속되며 효용성이 대폭 떨어졌다. 이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 수요도 전무한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3년 전부터 재고 드릴십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10월 스위스 선사 트랜스오션(Transocean)과의 드릴십 계약을 취소했다. 이번 건은 삼성중공업이 지난 2013년과 2014년 수주한 건으로 수주 금액은 각각 7억2000만 달러(한화 8600억원), 7억1000만 달러(8500억원)이다. 인도 기일은 올해 9월과 내년 9월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계약 취소 탓에 올 3분기 실적이 대폭 악화됐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96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5%나 늘었지만, 영업손익은 3120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1273억원 손실과 비교해 적자 폭이 145.1%나 늘어났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액은 5조19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3.1%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4016억원으로 45.7% 늘어났다. 드릴십 계약 취소에 따른 대손충당금 1900억원이 반영됐다.

드릴십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중공업의 주력 상품이었다. 전 세계 시장 발주 물량의 40%를 웃도는 물량을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실제로 과거 삼성중공업의 수주 실적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드릴십 발주가 많았던 지난 2011년 실적을 살펴보면 전 세계 발주물량 25척 중 10척을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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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드릴십 발주는 2013년을 기점으로 급감하기 시작했다. 2012년 35척에 달했던 발주 물량은 2013년 12척으로 줄어들었고 2014년에는 4척에 불과했다. 삼성중공업의 수주 물량도 2012년 9척에서 2014년 2척으로 감소했으며 2015년에는 한 척의 수주 실적도 올리지 못했다.

드릴십 발주는 유가가 급락하며 줄어들기 시작했다.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지난 2011년 배럴 당 113.93달러에 달했던 유가는 2014년까지 90~100달러 구간에서 움직였으나 2014년 말 급락하며 2016년 한 때 26달러까지 하락했다. 유가는 이후 다시 회복되긴 했으나 50~7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드릴십은 심해 원유 시추 작업을 수행하는 시추선의 일종으로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드릴십 효용성이 떨어지자 기존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미국 퍼시픽드릴링(PDC)이 지난 2015년 인도를 거부한 게 시작이었다. 그 결과 삼성중공업이 현재 팔지 못하고 보유한 드릴십은 모두 5척까지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PDC가 발주한 드릴십 1척을 포함해 트랜스오션 2척, 시드릴 2척 등이다.

삼성중공업은 계약 파기된 드릴십을 다른 선주에게 매각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매각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PDC로부터 발주 받은 드릴십은 3년째 매각처를 찾지 못하고 재고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5척의 계약금액을 모두 더하면 총 29억8750만달러(한화 약 3조5000억원) 규모다. 이중 선수금으로 10억1310만달러(한화 약 1조1800억원)을 몰취했고 재고자산은 약 16억달러(한화 1조8600억원)로 계상돼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재고자산 규모는 드릴십 한 대 당 3억달러로 5대를 모두 더하면 16억달러 수준이다"며 "현재 업황을 고려해 다소 보수적으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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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앞으로도 드릴십 매각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에서 셰일 가스 혁명이 일어나며 영구적 저유가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낮은 수준의 유가가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시드릴 드릴십 2척의 매각을 시도하며 한 업체와 사업추진의향서(LOI)까지 작성했으나 올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미 시추 성공한 석유를 파내기 위한 설비나 선박에 대한 수요는 종종 있지만 시추를 시도하기 위한 드릴십 발주는 거의 없다"며 "유가가 올라야 다시 드릴십에 대한 수요가 생기겠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여의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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