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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PE 애뉴얼 리포트]'신성' 글랜우드, 파죽지세 바이아웃으로 승승장구딜 소싱 역량 돋보여…밸류업 성과로 이어질지 '귀추'

김혜란 기자공개 2019-12-13 17:33:39

[편집자주]

기해년, 황금돼지의 해가 이제 서서히 저물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펼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도 한해를 마무리 하고 다가올 경자년 새해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운용사들의 올해 농사는 어땠을까. 더벨은 PE 하우스별로 투자와 회수, 펀딩, 그리고 내년도에 꼭 풀어야 할 과제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2일 11: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는 올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며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 첫 블라인드펀드를 성공적으로 조성, PE업계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 두 건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트랙레코드로 확보, 두각을 나타냈다.

글랜우드PE는 올해 하반기에만 두 건의 바이아웃 딜을 성사시켰다. KCC와 함께 국내 유리제조시장을 양분하는 한국유리공업, 폴리이미드(PI) 필름 분야 세계 1위 업체 SKC코오롱PI를 연달아 인수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상반기에도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해 말 GS에너지로부터 인수한 서라벌도시가스와 해양도시가스(현 해양에너지)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집중하며 투자 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토종 PEF 운용사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딜 소싱(투자처 발굴) 역량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설립 6년 차를 맞은 글랜우드PE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앞서 동양매직(현 SK매직)과 라파즈한라시멘트를 인수했다가 성공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경험은 있지만, 두 투자 건은 프로젝트펀드를 만들어 투자한 사례였다. 이번에 블라인드펀드를 통한 투자 기업의 엑시트 건은 아직 없다. 글랜우드PE가 투자기업의 가치 제고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엑시트에도 발군의 실력을 뽐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IMF때 팔린 한국유리공업 되찾아…'깜짝 인수'

시장에서는 글랜우드PE를 두고 비교적 짧은 기간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실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글랜우드PE는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출신 이상호 대표가 6년 전 기존 투자자문사인 글랜우드투자자문에 합류해 전문 PEF운용사로 재탄생시킨 하우스다. 출범 이듬해 동양매직과 라파즈한라시멘트 바이아웃 투자와 뒤이은 성공적 회수로 이미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작년 7월엔 하우스 역사상 처음으로 블라인드펀드를 만들었다. 펀드의 약정 규모는 약 4500억원이다. 프로젝트 펀드의 성과가 블라인드 펀드 결성으로 이어지도록 '정규 코스'를 밟은 셈이다.

블라인드펀드 결성 이후 투자도 빠르게 집행됐다. 첫 투자는 지난해 11월 이뤄졌다. 글랜우드는 지난해 GS에너지의 자회사 서라벌도시가스·해양도시가스를 약 61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대금 중 1300억원 가량을 블라인드펀드에서 조달했다. 해양도시가스와 서라벌도시가스는 각각 광주광역시와 전남 일부 지역, 경북일부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회사다. 딜 클로징(잔금납입 완료)까지 지난해 11월 모두 이뤄졌지만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PMI 작업에 집중하느라 분주했다. 글랜우드PE는 경영 효율성 제고, 서라벌 도시가스 검침원 정직원 전환 등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밑작업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도시가스 보급률 확대, 경영 개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랜우드PE는 올해 하반기 들어 블라인드펀드의 두 번째 투자처를 낙점했다. 지난 9월 한국유리공업(브랜드명 한글라스)을 전격 인수,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 최대 유리·건축자재 제조업체인 프랑스 생고뱅으로부터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3300억원에 매입키로 하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마무리한 것이다.

한국유리공업은 1957년 설립된 국내 1호 유리회사지만, 외환위기 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생고뱅에 팔렸던 기업이다. 한국유리공업은 KCC와 함께 국내 유리제조시장을 양분하는 업계 선도 기업이기도 하다. 글랜우드PE가 토종 자본으로 국내 기업을 되사왔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글랜우드PE는 2016년 프랑스업체 라파즈홀심이 보유한 라파즈한라시멘트를 인수한 적이 있는데, 당시 프랑스 업계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업부 재편을 계획 중이던 생고뱅 측을 발빠르게 접촉해 딜을 따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 네트워크를 넓히며 뛰어난 딜 소싱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SKC코오롱PI 경쟁입찰서 승리…경쟁력 입증

한국유리공업은 프라이빗(수의계약)딜로 진행됐지만 경쟁입찰에서도 값진 성과를 이뤘다. 글랜우드PE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매물로 내놓은 합자회사 SKC코오롱PI 인수전에서 강한 인수 의지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KC코오롱PI 경쟁입찰을 통한 매각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올해 여름부터지만, 글랜우드PE는 그 이전부터 SKC 측과 꽤 진지하게 개별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글랜우드PE는 딜 초반부터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개별협상을 진행하다가 중간에 매각 측이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등 대형 펀드를 끌어들이면서 판을 키웠고, 지난 7월 경쟁입찰로 매각 방식이 바뀌었다. 한앤컴퍼니를 비롯해 대형 PEF 운용사들이 관심을 나타내며 인수 경쟁이 벌어졌지만 글랜우드PE는 흔들림 없이 끈기 있게 딜에 집중했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은 기존 사업부나 계열사를 매각할 때 가격 만을 잣대로 삼지 않는다. 고용을 보장할지, 앞으로 회사를 장기적으로 잘 이끌어나갈 역량이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다. 글랜우드PE는 이런 정성적인 부분에서 두 기업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고, 결국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매도자 측과 글랜우드PE는 현재 SP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으로 이달 중에는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글랜우드PE는 이미 가전 제조·렌털업체 동양매직 인수전에서도 NH투자증권PE와 컨소시엄을 이뤄 현대홈쇼핑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경험이 있다. 경쟁입찰 승리가 단순히 운이 아닌 실력임을 스스로 증명해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중견 PEF 운용사 도약의 관문, 엑시트 역량 '시험대'

글랜우드PE는 이미 성공적인 엑시트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동양매직을 인수했다가 2년 만에 SK그룹에 넘기면서 내부수익률(IRR) 37%를 올렸다. 2016년에는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와 한라시멘트를 공동인수해 1년 뒤 IRR 14%로 성공적인 엑시트를 완료했다. 다만 두 건 모두 프로젝트 펀드로 일궈낸 성과였다.

글랜우드PE는 동양매직과 한라시멘트 인수 후 100% 고용 승계와 협력업체 유지라는 투자 원칙을 지켰다. 대신 동양매직을 인수한 후 '직수형 정수기'와 '빌트인(내장형) 가스레인지' 등의 승부수를 던지며 기업 가치 상승을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글랜우드PE는 인수전에 나설 때마다 이런 투자 원칙과 철학을 매번 매각 측에 어필했다. 그렇게 글랜우드PE는 트랙레코드를 하나 둘 쌓아나갔다.

프로젝트PEF를 통해선 투자와 엑시트 모두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놨지만, 블라인드펀드로는 아직까지 투자만 이뤄졌다. 경영참여형 PEF 운용사는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역량은 기본이고, 인수 기업의 가치를 높여 투자 수익을 끌어올리는 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서라벌도시가스·해양도시가스, 그리고 뒤이어 투자해 조만간 딜 종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유리공업은 어떤 식으로 기업 가치를 키워나갈지, '제2의 동양매직' 사례를 또 만들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있다.

다만 SKC코오롱PI의 경우 딜이 최종 성사된다면, 글랜우드PE 입장에선 쉽지 않은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그간 글랜우드PE가 투자했던 렌탈업이나 시멘트업과는 상이한 분야기 때문이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전기차 등 산업 트렌드를 꿰뚫어야 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시장 1위의 지위를 지키면서 꾸준한 성장 전략을 짜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회사 성장을 이끌어 몇년 후 엑시트까지 완료한다면 글랜우드PE 입장에선 탑티어(Top Tier) 토종 PEF 운용사 반열에 오르게 된다.

글랜우드PE는 비교적 업력이 짧고 몸집이 작지만 올 한 해 공격적인 투자 활동에 나서왔던 하우스여서 내년 행보도 주목된다. 인수가 최종 불발됐지만, 올초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유통 대기업 롯데, 신세계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본입찰 전 이탈했지만 한화그룹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외식사업부(Food Culture·FC)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올 한 해 적극적으로 투자 대상을 물색했다.

현재 조성한 블라인드펀드 소진율이 70~80%에 달하는 만큼 두번째 블라인드 펀드를 어느정도 규모로 조성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글랜우드PE가 중견 운용사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력 영입과 내부 관리 등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한 출자기관 담당자는 "글랜우드PE는 네트워크가 폭넓고 딜 소싱 역량이 뛰어난 하우스"라며 "펀드 사이즈가 커지면서 부족한 운용인력을 앞으로 보강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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